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그녀, 게임 노래를...

일반입력 :2013/04/27 08:32    수정: 2013/04/27 17:54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쉿

남자의 자격에서 '넬라 판타지아'로 널리 알려진 배다해. 지난 15일 깜짝 결별 소식 뒤 트위터에 이 한마디 말만 남기고 묵묵히 공연 활동만 이어갔다.

앞서 발표된 게임 웹삼국지2 OST 제작에 참여한다는 간드로메다의 발표 이후 예정대로 녹음을 진행한다는 소식만 들려왔을 뿐이다.

곡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결별 소식 이후 첫 새로운 활동이 게임 OST라는 점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윤하, 부활 정동하, 더원 등 여러 가수들이 게임 OST에 참여하지만, 청아한 목소리가 뇌리에 박히게 했던 뮤지컬 배우 배다해의 게임 노래에 색다른 기대감이 생겼다.

또 한때 남자들의 노래방 최고 인기 가수였던 K2 김성면까지 가세한 웹삼국지2 OST는 묘한 긴장감도 풍겼다. 지난 2004년 이후 공식 음반 활동이 없던 터라 더욱 그랬다.

이들은 무엇보다 게임은 종합예술이다는 말에 집중했다. 그저 노래 한 곡 녹음하는 일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 게임을 하나의 예술로 더 빛나게 하겠다는 의지로만 눈빛을 반짝였다.

■“청순한 초선, 저랑 닮지 않았나요?”

배다해의 첫마디는 웹삼국지2 게임 내 캐릭터인 ‘초선’이었다. 초선 캐릭터가 너무 예뻐서 그는 OST 녹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게임 콘셉트를 들어보니 성향이나 이미지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적인 청순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고 저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목소리도 잘 맞을 것 같아요.”

이유는 단순했다. 뮤지컬 배우로 역할마다 몰입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가 초선 캐릭터를 스스로 잘 소화할 수 있단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 게임에 그려진 캐릭터 이미지가 자신이랑 닮지 않았냐고 연달아 강조하기도 했다. 거듭된 질문에 수긍하자 말을 이어나갔다.

“드라마 OST나 뮤지컬 공연은 많이 해왔지만 게임 OST는 처음이잖아요. 게임 성향과 캐릭터 성향을 맞춰야 하니 어렵더라구요. 게임 배경과 캐릭터를 숙지하는 중이에요.”

그냥 노래만 부르려고 하지 않았다. 어려서 읽은 삼국지도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부를 곡 ‘미안해요(가칭)’도 초선 캐릭터 입장으로 만들어진 노래기 때문에 자신과 닮았다는 삼국지 속 그녀의 모습에 심취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게임 플레이도 몰입하겠다고 한다. 직접 해봐야지 느낌을 안다는 것. 신이 난 목소리로 게임을 하겠다는 말에 문득 놀라자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저 게임 진짜 많이 좋아해요. 웹삼국지2 OST 소식이 나간 뒤 공연 끝나고 찾아온 팬들이 그렇게 게임 좋아하더니 결국 게임 노래도 부르냐고 놀렸어요. 실은 어려서부터 게임기랑 PC로 퍼즐 게임류를 많이 즐겼고, 대학 생활에도 FPS, 레이싱 등 가리지 않았어요. 사실 공연 빼면 나머지는 게임입니다.”

자신은 게임 습득력이 빠르다고 한다. 길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게임 관련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나아가 게임 노래로 치유하는 힘을 갖고 싶다는 말까지 보탰다.

“(게임 OST를 하기 전에) 허밍으로 하는 게임 BGM(배경음악)도 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게임을 하다 보면 몽환적인 느낌의 음악이 깔리면 어떨까 생각도 했구요. 게임 OST를 맡게 된 만큼 각오도 남다릅니다. 부정적으로만 보는 게임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노래를 불러 보일게요. 게임 OST란 장르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자칭 노래를 통한 게임 전도사가 되겠다는 배다해. 그저 홍보용 음악 녹음이 아니라 초선이 좋아서 하겠다는 그는 이미 야심찬 계획도 마련해둔 것이다.

■“전설의 부활” 웹삼국지2와 K2 김성면

웹삼국지2는 ‘전설의 부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전작 웹삼국지가 국내 웹게임 시장에 한 획을 그었고, 이를 이어받겠다는 뜻이다.

여기 또 하나의 전설이 돌아왔다. 앨범을 통한 마지막 공식 활동이 지난 2004년이었던 가수 K2 김성면이 그 주인공이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연인에게’, ‘유리의 성’으로 이어지는 간절한 목소리가 깃든 그의 대표곡 3곡은 지금의 30대 이상 남성에게 노래방 18번이었다.

이후 간간히 드라마 OST 소식만 들렸을 뿐 그는 ‘응답하라 1997’에 등장하는 옛노래처럼 추억 속에만 남았다. 그런 그가 공식적인 활동을 다시 하게 된 것이 바로 웹삼국지2 OST다.

이 게임을 국내에 서비스하는 간드로메다는 K2 김성면이 ‘전설의 부활’이란 캐치프레이즈에 딱 들어맞는다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여기에 김성면의 대학 시절 첫 밴드 활동할 때 후배였던 임일홍 감독도 제안을 했다고 한다. 진짜 전설의 부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웹게임 주 이용자가 K2 김성면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웹삼국지2 홈페이지에도 K2라는 두 글자에 환호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이어진다.

“피노키오 시절 ‘사랑과 우정 사이’를 불렀을 때만 하더라도 공연을 하면 여중고생 목소리 밖에 안들리더니 K2 이후에는 남자들이 유독 좋아했어요. 군대 위문 방송을 갔을 때 여가수가 아니라 싫어할 줄 알았는데 형 사랑해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더라구요.”

이처럼 남성들의 전설로 통했던 그는 김현식 추모 공연이나 대학교 실용음악 교수를 한다는 이야기 외에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말을 아끼면서도 힘든 시간을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어두운 시절을 얘기하기보다 게임 OST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을 종합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문화를 즐기는데 제가 더 배가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어요. 기존에 K2를 알던 이들에겐 역시 K2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해야죠.”

그의 열의는 흘러넘쳤다. 현재 녹음 단계에 접어든 곡을 두고 스스로 편곡 작업과 가사 등을 손보고 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웅장함을 살리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 기존의 삼국지를 좋아하는 기존 이용자들 대부분이 남자이다 보니 남자들의 로망적인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을 음악으로 풀어주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깊이 있고 애절한 느낌으로 부를 겁니다. 남자다우면서도 여성스런 지고지순한 것들을 담으려고 해요. 음반 한 장이 70만장 나가는 시절이 있었는데 전작 70만 이용자를 훌쩍 뛰어넘도록 힘써야죠. 제 팬들도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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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4집 음반에 속한 노래를 지목하며, 삼국지란 대작 콘텐츠 게임에 걸맞는 노래로 편곡 가능한 곡이 있다며 원곡보다 아낀다는 자신의 보물을 꺼내놓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번 OST를 시작으로 활동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가을에는 미니앨범이나 음원 두세곡을 내볼 생각이에요.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웹삼국지2 이용자와 만나 기뻐요. 좋은 만남, 인연이었으면 좋겠어요.” 한 게임과 한 가수가 알린 전설의 부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