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에 스치는 IT기업 PPL

일반입력 :2013/05/05 18:41

영화 아이언맨3가 국내 개봉 열흘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최대성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화 속에선 아이언맨과 주연배우 주위를 맴도는 IT기업의 흔적들이 눈에 띈다.

아이언맨3의 제작사 마블사는 영화를 최첨단 기술의 향연으로 꾸며냈다.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은 5분에 가까울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데, 절반을 각종 특수효과과 3D 기술 스태프로 채울 정도다.

영화 곳곳에서 토니 스타크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투명한 휴대폰으로 화상통화를 하는가하면, 손동작과 음성으로 슈퍼컴퓨터 개인비서 '자비스'를 활용한다. 싱크탱크로 소개되는 AIM이란 곳은 국방부 군수관련 IT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나온다.

여러 첨단기술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가운데, IT업계 종사자나 휴대폰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흥미로운 장면이 몇몇 등장한다.

■세번째 찬조출연 '오라클'

오라클은 아이언맨 시리즈 1편과 2편 모두 공식 스폰서이자 파트너였다. 2편에선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엘리슨이 직접 출연한다. 토니 스타크가 영화 초반 파티장에서 여러 팬들과 만나는 장면에, 래리 엘리슨이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경비원이 토니 스타크에게 '래리'라고 소개하고, 이때 토니 스타크는 오라클의 주인이군요라고 말한다.

래리 엘리슨이 아이언맨2에 출연했다는 소식은 IT업계에서 잠시 화제로 오르기도 했다. 래리 엘리슨은 아이언맨의 광팬이며, 영화 속 토니 스타크를 자신과 닮았다고 여긴다는 후문이다.

아이언맨 시리즈뿐 아니라 영화 어밴저스에도 오라클이 등장한다. 영화 초반 로키가 탈출하던 장면에서 빨간색의 오라클 하드웨어 장비가 스쳐 지나간다.

아이언맨3도 어김없이 오라클이 나타나는데, 이번엔 좀 더 본격적이고 노골적이다.

가장 극명한 부분은 시골마을에서 적을 추적하던 토니 스타크가 한 방송사 차량에 탑승해 국방부망을 해킹하는 장면에서다. 허름한 봉고 방송차량 안에서 컴퓨터를 만지는 와중, 개리란 이름의 차량 주인이 나타난다.

토니 스타크와 개리가 만나는 순간. 토니 뒷편에 오라클-선 로고가 선명히 나타나며, 오라클의 엔지니어드시스템 '엑사데이터 X2-8'이 등장한다. 엑사데이터는 이후 수초간 나왔다가, 다른 컷에서도 잠시 나타난다.

엑사데이터는 오라클 역대 출연진 중 가장 긴 시간 아이언맨 시리즈에 출연했다. 아이러니한 건 자동차에 실려있던 엑사데이터가 싣고 다니는 차량의 수십배에 달할 것 같다는 점. 엑사데이터 X2-8은 해당 장비의 최고사양구성으로 한대에 3억원대를 오간다. 개리는 어떻게 그 비싼 엑사데이터를 구했을까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오라클이란 단어가 대사 속에서 딱 한 번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토니 스타크가 그의 경비원이었던 해피가 폭탄테러에 당하자, 범인을 잡겠다며 자신의 방에서 현란한 분석을 하는 장면에서다.

토니 스타크가 자비스에게 검색을 하려고 할 때, 자비스는 '오라클 클라우드에 접속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은 토니 스타크의 체조에 가까운 컴퓨터 분석작업이다.

■대체 어떻게 해킹을 한거야! 중국 TCL

아이언맨3엔 많은 휴대폰이 등장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토니 스타크가 만다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부분이다.

스타크가 기자들에 들러쌓여 질문을 받고 있을 때 누가 봐도 모델처럼 생긴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질문을 던지고, 동영상촬영을 한다. 다른 기자들이 방송용 카메라와 DSLR을 들고 있을 때 그 남자만 유독 휴대폰을 사용한다.

스타크는 그의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적에게 언제든 덤비라며 소리를 치고, 남자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뺏어 Bill me!라 소리지르며 집어 던진다.

꽤 오랜 시간 출연하는 이 남자의 휴대폰은 한국인에겐 낯선 디자인이다. 해당 휴대폰은 중국 TCL에서 제작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알카텔 원터치 아이돌'이다.

알카텔 원터치 아이돌? 프랑스 알카텔루슨트의 물건이 아니다. 휴대폰 명칭이 '알카텔'이다.

사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TCL은 프랑스의 통신장비업체 알카텔과 합작사를 만드는데 'TCL&알카텔'이란 회사다. 휴대폰 사업을 벌이기 위해 탄생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 합작사는 2005년 1년도 안돼 TCL이 알카텔측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라졌다. 프랑스 알카텔은 이후 루슨트를 합병해 통신장비회사로서 덩치를 키워갔고 오늘에 이르렀다. 알카텔루슨트는 개인소비자장비는 판매하지 않는다.

중국의 TCL은 이후 알카텔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고군분투끝에 올해부터 휴대폰 사업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잇다. 알카텔 원터치 아이돌은 TCL의 스마트폰 브랜드이며, 알카텔은 TCL의 자회사다.

토니 스타크 저택 1층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보여주는 고화질 TV 역시 TCL의 LED HDTV다. 하지만, 알카텔 원터치 아이돌 제품에도, 스타크의 TV에도 TCL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억울했던 것일까. TCL이란 글자는 엉뚱한 장면에서 다시 나타난다. 미국 대통령이 해킹을 당했다는 자신의 휴대폰을 카메라에 들이밀며 외친다. 대체 어떻게 해킹을 한거야!

최근엔 모바일 기기에 대한 해킹, 스미싱 등이 사회적인 우려로 떠오르는 시점. TCL의 휴대폰 2대 중 하나는 박살났고, 다른 하나는 해킹당했다.

■눈깜짝할 사이 지나간 기타 IT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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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이 끝나갈 무렵, 영화의 스폰서들이 나열된다. 앞서 오라클, TCL, 알카텔 등이 나오며 게임엔진 에픽게임즈와 미국 통신서비스회사 버라이즌의 피오스(Fios)도 등장한다.

분석SW IT기업인 SAS도 나온다. SAS의 경우 분석SW와 BI툴을 제공하는 회사로 스타크의 온갖 휘양찬란한 분석작업의 시각화를 담당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