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갤럭시S4, 살리에르 증후군 빠졌다

기자수첩입력 :2013/03/15 14:30    수정: 2013/04/11 08:43

봉성창 기자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아직은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가 15일 발표한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4’는 여러 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90분간 숨쉴틈 없이 새로운 기능을 쏟아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전 세계를 깜짝 놀래키지 못했다.

안드로이드폰은 이제 아이폰과 경쟁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와 안정성 그리고 대중성을 확보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아이폰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현재 그것을 해낼 수 있는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가장 근접하다. 갤럭시S4에서 바로 그것을 기대했다.

우선 새롭지 않은 디자인이 절반 이상을 망쳤다. 디자인 철학이나 연속성은 중요하지만 갤럭시S3는 결코 디자인이 예뻐서 많이 팔린 것이 아니다. 심지어 디자인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아이폰 조차 디자인을 바꾸지 않아 적잖은 비난을 샀다. 하물며 갤럭시S4는 말할 것도 없다.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꿨어야 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4에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UX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무지막지하게 안겼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 대부분은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가능하다.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은 없다.

스마트 포즈 및 스마트 스크롤은 그저 신기한 기능에 불과하다. 터치 조작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대단한 편리함을 주기 어렵다. 심지어 LG전자는 갤럭시S4 발표 하루 전 업데이트 형태로 유사한 기능을 옵티머스 시리즈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전면 카메라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는 의미다.

듀얼 카메라나 플로팅 터치 등은 이전 경쟁사 스마트폰에서 먼저 선보인 기술이다. S트랜슬레이터는 구글 트랜슬레이터와 유사하며, S보이스드라이브는 이미 아이폰의 음성명령서비스인 시리로 충분히 가능하다. TV를 조작하고 사진에서 이메일 및 전화번호를 인식하는 워치온 및 옵티컬 리더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앱은 이미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S헬스는 뒤늦게 애플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남은 하나는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사양이다. 그런 점에서 배터리 용량은 너무 아쉽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다다익선이다. 그만큼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갤럭시S4에는 수많은 센서들이 추가로 탑재됐다. 모두 전기를 소모한다. 따라서 실 사용시간이 과연 전작보다 늘어났을지 확신할 수 없다. 차라리 갤럭시S4가 두께는 1~2mm 정도 늘리더라도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채택해 충전 없이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갤럭시S4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여전히 애플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신비주의 마케팅부터 제품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애플을 보는 듯 하다. 삼성전자 만의 상상력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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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나친 UX에 대한 집착과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고집으로 한계에 부딪친 애플의 문제점을 삼성전자는 그대로 답습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좋은 것 뿐만 아니라 나쁜 것까지 베끼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는 결코 애플을 넘어설 수 없다. 노력파 살리에르가 천재 모차르트에게 부족했던 단 한가지는 창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