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퓨전앱 고객 '간보기' 언제까지

일반입력 :2013/02/12 10:41    수정: 2013/02/12 10:44

오라클 퓨전애플리케이션 전략이 기업 사용자들의 혼란을 야기해 사업상 정체를 겪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회사가 지난 2006년부터 제공한 '애플리케이션언리미티드' 혜택이 별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퓨전애플리케이션은 오라클이 제공하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외에 여러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산업군별 업무용 소프트웨어(SW)를 오라클의 우산아래 통합시킨 제품군으로 묘사된다. 오라클은 기존 고객사들에게 퓨전애플리케이션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선택을 제공했을 뿐 그 도입을 강제하진 않아 왔다.

미국 지디넷은 11일(현지시각) 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오라클의 퓨전애플리케이션 정책이 고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인용된 포레스터리서치 보고서에는 오라클이 광범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여온 가운데 그 고객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결과와 일간 질의 내용은 이 회사의 퓨전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전략과 계획이 뚜렷치 않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각 기업들이 오라클 퓨전애플리케이션을 쓸 계획을 안 하는 주된 이유로는 중복답변시 '오라클 전략이 불투명해서(60%)', '퓨전애플리케이션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서(54%)', '라이선스비용이 높아서(36%)', '퓨전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괜찮은 사례가 부족해서(30%)' 등이 꼽혔다.

오라클이 퓨전애플리케이션 환경으로 전환하는 믿을만한 계획을 각 기업에 제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60%)'는 답변이나 '잘 모르겠다(17%)'는 응답이 '그렇다(4%)'는 비중보다 훨씬 많았다. 그나마 '퓨전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19%)'는 곳도 상당했다.

이런 포레스터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클은 향후 애플리케이션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오라클 고객사인 응답 기업 79곳 가운데 퓨전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 없다(65%)는 답변 비중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래리 디그넌은 지난 2년간 여러 이유로 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사업에 약점이 있었는데 회사는 이를 '인수' 방식으로 덮어왔다고 주장한다.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사업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재건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포레스터 분석가들은 오라클이 지금처럼 기존 애플리케이션 환경에 안주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퓨전애플리케이션을 도입시 별다른 장애요인을 만들지 않는 '중도적 방식'을 취하는 것은 통상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오라클이 퓨전애플리케이션 사업에 탄력을 더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언리미티드라는 정책을 제공한다. 이는 고객들이 기업 운영 여건에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6년부터 집행된 이 정책은 고객사를 안심시키면서 호평받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현재 퓨전애플리케이션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고객사가 거의 없는 상황을 낳은 주 요인으로도 비친다.

디그넌은 오라클이 사업적으로 방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업그레이드를 독려하는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기업인수에 감춰진 애플리케이션 성장은 방해받는 중이고 고객사들은 이런 오라클 퓨전애플리케이션 전략에 혼란스러워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예상되는 오라클 측의 반박은 우선 포레스터리서치 보고서의 표본수가너무 작다는 점이다. 설문조사가 신뢰도를 높이려면 응답 기업을 100곳 이상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이긴 한다.

또 애플리케이션언리미티드 정책이 퓨전 애플리케이션 확산에 방해물이란 점은 당연한 얘기지만 오라클의 사업전략이 반드시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팔아대는 것이라고만 단정할 수도 없다. SW업체의 손쉬운 성장 전략은 많은 유지보수료를 통해 매출을 키우는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객사들에게 업그레이드를 강요하지 않는 게 꼭 나쁜 방식이라 평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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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설문 응답자 114곳 가운데 오라클 제품 사용 비중을 보면 피플소프트(53%), 하이페리온(45%), E비즈니스스위트(41%), 시벨(39%) 순으로 나타났다. 시벨 제품의 부족함 때문에 성립된 사업이 세일즈포스닷컴이고 그 '워크데이' 솔루션은 피플소프트와 인재관리(HCM)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만일 피플소프트를 쓰던 기업들이 퓨전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 또는 세일즈포스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구상한다면 워크데이가 끼어들어 오라클이 피곤해질 가능성도 있다. 오라클도 클라우드 인재관리 솔루션 '탈레오'를, 오랜 경쟁사 SAP도 '석세스팩터스'를 인수한 상태다.

디그넌에 따르면 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 매출의 한계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기 때문에, 오라클이 퓨전애플리케이션 판매 전략을 고도화해 업그레이드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포레스터리서치의 분석을 간과해선 안 될 수도 있다. 어느 시점엔가 오라클도 임계치에 달했다는 판단이 서면 다른 모든 SW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오라클도 퓨전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