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폰, 카톡에 불똥튈까

일반입력 :2013/04/05 11:03    수정: 2013/04/05 11:31

전하나 기자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온통 페이스북 상의 친구들 글과 사진이 연속해서 보여진다. 음악을 듣는 중에도 페이스북 친구들의 얼굴이 아이콘으로 뜨면 곧바로 채팅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시지 뿐 아니라 문자 메시지 확인도 가능하다.

페이스북이 4일(미 현지시간) 발표한 ‘페이스북 홈’을 이용했을 때의 상황이다. 페이스북 홈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갖춘 스마트폰을 페이스북 기능 중심으로 바꿔 사용하도록 만들어주는 런처 서비스다. 페이스북 사용자 입장에선 기존에는 앱 실행 등 몇 단계를 거쳐야 했던 절차를 생략하고 보다 직관적으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어 편리하다.

삼성처럼 제조사도 아니고 구글처럼 OS사업자도 아닌 페이스북으로선 휴대폰 첫 화면을 점유해 모바일 플랫폼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사용자가 모바일에 첫 진입하는 관문을 장악함으로써 페이스북에 대한 사용자들의 충성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홈은 오는 12일부터 HTC One X, HTC One X+, 삼성 갤럭시S2, 갤럭시 노트2 등에서 우선 이용 가능하며 곧 출시될 HTC One과 갤럭시S4에도 적용된다. 미국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수주 내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과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카카오를 비롯해 NHN, 다음 등은 현재 런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운영 중이다. 특히 이들 서비스가 카카오톡, 라인, 마이피플 등과 연계될 것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 홈은 더욱 만만찮은 상대다.

페이스북 홈이 활성화될 경우 사실상 무료 메신저나 문자서비스(SMS)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페이스북 홈을 통해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전화번호부에 병합하는 식의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무료 문자 서비스, 페이스북 메신저 앱을 활용한 무료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서비스 등을 잇따라 내놓는 등 종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지향하며 사실상 국내서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 영역을 조금씩 잠식해왔다.

국내서 페이스북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젊은층에서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페이스북 홈 출시 이후 적지 않은 반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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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업자들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비상 신호등이 켜졌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경우 전세계 가입자수가 각각 8천300만명, 1억3천만명이나 작년 말 페이스북 모바일 사용자수는 6억8천만명에 이른다.

반면 페이스북 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다. 미 전자제품 쇼핑 사이트 ‘레트레보’가 이날 페이스북 발표 직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 홈을 쓰지 않겠다는 대답은 82%나 됐으나 사용겠다는 대답은 3%에 그쳤다. 국내 한 IT업체 종사자는 “런처는 가치 중립적인 플랫폼이 돼야 하는데 ‘락인(묶어두기)’ 전략을 쓰면서 사용자의 관성을 요구하는 페이스북 홈은 필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