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600만 화소 휴대폰 800만보다 못한 이유

일반입력 :2013/05/06 11:45    수정: 2013/05/07 11:38

봉성창 기자

요즘 800만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1천300만화소는 돼야 상급으로 쳐준다. 심지어 해외에는 4천1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도 나왔다.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빅3로 불리는 삼성 갤럭시S4, LG옵티머스G프로, 팬택 베가 아이언 모두 약속이나 한듯 1천300만화소 카메라를 나란히 장착했다. 지난해 중순 해외서 출시된 노키아808은 4천100만화소, HTC의 타이탄2는 1천600만화소다.

이러한 화소수가 사진 결과물의 화질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애플이 카메라 성능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아이폰5의 카메라 화소수는 800만 화소다. 타이탄2 이후로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HTC 원은 오히려 카메라 화소수를 400만화소로 크게 낮추기도 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카메라 렌즈, 센서, 이미지 프로세싱 하드웨어 등 카메라 모듈 전체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이는 스마트폰 업계가 높은 화소수로 손쉽게 카메라 성능을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화소수가 반드시 좋은 화질의 사진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화소수만 높아지면 뭐해....센서가 커져야지”

대부분 전문 사진 작가들은 광학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미지 센서를 꼽는다. 센서는 빛을 받아들이는 전자 부품으로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빛이 없으면 사진도 없다. 그만큼 빛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기본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빛이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 센서로 전달되면 이를 전자 신호로 변환한다. 이후 이미지 프로세서가 이 신호를 받아 설정에 따라 노이즈 등을 제거하고 훌륭한 사진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센서가 크면 클수록 각 픽셀 자체가 커진다. 픽셀이 커지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빛을 많이 받아들일수록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센서의 크기를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 센서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화소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화소의 크기는 작아진다. 존 에르센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화소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미지센서는 그대로”라며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해상도가 높아져서 얻는 이득 보다는 빛을 많이 못 받아들여 생기는 노이즈와 같은 손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화소수와 화소의 물리적 크기간의 상관관계는 때론 1천300만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800만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이 더 잘 나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특히 광량이 충분하지 않은 실내에서는 오히려 고화소수 카메라가 더 불리한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서의 크기를 지금보다 더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갈수록 스마트폰이 얇아지고 있는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센서의 크기를 키우지 못한다면 차라리 화소수를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1천6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HTC 타이탄2의 화소 크기는 1.12미크론인 반면 8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HTC 원X의 화소 크기는 1.4미크론으로 더 크다.

그렇다면 4천100만화소를 장착한 노키아 808 퓨어뷰카메라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을까. 유하 알라카후 노키아 카메라 기술 팀장은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808 퓨어뷰의 이미지센서는 4천100만화소지만 실제 사진은 ‘오버샘플링’이라는 기술로 압축해 500만화소로 촬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최대 7개의 픽셀을 합쳐 하나의 순수한 픽셀로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808 뷰어뷰의 센서 자체도 1/1.2인치로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노키아는 이러한 기술들을 합쳐 스마트폰 크기에서 최고의 화질을 뽑아낼 수 있도록 고안했다.

■ 이미지 프로세싱 성능도 따져봐야

흔히 카메라 제조사에 따라 색감이나 화질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바로 이미지 프로세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지 프로세싱이란 말 그대로 촬영된 사진 정보를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대부분 최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그래픽 프로세서가 통합 설계돼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가속도 함께 이뤄진다. 이는 사진이나 동영상, 게임과 같은 이미지를 빠르게 렌더링 하는데 쓰인다.

최근 삼성전자와 HTC의 최신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한번 촬영으로 움직이는 여러 동작을 한 장의 사진에 자동으로 합성해주는 버스트샷 모드가 탑재돼 있다. 또한 대부분 최신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을 터치하자마자 곧바로 찍히는 ‘제로 셔터랙(Zero ShutterLag)’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능들은 모두 이미지 프로세싱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결과다.

■ 스마트폰 카메라의 본질은?

고화소수 스마트폰 카메라가 반드시 좋은 품질의 사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져도 성능 좋은 컴팩트 카메라나 혹은 DSLR 카메라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요컨대 스마트폰 카메라는 실생활에서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아이폰 홈 화면에서 화면을 위로 밀어올리는 것 만으로 곧장 촬영모드로 바뀌는 것은 화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빠르게 촬영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경쟁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이러한 점에 착안해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진을 촬영해 이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타인에 공유하는 과정까지 상당히 간편해졌다.

존 에르센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소비자가 실제로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얻고자 하는 만족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작품사진을 얻기 보다는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찍은 사진을 보내주며 웃고 즐기는 것에 만족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