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미래부, 넘을 산 ‘첩첩’

일반입력 :2013/03/27 14:23    수정: 2013/03/28 08:11

정윤희 기자

미래창조과학부 정식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장관 내정자 청문회가 남아있지만 1, 2차관을 내정하며 얼추 뼈대는 갖췄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앞서 청와대는 新방송통신위원장에 이경재 전 국회의원을, 미래부 1차관에 이상목, 2차관에 윤종록을 내정했다. 지난 22일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이은 것이다.

지난 26일에는 미래부 각 실국의 과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지각 출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조직정비를 서둘러 진행하고 업무공백 최소화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말 그대로 창조경제의 엔진 역할을 고민해야할 때라는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한다. 그동안 여야간 힘겨루기에 밀렸던 시급한 정책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했다. 미처 다 모으지 못한 ICT 관련 정책 기능과 부처간 융합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쌓였다.

■반쪽 컨트롤타워?…부처 협력-조직 화합 관건

당초 미래부는 ICT 전반을 아우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드러난 위상은 이에 못 미친다. MB정부 시절 4개 부처로 쪼개졌던 ICT 정책 기능은 오히려 5개 부처, 그 이상으로 나눠졌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는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 전자정부 및 빅데이터 업무는 안전행정부(구 행정안전부), 게임 및 디지털콘텐츠 R&D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존치됐다. 개인정보보호 역시 구 방송통신위원회에 남았다.

심지어 주파수 업무는 3개 부처로 뿔뿔이 흩어졌다.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가, 방송용 주파수 업무는 방통위가 맡는다. 신규 및 회수 주파수 분배와 재배치는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가칭)가 심의한다.

통신업계 고위 임원은 “주파수 정책 분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주파수 회수, 재배치 때마다 여기저기 눈치 볼 곳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자연히 업무 중복 및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ICT 정책 기능이 분산됨으로써 빚어졌던 비효율과 부처 간 힘겨루기가 재현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부가 강력한 정책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는 상태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취임사를 통해 “거대한 창조경제라는 우산 밑에 많은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미래부 두 차관이 다른 부처의 모든 차관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 그룹만큼은 부처 간 장벽을 없애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내부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화학적 결합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ICT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과학기술을 마라톤에, ICT를 단거리 달리기에 비유했었다. 현재 미래부는 6개 부처에서 700여명이 모인 상태다.

이상목 미래부 1차관 역시 “정부든 민간이든, 기업도 마찬가지로 부서 간 칸막이가 있다”며 “나부터 양보하는 마음으로 칸막이를 없애고 우리 조직 내에서 서로 도우면서 잘 될 수 있도록 해보자”고 당부했다.

■주파수 경매-사이버공격 대응, 현안 산적

당장 미래부가 손대야 할 현안도 쌓였다. 내달 1일로 예정된 최문기 장관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 외에도 주파수 할당 등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줄줄이 대기했다는 지적이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최근 ICT쪽 중견, 중소기업들과 만나 보면 미래부 출범이 지연되면서 올해 사업 및 투자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더라”며 “사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아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세팅이 늦어진 만큼 본격적인 업무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키도 했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손꼽히는 것이 LTE 주파수 할당이다. 미래부가 내달 장관 청문회 이후에야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파수 할당 역시 미뤄진 상태다. 당초 방통위는 4월 중 1.8GHz 대역과 2.6GHz 대역의 추가 할당을 진행했었다.

이에 미래부는 전파정책기획과, 전파방송관리과, 주파수정책과의 과장을 유임시켰다. 업무의 연속성과 정책 일관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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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 대응 또한 발등의 불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언론 및 금융 전산망 마비 사태로 인해 국가사이버안보체계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방통위는 전산망 마비를 유발한 악성코드가 중국IP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업계 대관업무 담당 임원은 “장차관 내정자들이 업계 사정에 밝은 분들인 만큼 많은 기대가 된다”며 “미래부가 하루빨리 정상 출범해 현안들을 처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