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특수교육-장애인 접근성' 해결사

일반입력 :2013/02/22 08:43

아이패드 같은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모바일 기기가 자폐나 언어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소통의 기회를,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6년전 열린 애플 앱스토어가 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을 높일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0년 해외서는 '프롤로큐오투고(Proloquo2GO)' 같은 iOS기반 의사소통 보조 앱이 알려졌다. 2011년부터는 여러 종류의 아이패드 앱이 자폐증 증상 경감과 치료에 쓰인 사례가 심심찮게 소개됐다. 애플이 주변기기 관련 API를 강화하면서 외부 장치가 연계된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국내서는 2009년말 아이폰 출시와 함께 앱스토어가 열렸지만, 현재까지도 한국어 기반으로 만들어진 장애인용 접근성 앱과 보조과학기술 액세서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일부 국내 개발자가 애플 앱스토어에 올린 아이패드용 앱과 재작년 하반기 한 액세서리 제조업체가 출시한 블루투스 키보드가 여전히 눈길을 끄는 이유다.

■포켓AAC, 언어표현의 어려움을 덜다

'포켓AAC'라는 아이패드 앱은 그림을 눌러 그에 해당하는 언어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간 언어소통 문제를 완화해 주는 앱으로 소개됐다. 지난해 9월15일 등록돼 49.99달러에 판매중인 유료 앱이다.

이 앱에는 장소, 상황, 주제별 등으로 묶인 어휘가 아이콘과 함께 담겼다. 누르면 그 낱말을 읽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계음이 아니라 녹음된 전문 성우의 한국어 목소리다. 앱에 등록되지 않은 낱말도 사용자가 직접 사진을 찍고 소리를 녹음해 넣을 수 있다. 여러 낱말을 이어 문장을 만들 수도 있다. 일상 환경에서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불편하거나 언어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언어 표현력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

포켓AAC 개발자 박동규 씨는 앱개발시 아무래도 사용자층이 제한된 장애인과 특수교육관련 기관이라 테스트하기 어려웠다며 특수교육과정에서 장애인이 의사소통도구를 쓰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여러 분석을 거친 뒤 앱을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컨버세이션포올HD, 비장애인과의 대화를 돕다

이와 비슷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를 수도 있는 '컨버세이션포올HD'라는 앱도 있다. 포켓AAC가 장애인의 표현을 돕는 역할이라면, 컨버세이션포올HD는 비장애인이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돕는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포켓AAC와 똑같이 지난해 9월15일 앱스토어에 등록됐다. 이는 무료로 쓸 수 있다.

컨버세이션포올 앱 개발자는 대구대학교 앱창작터 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용법은 포켓AAC와 비슷한데 구성은 꽤 다르다. 실행하면 분류된 주제와 상황 가운데 '실물' 사진으로 구성된 '선택지'를 보여준다. 객관식이다. 문장을 구성하는 기능은 없는 듯하다.

포켓AAC와 컨버세이션포올HD, 2개 앱간 구성상의 차이는 앱 개발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운데 어느쪽을 사용주체로 뒀느냐에 따라 갈린 모습이다. 어느쪽이든 기능적으로는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들고다닐 수 있는 아이패드용 앱이란 점이 빛을 발한다.

이런 앱들을 순전히 특수교육 목적이나 장애인만을 위해 만든 앱이라 볼 필요는 없다. 한국어에 서툰 어린이나 외국인을 위해 교육용으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앱스토어에는 수화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앱 등 다른 종류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앱도 올라와 있다.

■모비언스 리보, 터치스크린 읽는 키보드

앱 외에 iOS 기기를 쓰는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주변기기도 국내에 출시돼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기능 '보이스오버(VoiceOver)'를 블루투스 액세서리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모바일기기 액세서리제조사 모비언스가 지난 2011년 11월14일에 선보인 '리보(RiVO)'가 대표적이다.

리보는 외형만보면 USB 충전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버튼 20개짜리 무선 블루투스 키보드다. iOS 기기의 보이스오버 기능과 맞물려 작동한다. 이를 쓰면 물리적인 자판입력, 전화를 받고 끊거나 음악을 켜고 끄는 기본조작 외에 수십가지에 달하는 단축조작이 필요한 보이스오버 기능을 비교적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안재우 모비언스 이사는 작은 자판에 많은 기능을 넣어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설명하며, 리보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면 일반인이 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으리라 생각해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접근성 지원, 윈도-안드로이드 생태계에도

사실 국내서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앱을 만들기에는 플랫폼 특성부터 기획, 개발, 테스트 과정까지 전반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일찍이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기반을 갖춘 iOS 환경이 이렇다보니, 후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나 윈도에서 발빠른 대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만 장애인의 불편을 덜고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함을 줄만한 제품들이 심화된 시장 경쟁에서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순 있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정보화교육을 담당하는 백남중 팀장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계열의 접근성 지원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최근 태블릿 영역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8이 한국어 지원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서도 앱개발자 및 보조과학기술 제조사들의 접근성 지원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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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AAC를 만든 박 씨는 영문 전용으로 'Try Talk at School'이라는 영문 전용앱을 앱스토어에 출시하기도 했다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포켓AAC를 준비중이며 향후 다양한 상황별 의사소통 보조도구 앱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보를 만든 안 이사는 안드로이드가 음성 지원을 내장했지만 iOS 보이스오버만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진 못해 리보와 같은 수준의 주변기기를 내놓긴 쉽지 않다면서도 일단 접근성 지원 기술에 대한 요구도 사용자들의 플랫폼 선호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보고, 모비언스에서도 다른 OS지원을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