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플랫폼을 준비하는 EMC의 자세

일반입력 :2013/05/08 14:02    수정: 2013/05/08 14:02

[라스베이거스(미국)=김우용 기자]“인프라는 중요치 않다. 쉽고 빠르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IT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인프라스트럭처 회사 EMC가 전면에 건 미래 비전이다. 스토리지와 서버 가상화로 많은 돈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던 EMC, 그리고 VM웨어는 미래엔 IT 소비자화를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EMC와 VM웨어가 설립한 회사 피보탈은 두 회사에게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아랫단의 IT인프라 위에 올라가는 소비재로서의 IT. 그 플랫폼을 어떻게 제공할 지가 피보탈에 달려있고, 그 성과가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가늠자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2013’ 두 번째날 기조연설에 나선 조 투치 EMC 회장 겸 CEO와 폴 마리츠 피보탈 CEO는 ‘미래’를 얘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두 사람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소셜, 모바일 등 4개의 축이 미래의 IT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회사의 전략을 소개했다.

조 투치 회장은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소셜 등의 트렌드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며 “EMC는 VM웨어, 피보탈 등의 연합으로 고객이 새 플랫폼을 통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3세대 플랫폼이라고 하는 앞으로 올 IT세계는 수십억명의 사용자와 수백만개의 애프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시장판도를 바꾸게 된다”라며 “2세대 플랫폼 시대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으로 성공했던 회사들은 입지가 약해지고 있으며, EMC는 각 개별 요소의 기술을 차별화해 클라우드로 가는 여정 속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1세대 메인프레임 시대를 지나고 2세대 클라이언트 서버와 PC 시대를 넘어, 모바일과 클라우드 중심의 3세대 플랫폼 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EMC가 조정한 방향타를 의미한다.

EMC와 VM웨어는 지난 2세대 플랫폼 시대동안 인프라 장비와 솔루션을 판매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EMC와 VM웨어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ERP, 데이터베이스 같은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3세대에 이르러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을 흐려지고 있다.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물리적 장비를 신경쓰지 않고 쉽게 IT환경을 이용하길 원하고, 곳곳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든 취합해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내고 싶어하며, 애플리케이션을 하루, 혹은 수시간 단위로 만들어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EMC와 VM웨어의 과거 사업모델은 맞지 않다.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밑에 깔고, 그렇다면 원하는 것을 바로 달성하게 도와주는 기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EMC와 VM웨어의 판단이다. 그것은 스토리지도, 가상화로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조 투치 회장은 “3세대 플랫폼은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시키고, 컨트롤을 더 잘하면서도 선택의 여지를 제공해야 하며, 민첩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올해 3월 출범한 피보탈은 EMC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 그린플럼과 하둡, VM웨어의 클라우드 기반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개발플랫폼 스프링, V패브릭, 클라우드파운드리, 그리고 서비스플랫폼 피보탈랩스, 메모리 기반 NoSQL ‘젬파이어’ 등을 한곳에 모았다.

조 투치 회장에 이어 기조연설자로 나선 폴 마리츠 피보탈 CEO는 올해 4분기 ‘피보탈원’이란 통합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피보탈원은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 패브릭’,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패브릭’. 앞선 두 패브릭을 클라우드 기반에서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패브릭’ 등으로 구성된다.

피보탈원의 기반 인프라는 사실 크게 중요치 않아보인다. EMC는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SDS) ‘바이퍼(ViPR)’로 어떤 제조사의 스토리지 환경이든 통합할 수 있게 했다. 서버 가상화도 VM웨어조차 V스피어 외에, 오픈스택,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어느 것이든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빠르게 실제 사업에 활용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재빨리 개발해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하고 빠른 플랫폼이 ‘피보탈원’의 되고자하는 모습이다.

폴 마리츠 CEO는 “구글이 소비자시장에서 거뒀던 성공의 비결은 2세대 아키텍처에서 벗어난 새로운 컴퓨터 아키텍처에 있었다”라며 “이 선구자는 3가지를 잘했는데 역량을 개발해 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세트를 비용절감하면서 저장하고, 신속하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으며, 그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운영은 자동화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이제 현대화된, 그리고 개방적인 새로운 OS와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피보탈원은 오픈소스로서 적합하게 계층화할 것이며, 데이터 중심이고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지원하고, 개발자 친화적이고. 엔터프라이즈 친화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패브릭의 경우 하둡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여기에 메모리기반 DB와 대용량병렬처리(MPP)를 결합한 빠른 SQL쿼리 분석을 수행한다. 폴 마리츠 CEO는 “데이터 패브릭은 원칙적으로 페타바이트 규모를 보장하면서, 비용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패브릭의 성과는 지난달 선보인 자체 하둡 배포판 ‘피보탈HD’다. 아파치 하둡과 그린플럼의 MPP를 결합해 SQL쿼리를 빠르게 하는 호크 기능이 대표적이다.

애플리케이션 패브릭은 V패브릭. 스프링. 피보탈랩스, 세타스 등의 플랫폼으로 오픈소스 언어와 프레임워크, 분석도구를 제공하게 된다. 클라우드 패브릭은 자동화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비저닝, 수명주기관리, 서비스 레지스트리 등을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인프라 배포만 결정하고, 그에 필요한 여러 데이터센터 세트는 어느 클라우드 환경에서든 자동으로 만들어져 준비된다.

피보탈의 성과를 일부 채택해 이미 사업화한 것이 ‘RSA’다. RSA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로그분석을 통해 정상적인 이용패턴을 추출한다. 이로써 실시간으로 악성코드와 비정상적인 접근을 탐지하고, 시스템운영자의 사전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EMC는 향후 VM웨어와 피보탈을 통해 2016년이면 1천640억달러 규모의 시장기회를 포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EMC가 870억달러, VM웨어가 500억달러, 피보탈이 170억달러다.

관련기사

조 투치와 폴 마리츠가 언급한 방향은 동일하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반의 빠른 혁신과, 속도감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경험제공 등 서비스제공자로서 고객을 혁신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EMC는 피보탈과 VM웨어의 최대주주로서, 3각편대의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준비를 해놨다. 2세대의 강자였던 IBM, 오라클을 향해 ‘너희는 끝났어. 이제 새 시대가 왔어’라고 외치며 EMC는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