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왜 수억명 쓰던 메신저를 죽였나

일반입력 :2013/04/06 17:27    수정: 2013/04/08 08:26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라이브 메신저가 스카이프로 바뀐다. 그 이름이 'MSN메신저'일 때 국내 PC용 메신저 시장을 주름잡았던 서비스지만, 회사의 모바일 대응전략에 따라 기존 입지가 큰 스카이프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단순히 일반사용자의 모바일메신저를 잡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 기업용 통합커뮤니케이션(UC) 플랫폼과의 연합으로 비즈니스 시장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8일부터 MSN메신저 또는 윈도라이브 메신저 실행시 자동업데이트 방식으로 스카이프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지난 3일부터 한국MS가 사용자들에게 안내한 '스카이프로의 통합'이다. MS는 지난해 11월부터 MSN메신저 사용자들에게 메신저 기능과 서비스가 스카이프로 통합된다고 예고해왔다.

2개 서비스가 통합된 이후에도 MSN메신저를 써온 사용자들이 기존 계정으로 스카이프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따로 가입하거나 새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또 2개 서비스를 모두 써온 사용자들은 MSN메신저 계정을 스카이프로 통합해 기존 연락처와 메신저 연락처를 유지할 수 있다.

MS는 지난 2011년 10월 스카이프를 인수후 MSN메신저와의 기능 통합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스카이프가 음성 및 영상통화와 채팅같은 MSN메신저 기본기능에 더해 단체 영상통화와 전송메시지 편집과 삭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MSN이 제공한 기능은 모두 스카이프에도 있으니 갈아타라는 얘기다.

■스카이프, PC 터줏대감의 모바일 한수

MS는 스카이프를 인수한 시점 이전에 이미 MSN메신저의 '최후'를 예견한 듯하다.

지난 2009년 서비스 10주년을 맞은 MSN메신저의 실사용자 규모는 3억3천만명, 그해 스카이프 사용자 규모는 1억7천만명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사업체 컴스코어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현지 MSN메신저 사용자가 최근 1년새 절반가까이 줄었고, 같은기간 스카이프 사용자는 순증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MS가 밝힌 스카이프 사용자수는 매달 2억8천만명이다. 3년 몇개월만에 1억명 이상 늘었다.

이는 일반인들의 컴퓨팅플랫폼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MS가 윈도를 7버전까지 PC 중심의 운영체제(OS)로 키워 오다가 지난해 출시한 윈도8부터 태블릿 장치와 터치스크린이란 특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MSN메신저와 스카이프는 PC용 메신저와 인터넷전화 프로그램으로 태생부터 다르다. 기능적으로 통합됐다고 해서 기존 사용자 경험이 보전될 것이라 기대할 순 없다. 간단한 메신저 기능만을 써온 사용자라면 프로그램 기능보다 익숙함이나 지인들이 뭘 쓰냐에 따라 움직이기 쉽다. 이 경우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라인 같은 모바일 및 PC용 메신저가 간편한 대안이다.

■이번에도 답은 기업 시장

스카이프로는 MSN메신저를 써온 일반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이는 MS가 스카이프를 인수한 목적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항으로 비친다. 그와 별개로 회사는 스카이프로 기업시장에서 PC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전략을 강화할 셈이다.

현재 기업내 표준 업무용 PC는 여전히 MS의 윈도지만 모바일 기기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애플 iOS 아니면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기업용 모바일 시장마저 양분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직장인들이 일터에 개인용으로 산 모바일 기기를 가져와 쓰고 있다. MS가 윈도폰으로 추격중이지만 당장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MS도 PC가 예전만큼 업무용 컴퓨팅 기기의 절대적 중심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최신 OS 윈도8과 오피스2013을 만들면서 PC와 태블릿, 양쪽 환경을 고려했다고 강조하는 속내다. MS가 그리는 기업용 협업 시나리오에서 타사 모바일 플랫폼을 무시할 수 없을 뿐아니라, 주요 협업 기능을 충실히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스카이프는 일찍부터 MSN메신저보다 지원하는 플랫폼이 다양했다. 윈도뿐 아니라 리눅스와 맥OS X용도 개발돼왔다. 또 여러 모바일 OS에서도 쓸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도 윈도폰 및 윈도8 버전 애플리케이션 뿐아니라 iOS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쓰인다. 심지어 소니 휴대용게임기 PSP와 노키아 심비안 스마트폰에서도 접속할 수 있었다.

■MS는 스카이프를 어떻게 '기업용'으로 만드나

링크는 비즈니스유저를 위한 UC플랫폼이고, 스카이프는 일반소비자를 위한 UC플랫폼이다. MS가 스카이프 활용처로 구상한 것은 기업용 메시징 및 통합커뮤니케이션(UC) 솔루션과의 연계다.

최신 링크 사용자가 프레즌스 기능, IM이나 전화걸기를 스카이프로도 할 수 있게 만든 게 그 시작이다. 이런 스카이프와 링크의 전사수준 기능, 제어성, 관리용이성을 조합하면 고객사가 공급업체, 고객사, 파트너 없이 연결 및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MS는 주장한다. 향후 링크와 스카이프의 조합은 더 긴밀한 오피스와의 통합으로 이어진다.

지난 2월 중순 MS가 오는 6월부터 스카이프와 기업용 UC제품 '링크'를 통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링크는 기업인스턴트메시징(IM), 인터넷전화(VoIP), 화상회의 등을 구현해주는 비즈니스사용자를 위한 UC플랫폼이다. 회사는 당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처음 열린 링크컨퍼런스를 링크2013 제품에 강화될 화상회의, IM, 음성서비스 교차지원 등의 기능을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링크2013 기능을 테스트해온 일부 MS 고객사들은 스카이프와의 연계(federation)를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MS에서도 스카이프 연계성이 링크2013 정식 제품의 일부로 설계됐다고 표현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최신 오피스 클라이언트와 서버 제품 출시에 맞춰 소개된 '링크서버2013 RTM'이 등장했을 땐 스카이프 연계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또 외신 보도에 따르면 MS는 지난해말 링크 담당부서를 스카이프 담당부서 소속으로 재배치했다. 링크 소속 실무자들은 스카이프 사장 토니 베이츠에게 직접 보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링크 제품의 재무성과는 원래 스카이프사업부가 속했던 '엔터테인먼트디바이스유닛'이 아니라 오피스제품을 담당하는 MS비즈니스사업부(MBD) 일부로 보고된다.

■링크서버 로드맵

MS는 기존 오피스제품에 보여온 2~3년주기의 서버계열 제품 출시 일정을 단축시킬 계획이다. 최신판 링크서버2013 제품이 RTM으로 공개된건 지난해 말이다. 그 차기 버전은 약 18개월만인 내년 2분기 나온다.

MS는 링크서버 접속용 클라이언트를 스카이프와 별개로 제공한다. 모바일용 앱도 윈도폰, iOS, 안드로이드용으로 각각 만든다. 새로운 모바일 클라이언트는 VoIP와 인터넷화상전화 기능을 제공한다. 아이패드 태블릿 사용자들은 '링크미팅'이라는 공유데스크톱뷰 또는 앱 콘텐츠 보기 기능을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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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서비스 기반 UC플랫폼인 '링크온라인'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이는 오피스365 및 다른 서버 구성요소인 익스체인지온라인과 셰어포인트온라인의 개선시기에 맞춰 진행된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별개인 설치형 링크 제품용 업데이트 제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용자에게 연례적으로 빈번하게 제공되는 링크 시스템의 최신업데이트를 매번 적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향후 18개월 이내에 링크온라인이 지원할 기능 목록에는 전사음성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11년 링크온라인 서비스 업데이트 계획에서 처음 언급된 변화다. 아직 확정 서비스 일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18개월안에 링크온라인과 링크서버에 함께 제공될 기능으로 '스트럭처드미팅'이 있다. MS는 이게 구현되면 기존 '라이브미팅' 솔루션을 써온 고객들을 링크 기반으로 데려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