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성, '갤럭시가 아니면 안되는 이유' 필요할 때

전문가 칼럼입력 :2013/03/01 10:13

권희웅
권희웅

iOS와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플랫폼 시장에 타이젠, 우분투 등 대안 세력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대안 주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이 약속이나 한 듯 똑 같이 걷고 있는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서비스’ 모델을 따라 가느라 분주하다.

플랫폼 벤더들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경쟁 지도가 그려지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위기론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하드웨어까지 가져가면서 경쟁적 협력 상황(Co-Opitition)이 전개되자 과거처럼 미래를 보장받기 애매해졌다. 플랫폼 사업자와 제조사 간 경쟁적 협력은 사실 한 쪽으로 기우는 게임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영역 중 제조사가 실제로 가진 영역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에 몇 년 간 올인 해오며 시장을 키워온 일등 기업, 삼성전자의 미래는? 운영체제가 없다는 것을 한탄만 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만들어 낼 것인가? 요즘 타이젠을 놓고 언론의 기대가 많은데 이게 삼성전자가 플랫폼 사업자들을 견제할 카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 개발자들은 없는 분위기인 듯 하다. 이유는 타이젠은 운영체제 관점에서는 잘 준비된 제품일지 모르지만 플랫폼 관점에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다.

플랫폼 그 거대함에 대하여

오늘 날 우리가 말하는 안드로이드, iOS는 그냥 플랫폼이 아니다. 수 많은 사용자들이 ID를 개설해 구글이나 iOS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에 얼기설기 엮여 있다. 플랫폼, 앱, 콘텐츠 등 사업적 차원의 생태계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일상이 녹아 든 하나의 가상 세계가 바로 오늘 날 안드로이드, iOS가 상징하는 플랫폼의 모습이다.

따라 할래야 할 수 없는 그런 그림이 그려졌는데 아무리 삼성전자라 해서 이를 뒤 집을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돈만 들었지 결과는 애매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영원한 제조사로 남을 것인가?

삼성전자가 구글과 애플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성공에 대한 보장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에게 없는 장점을 살린다면 경쟁력과 협상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게임의 법칙을 깨는 방법을 삼성전자는 알고 있다고 본다. 바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없지만 삼성전자만 있는 것을 살려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노키아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업체들에게는 없고 삼성전자에게는 있는 것은? 바로 생활 가전 영역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화웨이 등 동북아 지역 맹주들은 플랫폼 없는 제조사란 공통점과 함께 가전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다고 똑 같은 조건은 물론 아니다. 시장 지배력과 선도력 면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생활 가전 영역에서도 으뜸이다. 바로 이 점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에서 배운 경험 생활 가전에서 펼쳐야 할 때

사실 기술과 통신이 융합된 생활 가전에 대해서는 벌써 10년 넘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예는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라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스마트’라는 영역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고 거대 수요 창출을 경험함 삼성전자는 소중한 노하우를 이제 생활 가전 영역으로 충분히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근 10년 간 생활 가전에 IT를 접목하는 시도는 많았고 스마트폰과 연계한 그림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슬그머니 화제 밖으로 밀려 나는 뻔한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약속이나 한 듯이 삼성전자, LG 전자가 모두 스마트폰과 가전을 하나로 엮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보이며 또 다시 붐업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과 생활 가전 간의 융합에 대한 뻔한 스토리

장을 본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고 영수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해당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가 쭉 올라오는 앱, 회사 퇴근 길에 밥솥이나 세탁기를 가동시키는 앱 등등 요즘 TV나 뉴스에 나오는 생활 가전 제품들이 제공하는 기능들이다. 이들 기능을 볼 때 과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험한 사용자 눈 높이를 얼마나 잘 반영해나갈지 궁금증이 생긴다.

스마트한 가전 기기는 사실 지금 각각 가정에 쓰는 기기들로도 충분하다. 하드웨어를 좀 만질 줄 아는 개발자라면 DIY로 생활 가전을 스마트폰과 엮어 제어하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안드로이드@홈 등 오픈 소스 관련 프로젝트도 실제로 많다. 물론 꼭 개발자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즉 기술적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삼성전자가 생활 가전이라는 플랫폼 사업자들에는 없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존에 해왔던 데이터 기반 플랫폼이 아닌 생활 기반 플랫폼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어떨까? 갤럭시를 통해 잡은 기반을 토대로 이제는 갤럭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자사 제품의 연관성에서 찾고 이를 생활 플랫폼화 하여 타 제품 영역을 포괄해 경쟁력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핵심은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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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기반 플랫폼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통하려면 예전 애플이 했던 것과 같이 게임의 법칙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 및 기타 생활 가전 관련 각 요소 기술, 제품, 서비스 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규정하고 개별 적인 점으로 존재하던 기술과 기술을 이어 3살배기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그런 생활의 편리를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선도력을 가지고 제조, 판매, 유통 등 기존에 짜여 있던 생태계의 틀을 바꾸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내야 하지 않을까? 기술과 제품 그 넘어 정치와 경제의 논리로 협상해야 할 것들이 많은 데 이러한 부분의 시장 질서를 잡는 주체가 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숟가락 하나 얹어 놓고 덩치로 경쟁하던 마인드로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희웅 IT컬럼니스트

리눅스 커널을 들여다 보고 개발을 해온지 어언 십수년, 현재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개발을 고민하고 있으며, 리눅스 및 커널 네트워킹과 시스템의 작동 원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