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 카메라 시장 큰 손으로

일반입력 :2013/04/18 08:08    수정: 2013/04/18 18:35

김희연 기자

곡성 기차마을을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옆에 계시던 70이 다 되어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말씀을 걸어 오시더라구요.

제가 카메라를 옆으로 메고 있었는데, 그걸 보시고

학생, 사진 찍는 거 좋아하나봐?

아.. 네. ;;

그게 그.. 디..에스엘알 그건가?

속으로 '와.. 할머니께서 DSLR도 아시네..' 하고

와.. 할머니 연세에 이런 거 잘 모르시던데.. 어떻게 잘 아세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대답하시길...

내가 옛날에 젊었을 적에 니콘에 쩜사 물리고 다녔는데...

SLR클럽 게시판, 2013-01-03 아이디:아웅심심해♥ 게시물 中 발췌

최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카메라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고령화 사회가 낳은 의미있는 시장 변화다.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현장 관람객들 가운데는 눈에 띄는 참관객이 있었다. 바로 노년층 카메라 마니아들이다. 전시장 부스에 참가한 카메라 업계 관계자들 대다수도 올해같은 진풍경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해외에선 이러한 변화가 일반화된지 오래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실버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일본은 지난 2002년부터 40대 이상 연령층의 카메라 구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40대 이상의 카메라 구매자들이 전체 43%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74%나 차지하며 노년층의 구매 저력을 과시했다.

과거 20~30대 위주였던 카메라 시장이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노년층이 실제 카메라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업계 한 관계자는 “노년층 카메라 인구가 많은 일본은 노인들을 위해 일찍부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동호회나 교육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일본 내 공원이나 전통 관광지에서 쉽게 카메라를 한 손에 든 노인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과 문화가 비슷한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노년층의 여가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국내 노년층 카메라 인구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관련업계는 국내 카메라 시장의 노년층의 비중이 크게 늘기 시작한 데에는 여가활동 가운데 등산이 인기를 끈 것도 한 몫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 산 정상에 오르는 것 뿐만 아니라 멋진 풍경을 카메라로 담는 활동을 즐기는 노인들이 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니콘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노년층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에 카메라를 구입해 취미활동을 즐기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 개최한 출사대회에도 노인분들이 상당수 참석해 멋진 실력을 뽐내는 분들이 계셨고 때문에 카메라 업체들도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진 활동을 장려하고자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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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P&I에 참석한 관람객 박종현㉞씨는 “이전에도 P&I에 관람하러 왔었는데 올해처럼 전시장에 노인분들이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특히 할머니들이 카메라를 목에 거시고 신제품 카메라를 유심히 살펴보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무척 인상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인 카메라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윤복희(69)씨는 “우연히 노인복지회관에서 카메라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었다”면서 “젊은 사람들처럼 멋진 사진 기술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직접 사진을 찍으며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