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둘러싼 정치인들의 ‘말말말’

일반입력 :2013/03/05 11:48    수정: 2013/03/05 11:50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한 사실이 게임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리당략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입장을 선회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과거 정치인들이 내놓은 셧다운제에 대한 입장과 발언들이 다시 한 번 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조윤선 장관 후보자는 국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서면 질의 답변을 통해 “셧다운제는 최근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심각성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고려할 때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의원 시절 표결 당시 셧다운제 도입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서는 “2011년 국회 본회의 표결 시 의원들의 찬반 토론 등을 지켜보면서 게임 중독 예방과 해소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제도 도입으로 가정 내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소홀해지는 것 아닌가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에는 셧다운제 부작용을 걱정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현재는 게임 중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더 크게 신경 쓰인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제도의 부작용보다 여론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과거 셧다운제를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입장과 발언을 살펴보면 여야 구분 없이 다양한 내용들이 확인된다. 또 상황과 때에 따라 기존 입장이 번복되거나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한다.

셧다운제에 대한 여러 정치인들의 시각과 입장이 확인된 자리는 지난 2011년 4월 열린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자리에서는 여성가족부가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대안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을 놓고 공방이 치열한 시점이었다.

이 때 셧다운제 필요성을 가장 강력히 주장한 정치인은 당시 신지호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신 전 의원은 여야 국회의원 36명에게 서명을 받아 셧다운제 적용 대상 연령을 기존 만 16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그는 “셧다운제가 문화적 자기 결정권 침해라고 하는데, 청소년들에게 담배와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 않냐”며 “게임도 다 같은 놀이 중 하나인데 왜 반대하느냐 지적을 하는데 축구나 구슬치기 하다가 묻지마 살인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게임 중독자의 뇌가 마약 중독자의 뇌와 매우 흡사하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는 말로 셧다운제 수정안 가결을 요청했지만 이 내용은 다행히 표결로 기각됐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셧다운제는 아들과 딸들을 위한 부모의 노력을 담은 상징적 법안”이라며 “게임중독에 따른 문제를 부모들이 잘못했다고 돌리기에는 그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셧다운제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신지호 전 의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손쉬운 강제적 셧다운제야말로 게임과몰입을 막는 책임을 아무도 안 지게 하는 법”이라며 “셧다운제를 시행할 경우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겠다는 청소년들이 95%에 달하는 등 무조건 못하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도 “셧다운제가 자칫 청소년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집을 태워서는 안된다, 결국 폭력성과 음란성에 대한 규제가 미치지 않는 외국 게임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란 말로 셧다운제에 반대했다.

또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시간만으로 모든 것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정당성과 적절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도 “어른들의 잣대로 청소년들의 문화생활 패턴을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당 차원에서 셧다운제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사례도 있다. 최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내놓은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지원에 관란 법률안’이 대표적인 경우다.

올 1월 손인춘 의원 등 친박계 의원 17인은 셧다운제 확대와 게임중독 기금을 게임업체에게 강제 징수하자는 법안을 발의해 게임업계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이에 게임업계는 ‘게임규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할 만큼 크게 분노했다.

업계 반발이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의 보이콧까지 번지자 손 의원 측은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

반대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 달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 했다. 이중 셧다운제 폐해를 바로잡고, 제도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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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의원실 측은 “기존 제도의 폐해를 바로 잡는 것이 개정안 공동발의의 목표”라며 “해당 법안을 통해 비상식적 규제를 고치고 부모의 동의 아래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셧다운제 입장 선회를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당리당략에 따라 자신의 소신도 철학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기존의 많은 정치인들이 셧다운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 역시 언제든지 뒤집히고 바뀔 수 있다면 정책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한 국민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