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청문회]“朴과 텔레파시”…말말말

일반입력 :2013/04/10 19:41    수정: 2013/04/11 09:25

전하나 기자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서 열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현장은 종일 뜨거운 설전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의 측근 혹은 실세인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이 후보자의 태도와 발언이 계속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제2의 최시중’으로 빗대는 등 정치적 수사로 공격을 가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때로 비아냥거리는 듯한 어조로 응수했고, 이에 대한 사과 요구가 잇따랐다. 이 후보자를 비롯해 이날 나온 여야 의원들의 눈길 끄는 말들을 모아봤다.

O…“유신은 영구집권 위한 친위 쿠테타”

“유신체제를 평가해 달라”는 신경민 의원(민주통합당)의 질의에 대한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소신 발언. 다른 장관 후보자들이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과 대조된다. 이 후보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근대화를 이룩하고 국민의 민족 자존심을 일으킨 고과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유신은 민주주의가 퇴보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놓친 민주화를 완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O…“박 대통령과 텔레파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무 때나 전화하는 사이냐”는 물음에 이 후보자는 “전화야 걸 수 있지만 지난 4개월 동안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면서 “전화를 안 한다고 해서 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과는 멀리 있어도 무선으로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답했다.

O…“감사합니다”

유승희 의원(민주통합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 “누가 봐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말하자 후보자의 반응.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 후보자는 의원들이 자신을 과대 평가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 표현이라고 해명.

O…“처음에는 보통 사양하지 않나”

이 후보자는 유 의원이 “대통령이 요구해도 위원장직을 당연히 고사했어야 한다”고 한데 대해서도 “처음에 고사했다”고 바로 맞받아쳤다. 유 의원이 “고사했는데 왜 다시 수락했나”고 재차 묻자 “처음에는 보통 사양하지 않나”는 식의 말장난으로 대꾸해 여야 의원들의 웃음과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다.

또 “박 대통령의 최시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대해 “감옥도 같이 갈거라고 보나”라고 비꼬았다.

O…“가수는 맞는데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김을동 의원(새누리당)이 “따님 분이 유명한 가수죠”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김 의원이 또다시 “삐삐밴드 활동 당시 젊은 분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고 하자 “인기는 없었습니다”고 되풀이했다.

O…“아내 몰래 숨겨둔 5천만원 들통”

최민희 의원(민주통합당)이 국회의원 퇴임 이후 재산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자 이 후보자가 내놓은 변. 최 의원은 “이 후보자가 18대 국회의원 퇴임 이후 직업이 없어 소득이 없었음에도 지난해 7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예금보다 현재 예금이 5천만원 이상 증가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O…“신앙인으로서..”

이 후보자가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자신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그는 “신앙인으로서 늘 바르게 사려고 하지만 저 역시 불완전하고 부족한 사람”이라며 “과거 실수했던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고개를 못들겠다. 일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말을 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3년 12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위원장을 점거하고 있던 김희선 전 민주당 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있으면 주물러 달라고 앉아 있는 거지”라고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O…“여러분”

이날 이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을 습관적으로 칭한 말. 유승희 의원은 “보통 존경하지 않아도 존경하는 의원님을 부르는 관례가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왜 자꾸 여러분을 찾냐. 국회의원 4번 했다고 이래도 됩니까. 후배들한테 본을 보이셔야지”라고 핀잔을 줬다.

O…“특별 방통대군 나셨다”

전병헌 의원이 이 후보자를 최시중 전 위원장과 비교하며. 전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업그레이드된 최시중의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많다”며 “제2의 방통대군이 아니라 특별 방통대군”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이경재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제2의 방통대군’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O…“친정집이 그리 따뜻하지는 않군요”

청문회 오전 질의를 마무리하면서 한선교 미방위원장(새누리당)이 한 말. 이날 청문회 초입에서 이 후보자가 “친정집에 온 기분”이라고 했으나 의원들의 거친 질타가 계속되자.

O…“한번 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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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의 경과보고서 채택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 노웅래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 끝머리에서 후보자의 자질과 청문회에서의 경솔한 태도를 문제 삼으며 “우리는 방통위원장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한번 해보시죠.”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여야 합의로 적격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 이 후보자는 곧바로 방통위원장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거나 아예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다음 주 후반에나 대통령 직권 임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