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사, 'CPI' 특허 등록 태풍경보

일반입력 :2013/04/09 08:41    수정: 2013/04/09 10:26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의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 업체가 ‘리워드를 통한 앱 설치 마케팅’ 공식 특허 등록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에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선물을 지급해오던 게임사들의 마케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게임사들은 다소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신중히 검토해 본다는 입장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종합 마케팅 전문 회사인 나우마케팅은 리워드를 통한 앱설치 마케팅 특허 출원을 신청해 지난 달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리워드를 통한 앱 설치 마케팅이란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그 대가로 게임머니, 아이템, 현금, 쿠폰 등을 지급해 주는 앱 마케팅 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많은 앱 업체들은 물론 모바일 게임사들이 즐겨 쓰는 대표적인 광고 비즈니스 모델로, 이용자들을 한꺼번에 끌어 모을 수 있어 많은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게임사들은 앱스토어, 구글 스토어, 카카오톡 등에서 게임 순위를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앱스토어에서 A게임을 다운로드 하면 무조건 게임 아이템을 드립니다”와 같은 이벤트가 대표적인 리워드 앱 설치 마케팅으로, CPI(Cost Per Install)라고도 부른다.

CPI는 신규 앱을 쉽게 홍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지난해 국내 시장 연간 규모 400억원 시장까지 성장했다. 국내 CPI 주력 업체만 100여개에 달한다는 것이 나우마케팅 측의 분석이다. 일반 모바일 게임업체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수천 개까지 불어난다.

나우마케팅이 이번 특허를 등록하면서 모델로 삼은 것이 바로 검색광고 회사 오버추어의 사업 모델인 CPC(Cost Per Click)다. 이 회사는 키워드 검색을 통한 클릭이 발생했을 때 받는 광고비로만 국내에서 수조원에 벌고 있다. 이에 나우마케팅 측은 CPI 특허가 CPC만큼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사들은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외부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CPI 광고를 해왔던 업체 역시 사안을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게임빌은 CPI 마케팅을 자체 모바일 소셜플랫폼인 ‘게임빌 써클’을 통해 진행해 왔다. 자사 게임들을 다운로드한 고객들에게 특정 아이템이나 쿠폰 등을 주는 형태로 마케팅을 펼쳐 왔다. 컴투스 역시 일부 외주 방식으로 CPI 마케팅을 진행한 적도 있지만 자체적인 인력과 시스템으로 해당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두 회사는 마케팅 팀과 법무 팀을 통해 나우마케팅 측의 주장처럼 CPI 사용이 특허에 침해 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아직 어느 선까지 특허 침해가 인정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해당 사안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 CJ E&M 넷마블은 외부 대행사를 통해 CPI 마케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번 특허 등록으로 기존 대행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적법한 대행사를 통해 CPI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위메이드는 아직 내부 검토 사안이라 CPI 마케팅 경로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결국 이 회사도 나우마케팅이 등록한 특허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사들이 CPI 마케팅 특허 등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이 마케팅 방식이 너무나 일반화 됐기 때문이다. ‘애즐’, ‘애드라떼’ 등 CPI를 활용한 대표적인 리워드 앱들도 많을뿐더러, 게임사들도 자체적으로 또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이벤트를 활발히 펼쳐와서다.

특허권자인 나우마케팅은 각 업체별로 특허 침해 증거자료 수집을 거의 마친 상태라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CPI 업체들과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1차 타깃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경쟁업체들이지만, 2차 타깃은 자체적으로 CPI 마케팅을 펼치는 모바일 전문 회사들이다. 게임빌, 컴투스 등의 게임사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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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관계자는 “CPI는 그 동안 어느 한 업체의 특허라고 인식되지 않고 많은 마케팅 대행사들이, 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회사들이 진행해 온 광고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라면서 “나우마케팅 측 역시 아직 해당 특허로 인해 어느 정도까지 보상 받을 수 있고 수익 모델을 가져갈 수 있는지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모색하는 단계인 만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나우마케팅 대표는 “이번 CPI 특허 획득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CPI 분야에 갑작스런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변리사,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후 대처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