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킵, 에버노트 상대론 역부족인 이유

일반입력 :2013/03/25 08:26    수정: 2013/03/25 12:55

구글이 노트서비스 '킵(Keep)'을 선보였다. 일각에선 에버노트를 경쟁자로 의식한 행보라는데, 신빙성이 떨어지는 추론이다.

킵은 온라인 수첩이다.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간단한 필기와 사진 또는 음성파일을 더할 수 있다. 맨 위에 제목, 바로 밑에 첨부파일, 맨 아래 본문을 보인다. 저장공간은 파일보관서비스 '구글드라이브'와 공유될 듯하다. 구글 특기인 웹 중심 서비스다.

온라인 공간에 기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에버노트가 더 유명하다. 그래선지 외신들은 킵을 '에버노트 대항마' 내지 '구글판 에버노트'란 식으로 소개했다. 지원환경으로 메모를 쓰면 모바일기기와 클라우드가 알아서 동기화되는 점이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에버노트와 킵은 기능, 지원환경, 개발사 성향, 서비스 지속성 등 모든 면에서 너무 다르다.

■킵-에버노트, 어떻게 다른가

일단 에버노트도 기록 앱이지만 구글 킵보다 지원환경이 훨씬 다양하다.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여러 기기 환경을 전제했다. 주요 모바일 및 PC 운영체제(OS)에 설치 가능한 공식 앱이 제공되고 리눅스같은 미지원 플랫폼에서도 에버노트 API로 연동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반면 구글 킵은 자체 모바일OS인 안드로이드 4.0.3 버전 이상에 돌아가는 것 이외에는 앱을 제공하지 않는다. 웹브라우저로 접속해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 오프라인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크롬북과 궁합이 맞겠지만 모든 모바일기기에 유연한 사용을 보장하진 못한다.

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의 내용은 비슷하지도 않다. 에버노트는 일정기간마다 초기화되는 클라우드 동기화 데이터 용량을 기준으로 과금하고 자료저장 총량은 무제한이다. 이와 달리 구글킵은 클라우드 동기화 용량에 제약이 없고 전체 저장공간을 늘릴 경우 과금한다.

에버노트는 클라우드 업로드 용량을 1개월에 60MB로 제한한 무료버전과, 1개월에 5달러를 내면 1GB까지 허용하는 유료서비스 '프리미엄'을 운영한다. 유료서비스엔 PDF 내부 검색, 빠른 이미지 인식, 모바일 특화 보안, 앱 광고 제거, 타 사용자와의 공동문서작업 지원 기능이 따라온다.

킵은 딱히 부가기능을 전제한 서비스 모델이랄 게 없다. 대신 메모를 저장하는 구글드라이브의 과금체계가 있다. 구글드라이브는 사용자에게 무료 저장용량 5GB를 제공하며, 달마다 2.49달러 이상을 받으면 25GB이상으로 늘려 준다. 최대치 16TB를 쓰려면 월 799.99달러를 내야 한다.

이렇다보니 구글이 킵을 만든 전략을 과연 에버노트 사용자나 노트앱 잠재 수요를 공략하려는 것이라 봐야하나 싶다. 다만 가능한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아서 구글 클라우드에 일상과 학업, 업무에 관련된 기록을 쌓아올리고 타깃광고 품질을 끌어올리는 게 1차 목적으로 추정될 뿐이다.

사실 그렇게만 하기에도 구글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다.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지적한 서비스 모델이나 지원 플랫폼 이전에, 메모 작성을 위한 도구가 너무 단순하고 기록 서비스로서의 최소한의 관리 기능도 없다는 점이 꼽힌다. 잠시 호기심이 들더라도 금세 실망하게 된다.

온라인 IT미디어 기즈모도는 킵의 단점으로 ▲오프라인 작동 안 됨 ▲메모 정렬이나 묶기 등 관리체계 없음 ▲문자열에 서식 지정 불가 ▲웹이미지 삽입 미지원 ▲링크 저장기능 취약 ▲외부 서비스 연계기능 부실, 6가지를 지적하며 구글 킵은 에버노트를 대체할 수준이 안 된다고 썼다.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와 더불어 구글의 서비스 운영방식도 우려되는 변수다. 구글은 본업인 검색과 광고를 제외한 부가서비스들을 빈번하게 정리하고 재구성한다. 킵은 구글드라이브의 일부분이다. 구글드라이브는 지메일과 구글독스, 피카사와 연계된다. 전체 서비스 구성에 비해 킵의 비중이 너무 가볍다.

이 경우 구글은 내키는대로 킵과 그에 저장된 메모들이 어느날 없앨 수 있다. 앞서 '기어스'나 '웨이브'처럼 불필요해진 서비스외에 '구글리더' 처럼 멀쩡한 것도 해당된다. 이 결정의 바탕은 사용규모나 매출이 아니다. 플랫폼에 쌓이는 데이터의 가치와 사용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가능성에 달렸다.

구글 킵이 앞으로 모습을 바꿔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서비스의 잠재력은 에버노트만도 못해 보인다.

구글이 진지하게 에버노트를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킵을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구글드라이브에 딸린 자투리 서비스로 등장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구글독스와 지메일을 포함한 '구글앱스'에 속하는 게 어울린다. 구글앱스 기업용 버전은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와 메일, 포털, 협업플랫폼과 맞붙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구글과 달리 에버노트는 개인사용자들의 일상 메모기록과 여러 단말기를 편리하게 동기화하면서 주요 내용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오프라인 저장방식도 함께 제공한다. 유료 서비스를 통해 동기화 한도를 늘릴 수 있고 협업도 가능하다. 노트에 여러 문자 서식과 첨부파일과 외부링크를 곁들일 수 있고 플러그인으로 소셜서비스 공유나 부가기능도 더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목적의 사용자들을 겨냥한 '에버노트비즈니스'도 최근 출시됐다. 중앙관리되는 계정, 더 많은 저장공간, 이중요소인증, 오프라인 메모장, 협력 기능이 기업 용도에 대응한다. 업무용 노트앱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원노트와 경쟁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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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에버노트도 기업시장의 성공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달초 에버노트는 해킹을 당했다고 사용자들에게 공지하고 각자 새 비밀번호를 지정케 만들었다. 유출된 계정정보는 없다지만, 보안 문제는 기업에게 불신을 안긴다.

22일 웹앱 개발과 서비스 구축 전문업체인 유스풀패러다임의 김석준 대표는 구글 킵이 나왔다길래 써볼까 하다가 '구글리더(를 없앤) 사건' 이후 구글에 대한 신뢰가 급 사라졌다며 킵은 내후년 '봄청소' 때쯤 무덤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고, 에버노트가 더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