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전문가가 게임 개발자에게

일반입력 :2013/04/24 20:38    수정: 2013/04/24 20:39

“게임은 전두엽에 자극을 줍니다, 물론 녹지는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게임 개발자 행사에 나서 꺼낸 이야기다. 게임 과몰입을 마약 중독과 같은 뇌의 변화를 이끈다는 이야기가 게임 업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술적인 바탕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실제 전문가의 이 같은 강연이 눈길을 끈다.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3’에 중앙대 한덕현 교수가 강연 연사로 참여, 게임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청중의 귀를 가장 사로잡은 내용은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다. 게임을 오래 한 선수일수록 전두엽 피질이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즉, 사고력 등을 관장하는 부분이 더욱 발달됐다는 뜻이다.

그간 장시간 게임을 하는 이용자의 뇌 기능이 둔화된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그는 강연 후 이어진 인터뷰 자리에서도 마약이나 알콜에 반응해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과 게임 플레이 욕구 관장 영역이 같다고 해서 같은 중독 현상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달리 블리자드의 세계적인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를 예로 든 발표 내용이 개발자 중심인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게임의 시각적 요소의 차이에 따라 뇌의 다른 부분이 반응을 한다는 것. 두 게임의 차이는 2D와 3D 그래픽의 차이다. 전작의 경우 전두엽 발달이 두드러졌고 후작은 두정엽과 균형감각을 다루는 소뇌가 발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시각적 요소가 뇌에서 반응하는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는 설명이다.

시각 요소와 함께 청각 요소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아직 그래픽 중심의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청각 중심의 게임도 각광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기능성 게임에서 먼저 시작된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반복과 변형이란 뇌 자극 요소도 게임 개발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할수행게임(RPG)의 꾸준한 인기를 일정한 반복으로 설명했다. 또 약간의 변형은 이용자에 새로운 재미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물 중독 두뇌를 얘기하며 게임 산업 규제의 정당성을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을 넘어선 발표 내용이란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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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두뇌에 미치는 결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게임이 영화와 같은 종합 예술이란 관점에서 실제 치료에 필요한 각종 기능성 게임부터 일반 이용자들도 더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한 교수는 중앙대 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하버드 뇌과학연구소에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현재 중앙대 병원의 게임과몰입치료센터의 팀장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