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담판 결렬...미래부 ICT, 오리무중

일반입력 :2013/02/18 08:42    수정: 2013/02/18 13:32

김효정·정윤희 기자 기자

“예전엔 4개 부처였다면, 이제는 5개 부처로 흩어지게 생겼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ICT 컨트롤타워’는 커녕 빈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ICT 산업의 발전이라는 명제 하에 제시된 청사진이 정치적 논리, 부처 이기주의 등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다.

지난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3차 인선 발표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미래부 장관에 김종훈 씨가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IT 전문가다. 실무능력을 인정 받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내정자를 발표하는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 여야 합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렇듯 첫 퍼즐 맞추기부터 논란이 크다. 이날 오후 여야의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결렬되면서 1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의 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해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협상 결렬의 주된 이유가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부 이관으로 알려져 미래부의 앞날은 더욱 흐려졌다. 새정부 출범일인 25일 이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이 안된다면 현 정권의 조직, 즉 방통위와 지경부 등에서 ICT 관련 기능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 깔끔하지 못한 시작이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미래부에 ICT 전담차관을 두고 관련 정책기능을 총괄토록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ICT 업계 및 학계에서 희망하던 전담 독임부처 안은 좌절됐지만, 차선책으로 평가받는 안이다. 장관 내정자가 IT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ICT차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미래부 ICT 기능을 구체적으로 보면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진흥정책,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화 정책,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콘텐츠 정책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방송통신융합 등 방송의 진흥 기능은 미래부로 이관하되, 규제와 관련된 부분은 현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기로 했다.

문제는 이어진 개편안 세부 논의와 국회통과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래부로 이관키로 했던 ICT 정책기능 중 상당수가 기존 부처에 남아있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제 밥그릇 챙기기’, ‘부처 이기주의’라는 날선 비판이 날아들었지만 소용없는 모습이다.

우선 옛 정보통신부의 명맥을 이어 받은 방통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현재의 방송 정책 및 규제 기능 등을 미래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방송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능 이관에 반대하면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경부는 연구개발(R&D), 표준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넘길 수 없다고 버티는 중이다. 미래부로 넘겨야 할 신성장동력 발굴 기획을 두고도 기획업무만 넘기는 것인지 사업 전체를 이관하는 것인지 신경전을 벌여 왔다.

문화부는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인 게임 산업을 끌어 안았다. 지난해 전체 콘텐츠 수출액(48억달러) 중 58.2%(27억달러)가 넘는 ‘효자’인 게임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문화부가 게임업계의 숙원이었던 규제완화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행안부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정보보호, 정부통합전산센터 업무 등을 미래부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방송진흥 업무의 방통위 존치를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ICT 산업을 총괄하는 부처를 만들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자던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4개 부처로 흩어졌던 ICT 정책이 오히려 한 곳 늘어난 5개 부처로 쪼개졌다는 한숨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과연 미래부가 제대로 기능하며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부처 이기주의나 철밥통 챙기기에 매몰돼 국가의 백년대계를 대비하기 위한 국익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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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미래부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속빈 강정’이 됐다”며 “방송과 통신 정책, ICT 산업 진흥과 규제 정책의 이원화 등으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가 ICT 전담조직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려면 지경부의 산업융합촉진법, 문화부의 콘텐츠산업진흥법과 게임산업진흥법, 안전행정부의 전자정부법을 넘겨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정·정윤희 기자 기자hjkim@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