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요금제 폐지 9년, 무제한통화 부활 '왜'

일반입력 :2013/03/22 08:18    수정: 2013/03/22 11:06

정윤희 기자

SK텔레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며 망내 통화, 메시지 무제한을 선언했다. 무제한 통화 요금제 출시는 지난 2004년 폐지 이후 9년 만이다. 과거 통신망 부담, 주파수 용량 부족을 이유로 들며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했던 터라 이 같은 요금제 출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요금제 ‘T끼리’ 출시를 알렸다. 해당 요금제는 ‘T끼리’에 가입하면 SK텔레콤 가입자 간 음성통화 무제한, 통신사 관계없이 문자메시지 무제한 사용을 골자로 한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의 절반 이상인 2천7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T끼리’ 가입자는 통화의 50% 가량을 사실상 무료로 쓸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통신망 부담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사한 사례도 있다. 과거 SK텔레콤은 2004년, 음성통화 무제한 정액요금제와 무제한 커플요금제를 폐지했다. 무제한 음성통화가 이통사들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의 산물로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부담을 주고 주파수 용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유사한 요금제를 서비스 중이던 KT, LG유플러스 역시 이같은 취지에 공감,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폐지에 나서면서, 이통3사는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판결을 받고 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었다.

이에 대해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실제로 일정 정도의 트래픽 증가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의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 차원으로 넘어간다면 그만큼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 역시 “2004년 당시에는 음성 트래픽의 비중이 높고 데이터 트래픽은 거의 없을 때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현재는 음성보다 데이터 트래픽의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난 만큼,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전체 망 부담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신규 요금제 출시가 통신 보조금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마련키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객간 음성통화 무제한 제공에 따라 타 이통사와 차별화되는 강력한 혜택을 제공해 실질적인 시장안정화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조만간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바일 트래픽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음성통화가 이통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늦기 전에 체질개선에 성공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이통사들은 데이터 중심으로의 요금제 개편에 나선 상태다. 미국 버라이즌, AT&T는 지난 7월부터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방식의 요금제를 서비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음성과 메시지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이제는 말 그대로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문화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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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요금제 출시가 데이터 요금 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재 국내 이통사들의 요금 수익구조는 음성 70%, 데이터 30%의 비율이다. 데이터 요금이 음성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음성통화 요금은 초당 1.8원, 데이터 요금은 0.5킬로바이트(KB)당 0.025원이다.

나상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음성통화량은 정체된데 반해 트래픽은 급격히 증가해 음성-데이터간 비용 및 수익구조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음성 중심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