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 Vs 화웨이 "中 스마트폰 사실래요?"

일반입력 :2013/02/14 14:57    수정: 2013/02/15 08:39

남혜현 기자

고가폰으로 한국에 진출했던 외산 업체들이 모두 철수했다. 답습해선 안 된다. 중국산 이미지를 벗어나긴 아직 어렵다. 흑묘백묘다. (저가든, 고가든) 우선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하다

- 지티이(ZTE)코리아 조유석 상무

중국산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하다. 저가 폰으로 들어오면, 프리미엄 이미지 전환에 애를 먹는다. 한국 시장 내 스마트폰 출시는 적어도 3년 후다. 무혈입성하겠다

- 화웨이코리아 김학수 전무

외산 기업으론 처음 자급제폰을 국내 출시한 ZTE코리아가 연내 2종의 휴대폰을 추가 선보인다. 상반기엔 3G 세컨드폰을, 하반기엔 5인치급 3G 또는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 서울 삼성동 ZTE 한국지사서 만난 조유석 상무는 현재 3G 세컨드폰 모델을 선별 작업하고 있다. 한국서 곧 전파인증을 받을 것이라며 기존에 출시한 자급제폰 'Z폰'의 가격 경쟁력으로 수량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투입이 줄어들면, 자급제폰 시장도 성장할 토대를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5인치급 스마트폰을 출시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ZTE의 전략은 '외산폰의 무덤'에 대한 연구 결과다. HTC, 노키아, 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휴대폰 명가들이 하나 둘 한국에서 발을 뺐다. '얼리어답터'들의 눈에 들고자 고가 제품을 출시했으나 외면 당했다. 미국 시장 1위인 애플마저 한국선 점유율 5%를 지키는데 고전한다.

조 상무는 앞서 한국서 철수한 외산 업체들의 실패 이유를 답습하지 않으려 했다며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사양에 4인치 화면으로 저가 제품을 선보여 시장 상황을 시험해 보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ZTE의 판단은 흑묘백묘다. 브랜드 이미지를 챙기는 것보다는 우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판매량이 많아지면 인지도가 생기고, 인지도가 쌓이면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처음엔 저가 휴대폰부터 시작했다.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성공을 거둔 일본 지사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ZTE는 자체 제작한 단말을 일본서 소프트뱅크 브랜드로 판매한다. 판매량이 늘어나자 본사는 휴대폰과 통신장비 지사를 별도 설립했다. ZTE는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지 6년 만에 전체 매출의 30%를 단말에서 뽑아냈다.

화웨이도 일찌감치 한국에 진출했다. 그간 이동통신사업자, 정부, 대기업 등을 상대로 통신장비 판매에 집중했다. 태블릿도 선보였으며, 스마트폰 출시도 꾸준히 검토해왔다. 다만, 화웨이코리아는 최근 스마트폰 출시는 3년 이후라는 내부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화웨이가 ZTE와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휴대폰 시장 구력이 비교적 길어서다. 화웨이는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절대적인 판매 대수는 1, 2위 대비 적지만, 전통의 강자 노키아와 소니를 밀어낸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빠른 성장은 화웨이에 자신감을 줬다. 3년 안에 스마트폰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장악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폰이 하드웨어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적어질수록, 중국계 업체들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시장서도 스마트폰의 기술적 장벽은 없어진 것으로 판단한다.

출시를 늦추는 것은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한국 소비자들에 맞추려면 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야한다. 트렌드 조사와 마케팅에 돈을 쏟고도 당장은 국내 기업들을 이기기 힘들다.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데 사후관리(AS)를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학수 전무는 한국 시장 전략을 무혈입성으로 세웠다. 그는 화웨이를 통신사업자들은 알아도, 일반 대중들은 모른다며 일반 고객들에 중국산 이미지를 어떻게전환하느냐, 그리고 화웨이 로고를 인식에 심어주느냐가 관건이라 말했다.

이것이 화웨이가 ZTE와 달리 알뜰폰과 거리를 두는 이유다. 화웨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야, 한국서 스마트폰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시장을 느긋하게 보는 이유도, 작은 시장에서 무리하게 출혈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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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달라도,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두 기업이 비슷했다. 시장 선두에 있는 삼성전자는 이제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충고한다. 같은 안드로이드 OS를 쓰면서부터는, 기술 허들도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화웨이와 ZTE 모두 자체 AP를 생산한다. 화웨이는 애플과 같은 폭스콘에서 스마트폰을 만든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도 만만치 않다. 저가폰을 주로 판매하는 ZTE는 지난해 우리 돈으로 4천50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까지 스마트폰 기술개발에 돈을 쏟아부었다. 중국 정부도 이공계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편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한, 한국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향후 3년. 전략은 달라도 중국 스마트폰이 한국 시장 판도를 바꾸겠단 목표만은 같게 세워놓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