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꺼내 든 ‘SD건담’…대변신 시도

일반입력 :2013/03/17 09:15    수정: 2013/03/17 18:38

오랜 서비스 기간을 거친 게임들이 한 번 이상 선택하게 되는 것이 ‘변화’다. 게임에 따라 변화를 취하는 형태는 다른데 '대규모 패치' 또는 '확장팩'이 대표적이며, 경우에 따라 ‘무료화 전환’ 같은 파격적인 선택을 따르는 게임도 종종 있다.

대부분 변화는 기존 유저들에게는 개선을 통한 신선한 재미 및 편의를 제공하고 초보 이용자들에게는 진입 장벽를 낮추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기 일쑤다.

실패의 원인은 간단하다. 기존 이용자 입장에서 변화는 개발자 의도와 달리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는 월권행위로 인식이 되기 때문이다. 또 신규 이용자들에게는 발버둥 치는 고전 게임이란 인상만 주기 쉬워서다.

2000년대 후반에는 5년 정도 서비스를 이어온 1세대 또는 1.5세대 게임들의 확장팩 열풍이 있었다. 이런 하락세를 타던 온라인 게임들의 시도는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이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서비스 기간을 거쳐 온 게임들의 변화 시도는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됐다. 굳이 손댔다가 그나마 매출을 내주는 충성 고객마저 내쫓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장수 인기 게임이 있다. 소프트맥스가 개발하고 게임포털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 'SD건담 캡슐파이터 온라인'(이하 SD건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7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를 소재로 한 대전 액션 게임으로, 국내는 물론 여러 해외 국가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한 때 이 게임은 높은 매출과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장수 인기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인기가 내려가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SD건담 개발사가 선택한 카드는 '에이스'가 아닌 '조커'다.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과감히 제거하고, 부담이 큰 밸런스 부분에 손을 댔다.

사실 이 내용만으로도 SD건담은 과거의 생명연장을 위한 확장팩을 선택한 여러 개발사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에이스를, SD건담은 조커를 꺼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D건담의 'G변화의 시작'은 개발사가 손대기 매우 어려운 부분을 과감히 도려냈다는 특징을 지닌다. 게임 내 핵심 요소인 '묵찌빠' 상성 제거가 그 첫 번째다.

묵찌빠 상성은 SD건담의 580대 기체를 대변하는 요소다. 이걸 과감히 제거했다는 것은 기존 게임이 가졌던 주요 특징의 단점이 재미를 주는 장점보다 크다는 평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밸런스 부분도 묵찌빠 상성처럼 부담이 큰 요소다. 특히 580대라는 유닛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사 측은 반년 넘게 이를 준비했고 업데이트 이후에도 계속 수정을 해 만족스러운 상황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했던 비공개 테스트에서 상성 제거가 준 재미는 의외로 뛰어났다. 초보 이용자라도, 랭크가 낮은 유닛이라도 충분히 게임 내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또 유닛 특유의 개성이 좀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 유료로 구매한 유닛이 무조건 좋다는 선입견도 깼다. 구형 기체들의 성능이 좋아져 고전 건담 시리즈 팬들에게도 유쾌한 상황이 주어졌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이용자들이 익숙했던 상성 요소를 유닛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살릴 수 있는 커스텀 파츠 시스템을 추가한 점도 눈에 띈다. 이 요소는 이용자가 직접 자신이 가진 건담에 다양한 파츠를 적용, 성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성능이 고정된 형태였다면 커스텀 파츠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유닛을 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해진 상성보다 이용자가 직접 만드는 상성으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홈페이지 개편부터 게임 내 UI 수정, 퀘스트 방식 변경, 수집 퀘스트 추가 등 다양한 개선 사항이 반영됐다. 물론 찬반이 갈렸지만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기자가 이 같은 SD건담의 변화를 조커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개발사가 에이스로 꺼낸 카드가 평범한 카드 또는 개발사에서 유리하게 생각하는 평이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수정사항을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개발자들이 다루기 좋은 또는 부분 유료화에 초점이 맞춰진 형태로 확장팩을 꺼내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이용자에게는 불편하고 신규 이용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결과만이 남기 일쑤였다. SD건담이 꺼낸 조커는 에이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발사에게 무조건 유리한 카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과감히 도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게임 내 무작위 성장 여부를 결정하는 오버 커스텀 부분은 매출에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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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용자들의 반응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소프트맥스의 노력 자체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커를 꺼내는 과감한 선택부터 확실한 변화를 보여줬다는 점도 칭찬 받을만하다.

SD건담에 대한 소프트맥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연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SD건담이 이용자들에게 변화라는 어려운 키워드를 적응 시킬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