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판들이 말하는 ‘콘솔 게임 위기’ 원인

일반입력 :2013/04/01 09:14    수정: 2013/04/01 16:24

국내 비디오(콘솔) 게임 시장이 불법 다운로드와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 확대로 점점 궁지에 물리고 있다. 여기에 예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져 오던 중고 게임 거래도 국내 콘솔 게임 판매처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국내 콘솔 게임 유통 대표 업체인 H2인터렉티브, 유니아나, 게임피아 3곳으로부터 한국 콘솔 게임 총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알아봤다. 또 예전부터 찬반 논란이 뜨거운 중고 게임 거래에 대한 이들의 생각도 들어봤다.

먼저 콘솔 게임 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게임 플랫폼의 다변화와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의 확대 등이 있다. 또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문제로는 ▲웹하드 및 P2P 사이트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와 ▲중고 게임 거래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시장의 트렌드와 변화의 흐름상 막을 수 없는 부분은 온라인 및 모바일 부문으로 다양해진 게임 플랫폼과, 밸브의 ‘스팀’이나 EA의 ‘오리진’과 같은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의 확대다.

‘2012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1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2천684억원으로, 전년(4천268억원) 대비 37.1%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게임 시장 점유율도 3%에 그쳤다. 타이틀 판매 추이를 보면 2011년 국내에 정식 출시된 콘솔 게임 수는 총 521개로, 전년 604개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스팀과 오리진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파격적인 할인가로 집에서 손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게임 팬들이 즐겨 이용하기 때문.

여기에 정품 사용에 대한 부족한 인식으로 불법 다운로드 업체가 활개를 치고, 이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안 이뤄져 국내 콘솔 게임 타이틀 시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나아가 중고 게임 거래의 경우는 소매점들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해외에서 게임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 시키는 총판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한지 오래다.

‘GTA’, ‘보더랜드’ 시리즈 등을 유통하는 H2인터렉티브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 콘솔 게임 유통의 현실에 한숨을 토했다. 몇몇 대작을 제외하고는 타이틀 판매량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 게임 거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이뤄지긴 하지만, 용산과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강변 및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특히 더 활성화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거래도 활발하다.

이정환 H2 팀장은 “좋은 타이틀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최소 개런티 물량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이 같은 기준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중고거래가 더 활성화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문제를 비롯해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의 확대, 그리고 웹하드나 P2P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불법복제물 게임시장 규모는 5천371억원으로, 연간 2천640억원의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를 2배 이상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관세청은 약 1천억원에 이르는 불법 복제 게임과 카트리지를 시중에 유통한 15개 온라인 쇼핑몰 운영주 등 관련자 25명 입건해 경찰에 송치한 바 있다. 콘솔 기기 당 타이틀 구매 수는 한국이 1.6, 북미 가 5.3(출처 한국닌텐도)개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조남현 유니아나 부장도 공통된 입장을 보이면서 중고 게임 거래와 불법 다운로드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은 정부를 탓했다.

조 부장은 “오래된 게임들을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저가에 거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면서도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고 시장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라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웹하드 등 불법 다운로드 단속 부분은 오래 전부터 공문도 보내고 여러 노력들을 했지만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 이를 막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미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더 이상 어려워질 수 없을 만큼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최근 ‘심시티’를 유통한 게임피아의 정철 팀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정 팀장은 중고 게임 거래가 국내 콘솔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보다 불법 복제 문제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다운로드 증가에 따른 콘솔 게임의 영향은 공감했다.

정철 팀장은 “중고 게임 거래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게임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웹하드나 P2P 단속을 위해 법무법인이나 제작사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없는 게 더 큰 문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미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은 라이트한 이용자가 빠져나간, 바닥을 친 상태다”면서 “불법 복제로 엑스박스 시장 자체는 많이 줄었지만 플레이스테이션 쪽은 충성도 높은 골수 이용자가 많이 남아있어 대작 또는 마니아성 타이틀이 여전히 잘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저작권위원회 측은 게임의 불법 유통에 대해 권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행정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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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저작권위원회 정석철 침해정보심의팀장은 “영화나 음악처럼 권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불법 유통물이 줄어들 수 있다”며 “저작권위원회가 행정 단속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권고 조치로 그칠 수밖에 없는데 게임도 영화나 음악처럼 권리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2012 게임백서를 통해 “높아진 게임 심의료와 불법 복제, 그리고 정부의 규제, 수준 높아진 모바일 게임 등으로 현재 한국 비디오 게임 시장은 위기”라면서 “현재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은 PS4나 X박스720과 같은 차세대 거치형 게임이 등장하지 않는 한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암흑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