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문자 폭탄에 ‘조인’ 벼랑 끝

일반입력 :2013/04/05 08:16    수정: 2013/04/05 08:21

정윤희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 조인(joyn)이 기로에 섰다. 가입자 확산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느린데다 문자메시지가 무제한 제공되면서 일대 혁신이 필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조인의 다운로드 숫자는 이통3사 합쳐 240만건에 달한다. 이중 SK텔레콤이 154만, KT가 61만, LG유플러스가 25만건 수준이다.

다만 이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다운로드 숫자일 뿐 실제 액티브 이용자의 숫자는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시 초기 이통사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카카오톡을 잡겠다며 기세등등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 KT가 망내 무제한통화, 통신사 관계없이 문자메시지 무제한 요금제 ‘T끼리’와 ‘모두 다 올레’를 각각 내놓으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만간 LG유플러스 역시 무제한 문자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면적인 문자메시지 무제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황이 안 도와주네~”…조인, 앞날은?

업계 일각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조인이 망내 무제한 요금제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자기잠식효과(카니발라이제이션)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쟁서비스들이 게임, 음악, SNS 등을 끌어들이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데다 PC버전을 내놓으며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망내 무제한통화, 문자 무제한 출시 이후 내부적으로는 RCS 관련 인력들이 다소 애매해진 감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문자메시지 무제한으로 인해 ‘조인’의 고객 유인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시장분석그룹장은 “조인은 문자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제공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고 가입자 규모가 적어 네트워크 효과가 떨어진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조인이 단순히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와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카카오톡 등으로 문자 매출 감소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망내 무제한 요금제가 나오면서 문자는 무제한으로, m-VoIP는 하위 요금제에도 허용됐다”며 “조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 가입자를 확 끌어들일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통신사들이 망내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데이터 위주의 요금제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는 배경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조인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서 소비자에게 어떠한 효용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인은 카카오톡 등 OTT 사업자들의 데이터 사용에 대항키 위해 나왔지만 이미 경쟁서비스들이 수천만 단위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너무 늦게 출시됐다”며 “조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조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툴로 진화할 것”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조인’을 단순한 문자메시지의 대체제가 아닌 ‘진화된 커뮤니케이션 기본 툴’로 정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요약하자면 문자나 채팅 기능 외에도 ‘조인’에는 위치 공유, 영상 공유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업그레이드 버전도 착착 준비 중이다. 우선 SK텔레콤은 2분기 중으로 조인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고 오는 하반기에 조인티2.0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인은 파일보내기, 위치 전송 등 문자메시지와는 다른 장점이 있으며 차세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툴로 발전한다는 기본 의미에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는 과정에서 고객 감성에 맞는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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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당장 지난 1일에도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룹통화 시나리오를 개선하고 문자로도 스티커, 연락처, 지도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향후 조인을 문자, 채팅 등을 완전히 대체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서비스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하반기까지 조인/문자 메시지 중복 수신현상을 개선하고 스팸차단, 예약발송 등의 기능도 추가하는 등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