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H "모바일앱, 기획-구현에 집중하라"

일반입력 :2013/02/08 08:43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만드는 모든 업체가 개발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쓴다. 애플과 구글같은 선두 플랫폼 사업자든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후발주자든, 각자 플랫폼에 일반 사용자를 끌어모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많아지길 바라서다.

이들은 경쟁사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타 플랫폼 개발 환경을 배려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OS를 소유한 입장에선 다른 개발환경과의 차별성과 비호환성이 곧 생태계 주도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플랫폼에 '올인'하는 개발자는 사실 많지 않다. OS업체의 흥망성쇠에 따라 그밖에 다른 생태계의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앱개발 기술과 서비스가 이제 상당한 수요를 형성했다. 국내서는 KTH처럼 자체 OS를 갖지 않은 회사가 그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로 꼽힌다.

최근 몇년간 KTH는 여러 OS 개발사와 앱개발자 사이를 잇는 중간 생태계를 공략중이다. 웹기술을 활용해 여러 OS와 단말기를 겨냥한 앱 개발시 반복되는 부담을 줄이거나, OS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조직단위의 자체 앱스토어를 구축하거나, 고급 콘텐츠와 연계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외부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공간을 열린 장터로 만드는 식이다.

■'여러 플랫폼' 대응 거들기

2년전 등장한 '앱스프레소'가 신호탄이었다. 회사는 지난 2011년 3월 이를 '하이브리드 앱 빌더'로 시범 공개했다. 당시 앱스프레소 1.0 베타판은 개발자들에게 모바일 앱을 1번 만들어 iOS와 안드로이드용으로 동시 배포 할 수 있는 툴로 소개됐다. 당시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윈도폰, 블랙베리, 삼성바다용 앱개발 지원도 예고됐다.

사실 앱스프레소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개념으로 여러 플랫폼에 돌아가는 앱을 단일 소스로 만들어주는 툴은 해외서 여럿 존재했다. 앱스프레소같은 기술이 국내서 뒤늦게 관심을 모은 까닭은 스마트폰 출시후 iOS와 안드로이드가 양대 플랫폼으로 굳어가면서 양쪽을 함께 대응하는 어려움이 구체화된 시기가 해외보다 1~2년쯤 늦었기 때문이다.

업계서 여러 단말기용 앱개발 노력을 줄이는 이슈에 대응하고 나니 다음은 실제 개발과정상의 애로사항이 대두된다. 모바일앱의 특성상 자체 콘텐츠를 포함하기보다 서버나 외부서비스와 통신해 핵심 콘텐츠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앱개발과는 범주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했다.

■'서버사이드 개발'과 '외부서비스 연동' 지원

어떤 위치기반서비스(LBS)의 기획의도가 특정 장소에 단말기 사용자가 있을 때 주변 사용자에게 관심있는 지역 상점가의 리뷰 정보를 공유해 준다는 것이라면, LBS를 위한 지도데이터, 사용자들이 공유할 리뷰정보, 사용자와 상점가 각각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유할 서버 등이 필요하다. 앱 하나 만들자고 대규모 서비스 3개를 다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간단한 해법은 지도데이터와 그에 연계되는 리뷰정보를 해당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끌어오고, 효율적인 공유서비스는 서버쪽 개발을 잘 아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모바일 기기에 표시되는 나머지 단말기상의 앱만 기획에 맞춰 구성하는 것이다. 다만 거래와 계약, 실제 서비스 연계에는 별도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게 문제로 남는다.

이에 KTH는 지난달 상용화한 서비스형 백엔드(BaaS) '바스아이오'는 서버 기능 개발의 어려움을 줄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놨다. 그리고 이달초 임시로 문을 연 'API스토어'는 외부 사업자들이 API기반 접근방식과 표준화된 요금체계를 통해 모바일앱에 쓰일만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내다 파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기업 사용자를 위한 비공개 앱 배포와 관리

기술적인 문제가 풀린 뒤에는 배포의 문제가 남는다. 모바일앱 개발과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여러 조직들이 업무에 필요한 앱을 만들어 쓰는 추세다. 일반 사용자들도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업체의 앱 장터에 일일이 업무용 앱을 등록하자니, 앱과 사용자와 기업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단말기를 통합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OS를 가리지 않고 내부 임직원과 협력사들에게만 열리는 독립된 공간에서 앱을 배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회사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앱스플랜트'는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전용 앱 장터를 구축해주는 가입형 서비스다. 기업과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특정 조직단위의 자체 앱스토어를 열고 권한을 받은 사용자만 들여보낸다. 관리자를 위한 여러 OS와 단말기별 앱 관리도 지원한다. OS 업체가 자사 플랫폼에 한해 모든 사용자에게 열어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MS 윈도스토어와 반대다.

■앱 개발-배포는 OK…'기획'은 뭐 없나

앱스프레소, 바스아이오, API스토어, 앱스플랜트, 4가지 툴과 서비스는 각자의 로드맵에 맞춰 지원 기능과 제공 내역을 늘려가는 추세다. 이제 막 첫발을 뗀 것도, 최근 다소 정체된 것도 있지만 KTH가 개발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적극적인 편이라 지켜볼 일이다.

KTH는 이제 앱을 구상하고 만들고 배포하고 관리하는 전체 단계 가운데 '기획' 영역까지 대응하기 시작했다. '골무아이오(golmoo.io)'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소개하며 웹에서 모바일앱 기획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작업까지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다음달 시범 개장할 이 사이트는 HTML5 기반의 모바일프로토타이핑 기능을 지원해 실제와 동등한 수준의 모바일앱을 구현 가능하다. PC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최신 웹기술을 지원하는 브라우저가 돌아가면 서비스에서 '움직이는 앱 초안'을 협력해 만들거나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

■'OS 없이'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기

KTH는 현재까지 내놓은 것들을 기반으로 전체 모바일앱 개발과 소비에 이르는 제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아직 그 기술과 서비스가 완성형이라 보긴 어렵다. 내용상 외부 사용자와 개발자들이 다수 참여해 이따금 서비스의 특징을 살린 결과물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환기시켜야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문윤기 KTH 플랫폼사업본부장은 앱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기획과 같은 생산적인 영역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결과물의 수준을 높이기에 집중할 수 있고, 소비하는 입장에선 저렴하면서도 다양하게 양질의 앱을 공급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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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회사가 앱을 구상하고 만들고 배포하는 기술 및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시켜 시너지를 만들어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일단 현존하는 플랫폼들만 놓고 보더라도 앱스프레소에서 단일 코드로 모바일OS별 앱을 제작하면서 외부 서비스 연계가 필요시 바스아이오 및 API스토어의 기능을 직접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들어진 일반 사용자용 앱은 각 OS 업체 또는 통신사나 제조사의 장터로 유통되고, 기업 사용자를 위한 앱은 앱스플랜트로 구축된 조직내 인프라를 통해 배포될 것이다. 앱스플랜트가 API스토어를 연계해 개발된 앱을 판매하고 공급하는 창구를 늘려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직은 별개인 툴과 각 서비스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플랫폼 사업자라 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