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장 노리는 ARM의 '창과 방패'

일반입력 :2013/04/05 10:58    수정: 2013/04/05 11:53

정현정 기자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인텔이 PC 시장 지배력을 모바일까지 전이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인 가운데 ARM은 인텔의 텃밭인 서버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지향해 온 인텔과 ‘최적의 성능’을 내세웠던 ARM의 새로운 경쟁구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ARM은 최초 64비트 아키텍쳐인 ARMv8 코어텍스(Cortex)-A50 시리즈를 출시와 함께 서버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올 연말께 ARMv8 코어텍스-A50 시리즈 샘플 칩이 출하되면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ARM은 RISC(축소명령형컴퓨터) 기반 저전력 기술의 특장점을 서버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시키고 가격은 다운시켜 인텔이 서버 시장 독주를 무력화 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미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기업에서 공개적인 관심을 피력한 상태다. 유럽연합에서는 ARM 기반 프로세서를 이용해 하이브리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몽블랑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일차 목표는 상대적으로 고성능이 필요치 않은 마이크로 서버 시장이다. 마이크로 서버 시장은 전체 서버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서버 시장을 독점하는 인텔이 마이크로 서버에 까지 고성능 CPU를 공급해 오버스펙화 된 시장에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ARM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 서버 등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는 고성능의 인텔 서버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는 절대적인 퍼포먼스가 중요치 않은 분야에도 고성능 인텔 서버를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ARM 기반 서버로 대체할 경우 냉각팬과 에이컨디셔너 비용이 적게 들고 공간 소모도 적어서 유지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2년 정도면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ARM이 서버 시장에 진입해 인텔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경우 전체 서버 시장에 가격 인하 효과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고객사들 입장에서도 ARM 코어에 기대가 높은 상항이다. 기존 주요 제품군이었던 모바일 제품 대비 서버 제품의 마진율이 크게 높기 때문이다. 64비트 A57 코어도 이러한 고객사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미 몇몇 업체에서 ARM 기반 서버용 칩을 개발 중이다.

한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인텔도 아톰 프로세서를 앞세워 모바일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ARM 기반으로 구동되는 윈도RT를 내놓으면서 굳건했던 ‘윈텔’(윈도+인텔) 동맹에 변화가 생겼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ARM 기반 CPU가 아닌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서도 구동되도록 했다. 인텔은 타이젠 OS를 제2의 안드로이드로 키우려는 목표다.

ARM은 ‘생태계’를 방패로 내세워 인텔의 반격을 저지할 예정이다. 현재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비롯해 40~50여개의 OS가 모두 ARM을 기반으로 구동되고 관련 응용프로그램과 관련 툴들도 역시 ARM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때문에 새로운 CPU가 등장하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구축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저전력 소모에서도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주로 PC를 지원해왔던 인텔의 x86 아키텍쳐는 CISC(복합명령형컴퓨터) 체계로 구성돼 있다보니 전력 소모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전력 기술 측면에서 인텔이 ARM과 비슷한 수준을 따라잡는데 최소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만든 CPU가 퀄컴과 비슷한 가격에 더 좋은 성능과 전력 소모를 제공한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라도 검토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관건은 인텔이 특히 전력 측면에서 얼마나 빨리 ARM에 필적할만한 기술력을 갖출거냐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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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ARM코리아 지사장은 “ARM은 진입해 현재 1천개 이상의 업체를 직·간접적인 파트너사로 확보하고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는 우위에 설 수 있어도 기술 외적인 생태계 부문까지 고려할 때 시장에 쉽게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RM도 서버시장에 인텔이 구축해놓은 생태계를 뚫고 들어가야 하는 마찬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양사는 곧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지난 12년 간 ARM을 이끌었던 워렌 이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7월 1일부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후임은 사이먼 시거스 수석부사장이 맡는다. 앞서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오는 5월 사임을 예고한 바 있다. 인텔은 아직 차기 CEO를 확정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CEO 교체와 함께 양사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