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수사대]⑪사이버시위 선동…중딩의 반란

일반입력 :2013/05/18 18:25

손경호 기자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창설된 지 13년이 지났다. 2003년 전국 대부분의 인터넷망을 불통으로 만들었던 1.25 인터넷 대란에서부터 2009년 수십만대의 좀비PC가 동원돼 청와대 등 주요 정부사이트를 마비시킨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사태까지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현장에서 해킹범을 검거하기 위한 사이버범죄수사에 분투해왔다. 사이버범죄수사 13년을 맞아 인터넷 공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때 그 사건'을 돌아보고 현재 시점에서 주는 의미를 반면교사 해본다. [편집자주]

답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되면 사회 양극화가 심해진다. 그런데도 계속 이를 추진하는 외교통상부와 계속 FTA 반대 시위를 막는 경찰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래 사이트를 마비시켜버리자. 그럼 조금이라도 FTA 체결에 반대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 그동안 방송국, FTA 반대 단체, 내가 다니는 중학교 홈페이지에까지 FTA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FTA를 추진하는 외교부와 반대 시위를 막는 경찰에게 본떼를 보여줘야지. FTA 반대 모임 카페에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홈페이지 다운시키는 방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서비스거부(DoS) 공격 프로그램을 첨부했다.

좀비PC를 동원하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이트 접속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DoS 공격을 하면 1초당 4천여회 접속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효과가 높겠지.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07년 3월 경 모 포털사이트의 FTA 반대 모임 카페에 DoS 공격프로그램을 올리고 사용법을 게재하며 공격을 선동한 혐의로 한모군(당시 16세)을 붙잡아 조사를 벌였다. 중3이었던 한군은 조사에서 FTA가 체결되면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불합리하게 FTA를 체결하려는 외교부와 FTA 반대 집회 시위를 막는 경찰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공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한모군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자 악성공격을 통해 사이트 마비시켜버리자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이에 함께 할 것을 선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격에 사용된 악성 프로그램은 앞서 2005년 대학입시 원서접수 사이트를 공격해 업무를 마비시킨 것과 같은 것이다. 이 툴을 PC에 설치하면 IP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수천 번에 달하는 접속요청을 날려 해당 사이트의 접속을 마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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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2006년 4월 포털사이트 카페에 사망자 명의로 이 프로그램이 게시돼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으며, 3천200여회나 다운 받은 회원 및 유사프로그램을 유포하는 자들에 대한 수사를 지속했다.

최근에도 중고등학생들이 악성 공격툴을 이용해 특정 홈페이지의 메인화면을 다른 그림이나 사진으로 변경하거나 이를 선동하는 일들이 발생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자각없는 미성년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킹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고, 해당 회사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