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소송 2년...변호사들 '돈벼락'

일반입력 :2013/04/13 07:52    수정: 2013/04/15 09:01

남혜현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서 소송을 시작한지 오는 15일로 2년이 된다. 소송은 미국에 이어 한국과 일본, 독일,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9개국으로 번졌다. 소송에 항소, 판매금지 가처분 등 전방위로 퍼지며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냈다.

12일 로펌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2년간 한국과 미국 등지서 변호사 수임료로만 수천억원을 썼다.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물어야 하는 배상액 외에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변호사 수임료다.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다, 거듭된 추가 소송으로 정확한 수임료를 합산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 변호사들의 시간 당 임금이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비용은 충분히 추산된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은 어떻게 임금을 청구할까.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 소송에 정통한 변호사, 변리사 4인에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최상위급 변호사들의 경우 국내선 시간당 80만원, 미국선 1천달러(약 113만원)의 시간당 수임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80만원의 수임료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차나 경력에 따라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나뉜다. 60만원 이상을 받는 국내 변호사들은 대부분 고등법원 판사 출신이거나 특정 부문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국내외 최고 수준으로 분류된다. 국내 소송에서 각각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률대리인인 광장과 김앤장은 지식재산권 출원과 분뱅 부문의 최고인 1등급 로펌에 해당한다. 광장은 이 소송에만 15명의 변호사를 투입하고 있다.

한 변리사는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사건 당 수임료를 받는다. 다만 최상급 로펌의 경우에 시간당 수임료가 책정된다며 한 로펌에서 10명이 투입되면 그 10명이 모두 별도로 시간당 수임료를 받는데, 그 액수는 사람마다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변호사 시간당 수임료가 더 센 편이다. 적게는 350달러(약 40만원)에서 많게는 1천달러(약 113만원)까지 받는다. 큰 돈이 들어가는 만큼, 미국내 로펌 선정의 우선 순위는 로비력이다. 누가 더 로비력이 센 로펌을 고르느냐가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소송 담당 로펌으로 퀸 임마누엘(Quinn Emanuel)을, 애플은 모리슨앤드포스터(Morrison&Foerster)를 선임했다. 두 로펌은 미국서 특허 분쟁과 기업합병 등에 강점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변리사는 큰 돈이 들어가는 소송이므로 삼성과 애플이 가능한 로비력이 강한 곳으로 로펌을 골랐다며 이 로펌들은 미국에서도 로비력이 강한 곳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통상 600달러 이상을 시간 당 수임료로 받는 변호사들은 어떤 일을 할까. 정답은 재판과 관련한 모든 일이다.

특허 소송의 경우, 관련 특허에 대한 조사부터, 특정 사건과 관련한 기록 검토, 회의, 고객과 전화 하는 시간, 자료 준비, 준비 서면 작성, 그리고 법정에서 변론까지 모든 업무가 시간으로 기록돼, 수임료로 전환된다.

취재에 응한 한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 대한 모든 일을 매일 타임 스케줄에 기록하고, 거기에 맞춰서 비용을 청구한다며 사건번호와 그 일에 관련한 내용을 적는다. 다 정리해서 청구한다고 말했다.

물론, 외부 로펌만 특허 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에선 수백명이 관련 업무를 본다. 내부 법무팀은 물론, 지적재산권(IP)팀, 라이선스팀, 기술분석팀 등이 운영된다. 삼성 내부와 외부 로펌 변호사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일을 진행하는 식이다.

1심이 끝나고 항소심으로 이어질 경우엔 물론, 앞서 있었던 소송의 모든 비용이 청구된 후 새 소송을 시작한다. 즉, 항소심이 시작되기 전에 1심에 대한 모든 청구 비용이 청산되는 시스템이다.

수임료 청구 외에 로펌이 벌 수 있는 돈은 소송에서 이겼을 경우 받는 성공보수다. 그러나, 모든 소송에서 성공보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보수 여부는 계약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국과 미국에선 대체로 대부분 이를 인정하는 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에는 성공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 당 수임료를 많이 주는 것을 조건으로 성공보수가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앞서 대답한 변호사는 보통 착수금을 받고 사례금을 받는데, 시간당 수임료를 받을 경우 그 일에 드는 시간만큼의 노력에 대한 대가라 성공 사례금이란 개념이 없다. 이번 사례에도 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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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반적인 소송에선 성공보수가 대부분 있는 편이다. 성공보수는 전체 청구하는 수임료의 100%다. 패소한 경우, 성공보수는 없다. 대신 패소한 측이 이긴측의 재판 비용을 모두 물어주는 경우는 잦다.

또 다른 변리사는 미국의 경우도 우리나라처럼 성공보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성공보수를 적시하는 계약 문구가 있는데, 이것이 소송을 승리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