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쫓는 물고기의 생각을 찍다

일반입력 :2013/02/06 20:35    수정: 2013/02/07 13:54

과학자들이 살아있는 물고기 뇌 속 뉴런 신호를 흑백 영상에 담았다. 드물게 생명체가 생각을 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한 연구로 주목된다.

이는 지난달말 발행된 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일본 국립 유전학연구소 연구원들의 논문이 게재되면서 알려졌다.

연구팀은 어린 '제브라피시'가 2가지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뉴런 신호를 관찰했다. 신호가 나타나는 즉시 촬영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칼슘인디케이터(GCaMP)'를 제브라피시의 뇌와 척수에 주입했다.

GCaMP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과 칼슘결합성 단백질(칼모둘린) 등을 합성한 형광 시약으로, 실험동물의 뇌신경반응을 관찰하는 연구에 흔히 쓰인다. 연구팀이 사용한 시약에는 변화를 관찰하기 유리하도록 단백질을 유전적으로 조작해 직접 개발한 'GCaMP7a'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시각덮개(optic tectum)'라 불리는 몇가지 자극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형광탐지장치로 촬영할 수 있었다. 시각덮개는 동물이 그 환경에서 움직이는 뭔가를 볼 때 눈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부위로, 중뇌의 일부분에 속한다.

실험중 어린 제브라피시는 연구팀이 보여주는 짚신벌레, 즉 '먹이'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촬영을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젤 성분 물질에 고정된 상태였다. 자연환경에서 주식이 되는 '곡물 낱알 크기의 짚신벌레'를 본 제브라피시의 뇌 속에서 특정 뉴런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연구팀이 확인했다.

이 결과는 단지 스크린에 점 하나를 띄운 채 반응을 살핀 1단계 실험과 같았다. 짚신벌레 먹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실험은 2단계였다. 전혀 다른 자극에 똑같이 빛을 발한 뉴런이 물고기의 '생각'과 직접 관련된 신경임을 확인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에 동원한 시약이나 대상을 관찰하는 방식과 도구는 공간적인 해상도나 감도 측면에서 여전히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생물이 자연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뇌 활동을 이미지화하는 실험은 이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실험을 마지막 3단계로 수행했다. 어린 제브라피시가 먹이인 짚신벌레를 향해 자유롭게 헤엄치는 상태에 관련된 뇌 반응과 그 먹이를 잡는 행동에 관련된 뉴런 신호를 포착해 이미지화한 것이다. 이는 논문을 게재한 커런트바이올로지도 주목한 성과다.

연구팀 소속 과학자 고이치 가와카미는 우리 연구는 처음으로 동물이 자연적으로 움직이는 동안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포착했다며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평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는 학습과 기억, 공포와 즐거움과 성냄같은 감정 등, 특정한 뉴런 조합 활동에 기반한 동물의 사고와 행동을 해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로써 정신질환을 위한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제브라피시는 잉어과에 속하는 인도산 물고기로, 푸른 몸에 흰줄무니가 얼룩말을 연상시켜 해당 이름을 얻었다. 인간의 유전정보와 내장 구성이 유한 척추동물로, 번식과 성장이 빠른데다 몸체를 들여다보거나 유전자를 조작하는 연구도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0년 중반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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