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폰, 삼각김밥 만큼 대박나려면...

일반입력 :2013/02/06 10:50    수정: 2013/02/06 13:58

남혜현 기자

삼각김밥과 숙취 제거 음료의 공통점. 편의점에서 판매해 대박난 상품들이다. 휴대폰도 이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편의점 3사가 진행 중인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실험에 이동통신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편의점폰이 본격 판매된 첫 주말인 지난 3일. 명동 거리로 나섰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편의점 앞에는 대부분 초저가 휴대폰, 알뜰폰 판매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명동 거리에 가장 많이 분포한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지난 닷새간 이 지역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휴대폰 수는 150여대다. 판매처가 서울 중구 일대 20여개 점포로 제한된 것을 감안하면, 매장 당 하루 1~2대의 알뜰폰을 판매한 셈이다.

초기 판매량으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원들의 대답에도,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긴 어려웠다. 편의점폰이 성공하기 위해선, 매장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바쁜 알바생들...서비스 설명 듣기엔 시간 부족

여기 휴대폰 파나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 휴대폰은 어떻게 개통하나요? 박스 안에 설명서가 들어 있어요, 설명서를 읽어보세요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기까지 평균 대기 시간은 1분. 점원이 다른 손님들의 물건을 계산하는 사이, 휴대폰을 문의하는 사람들은 기다려야 한다. 작은 편의점의 경우 1명, 큰 곳도 한 번에 2명 이상의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하는 곳은 드물다.

삼각김밥이나 사이다, 컵라면 같은 제품들은 물건을 구매하는데 특별한 설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휴대폰은 다르다. IT 기기의 경우엔 손님들이 제품 특징에서부터 사용법까지 점원들에 깐깐하게 물어본다.

그런데 점원이 휴대폰을 사러 온 손님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할 시간은 없다. 기자가 직접 휴대폰 구매하려 들린 편의점 십여곳에서도, 점원들은 쉴새없이 바빴다. 이 상품 재고가 있느냐, 가격은 얼마냐, 개통은 어디서 하느냐를 물어보는 짧은 순간에도 계산대 줄은 끊이지 않았다.

휴대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점원들이 모두 숙지하기도 힘들다. 친절과 전문성은 별개의 문제다.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경우 통상 시간대별로 알바생들은 수시로 바뀐다. 이 직원들이 모두 휴대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매를 위해 직원들에 제품에 대해 물어봐도 설명서를 살피시라는 일반적 답 외에 별다른 설명을 듣기는 힘들었다. 제품 상자를 그 자리에서 열어볼 수도 없었다. 구매 후 마음에 안 들 경우 반품만 가능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휴대폰들은 지정된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서만 개통해야 한다. 한 번 구입하면 약정에 묶여야 하는 휴대폰을 별다른 설명을 듣지 않고 사기는 어렵다. 인터넷을 통해 편의점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간 사람이 아니라면, 전문적 설명이 필요하다.

■편의점은 판매만... 개통은 알아서

개통이요? 그... 유심(USIM) 있잖아요. 그것만 가져다가 꽂으면 돼요

유심이요? 아마... 그 휴대폰 안에 들어 있을 거에요...

개통은 쉬울까. 편의점마다 개통법을 설명하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유심만 꽂으면 된다는 설명부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라, 상자 안 설명서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까지 답변은 다양했다.

매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단말기 계산이 전부다. 개통은 개인의 몫이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폰 단말을 고르고, 직원 설명에 따라 개통까지 해결 한 후 통화가 되는지 확인만 하고 나오던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휴대폰을 사가는 주요 고객 층을 고려해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한 매장 직원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어린애들, 외국인들이 주로 사간다. 그냥 젊은 사람들도 와서 물어본다며 알뜰폰 구매자층을 설명했다. 한국말에 서투르거나, 통신 상품 개통에 서투른 사람들이 대다수다.

편의점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기계에 어두운 사람은 개통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매장에선 휴대폰 안에 유심이 들어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게 답했다. 편의점이 휴대폰 판매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선 알뜰폰 개통법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폰도 브랜드 따라 희비 엇갈려

벌써 스무명이나 예약 주문을 하고 갔어요. 얼마나 팔리냐고요? 예약 대기인 수를 유추해 보면 알죠...

명동의 한 GS25에도 5종의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었다. 점원은 가장 인기 모델인 '갤럭시U'의 경우 예약 대기인 수만 스무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갤럭시U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의 LG유플러스 버전이다.

앞서 들린 세븐일레븐 점포도 마찬가지. 6개의 모델 중 터치가 되는 쏘쏘폰과 바닐라폰, 웹파이폰, LG 마하폰은 품절 상태였다. 폴더폰인 아이스크림폰과 LG 시크폰의 재고만 남아 있었다.

편의점에서 알뜰폰을 구매하는 사람들 역시 제조사 브랜드는 물론, 구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최신폰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저렴하다고 구형 폰만 들여놓아선, 편의점 알뜰폰이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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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편의점들이 무조건 인기 모델을 들여놓기는 힘들다. 통상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폰들은 중고폰을 새 제품처럼 고쳐 놓은 리퍼폰, 새 제품이긴 하지만 한 번 진열해 놓았던 폰, 이동통신사가 떠안고 있던 재고 등이 많다. 다시 말해, 최근 1년 이내 나온 신상품을 찾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편의점도 고민이다. 저렴한 가격의 쓸만한 스마트폰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편의점 입장에서도 유리하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내 유명 제조사들이 자급제폰으로 내놓은 단말기 가격은 아무리 저렴해도 수십만원 선이다. 휴대폰 가격 정상화와 제품군 강화가 편의점폰 성공에도 시급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