토마토시스템 "오래 가야 좋은 SW"

이상돈 토마토시스템 대표

일반입력 :2013/05/27 07:24    수정: 2013/05/27 14:27

몇년새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구매비용과 IT서비스 사업대가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커졌지만, 대다수 SW업체들은 여전히 경쟁이전에 생존의 문제를 화두로 안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SW 회사들이 계속 살아나갈 길은 무엇일까.

3년전 산업 통계 기준으로 IT서비스 분야에선 매출액 10억이하 기업이 과반을 차지했고 300억 초과 기업 수는 3.8%에 그쳤다. 패키지SW업체 역시 10억이하 기업이 55.5%, 매출액 300억 초과 기업은 1%에 불과했다. SW시장 규모는 늘었지만 그 성과는 대부분 덩치큰 국내외 대기업들에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정부는 SW수출 운운하며 글로벌경쟁력을 갖춰야 시장에 먹힌다는 순진한 주장을 설파한다. 제대로 된 지원책은 커녕 정부기관 '공급사례(레퍼런스) 공개'조차 꺼리는 곳에서 하는 얘기라서인지 설득력은 떨어진다. 다단계 하청에 갑을관계로 엮여온 국내 중소SW 및 IT서비스 회사들은 내수시장서 버티는 것만해도 숨이 차다.

하지만 사용자가 오래 쓸수록 SW를 만든 쪽이 그 불편을 줄이고 개선점을 반영할 기회가 생긴다. 사용자가 원하는 SW의 기능과 성능을 명확히 알고 마땅한 값에 사서 쓴다면 SW는 점차 정교해질 수 있다. 쓰면 닳아 없어지는 물건과 반대다. 처음부터 흠잡힐 데 없는 SW가 나와야 비로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건 인색하면서도 입맛이 까다로운 국내 사용자들의 착각일지 모른다.

꼭 좋은 SW라서 오래 살아남는다기보다, 오래 살아남은 SW일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23일 IT서비스업체 토마토시스템 이상돈 대표의 말이다. 회사가 지속하는 한 그 SW제품들이 꾸준히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2007년 정보통신부장관 신성장경영대상 우수상, 한국SW산업협회 SW기업경쟁력대상 개발운영SW 최우수상'을 받고 2010년부터 한국SW전문기업협회 이사로 활동중인 그가 '참고 버티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 온다'는 묻지마식 낙관론을 펼치는 건 아닌 듯하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토마토시스템은 SW개발과 시스템통합(SI) 구축사업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대한민국 SW회사'다. X인터넷을 포함한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개발 컨설팅과 구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공공, 교육, 병원, 국방 시장에서 사업해왔다. 13년간 SI 프로젝트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분야별 기업용SW로 제품화해 공급한다.

회사 실적은 2009년과 2010년새 부침을 겪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세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133억4천200만원이었다. 올해 내세운 목표 매출은 200억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토마토시스템은 교육시장이라는 틈새 영역에서 주목도가 높다. 대학 이러닝솔루션과 학사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수행사업자로는 독보적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대학시장에서 사업해온 군소업체들은 모두 손을 뗀 상태라 사실상 토마토시스템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회사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대표도 SK C&C나 대우정보같은 중견 IT서비스업체들도 이 시장에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거의 남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사실 국내 RIA 시장에는 두손으로 꼽아도 모자랄 만큼 많은 SW업체가 있었으나 최근 대부분이 정리되면서 그 수가 급감했다. 동세대 SW업체들이 정리되는 가운데, 토마토시스템은 특정분야 1등 타이틀을 거머쥐는 대신 SI 프로젝트 고객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W제품 출시와 국내외 사업파트너 확보에 힘썼다. 외국시장에도 진출했을 만큼 활발히 업력을 이어온 만큼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그 과정에 '엑스리아'나 '엑스빌더'같은 UI개발툴, eXERD같은 DB모델링툴 등 개발자용 도구를 내놨고 대학맞춤형 패키지 '엑스캠퍼스'와 전자출결시스템 '엑스이티에스', 기업용 통합인증솔루션 '엑스사인온'과 업무포털 '엔터프라이즈포털' 등도 제품화했다.

모델링툴 eXERD는 'ER윈'같은 외국계 솔루션의 국내 불법복제 수요를 대체하거나 그 정품 사용처에 추가구매 기회를 발굴해가며 확산 추세다. 사업 초기엔 외국 솔루션에 비해 훨씬 저렴한 카피당 라이선스 가격 탓에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현재는 주요 포털이나 대기업 등 다수 내부 개발자 조직을 갖춘 회사에 대량 공급 사례를 확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최근 론칭한 비공개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울톡'과 오픈코스웨어(OCW)같은 국내 대학들의 '공개강의서비스' 확산에 힘입은 전자학습(이러닝)솔루션 시장 기회에도 기대를 걸었다.

토마토시스템은 과거 이러닝솔루션 프로젝트 진행시 외국SW '블랙보드'를 수입해 구축하는 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라이선스 부담이 없는 오픈소스 전자학습 플랫폼 '무들'을 도입했다. 무들은 이미 서울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에서 사용중인 솔루션이다. 토마토시스템도 지난해 무들 관련 이러닝팀을 신설하고 디지스트에 적용했으며 대학별 구축이슈가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라 설명한다.

바울톡은 카카오톡같은 메신저 기능과 페이스북을 닮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합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대형 교회같이 비공개 단체 메시징에 필요한 특화 기능을 모아 만들어졌다. 비슷한 방식의 폐쇄성을 요하는 '동창회'나 대규모 카페 커뮤티니 등에도 공급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덩치가 큰 커뮤니티에 구성원들에게 뭔가를 즉각 알릴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월 수백만원 상당의 비용 부담 때문에 기업용 메시징서비스를 쓰긴 어려웠다며 개인정보유출이나 '온라인 신상털기' 문제가 우려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끊는 사람들도 있어 범용 서비스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시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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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회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개발자들을 위한 모바일용 매시업 개발도구도 출시를 준비중이다. 공개된 API를 재료로 PC와 모바일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도구다. 개발자가 PC뿐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도 간단한 개발업무를 수행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사실 이 대표의 오래 살아남아야 좋은 SW가 된다는 발언은 지난 2006년 개봉영화 '짝패'에서 배우 이범수가 분한 '장필호'의 대사 강한 놈이 오래 남는 게 아니고, 오래 남는 놈이 강한 것이여를 순화한 것. 극중 장필호는 충청도 주먹패 보스로 나오지만, 이 대표가 그 말을 인용한 뜻은 SW시장을 주먹판에 빗대려는 게 아니라 SW란 상품의 특성을 표현하고자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