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만 10만원…LTE 무제한 “누가 써?”

일반입력 :2013/01/26 18:39    수정: 2013/01/28 10:09

정윤희 기자

“기본요금만 10만원이 넘는데…누가 쓰나요?”

이동통신3사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선언했지만, 곳곳에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비싼 요금’에 불만이 높고, 일각에서는 트래픽 폭증을 걱정한다. 마케팅 경쟁에 눈이 먼 이통3사의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신랄하다.

지난 25일 오전,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이하 LTE 무제한)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영업정지 기간 중 이탈한 고객을 되찾기 위한 초강수였다. 이에 질세라 KT 역시 반나절 만에 LTE 무제한 출시를 알렸다. SK텔레콤은 하루 뒤인 26일 오전 LTE 무제한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오는 31일, KT는 내달 1일부터 LTE 무제한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은 10만9천원 요금제 1종에서만, KT와 LG유플러스는 9만5천원부터 11만원, 13만원 요금제에서 LTE 무제한을 제공한다.

사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소 급작스럽다. 그동안 이통3사는 3G에서만 5만원대 요금제 이상 고객에게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했다. 4G LTE에서는 트래픽 폭증을 이유로 “무제한은 없다”고 단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TE 무제한 도입이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은 시장 경쟁 때문이다. LTE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혹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3사 모두 3개월 프로모션이라는 기간 제한을 두긴 했지만, LTE 무제한을 시작한 이상 경쟁 상황 때문에라도 계속해서 제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비싼 요금제만 무제한…속도제한까지

문제는 비싼 요금이다. 말이 9만5천원이지, 여기에 부가세 10%를 포함하면 10만4천500원을 내야 LTE 무제한을 쓸 수 있다. 10만9천원 요금제서만 LTE 무제한을 제공하는 SK텔레콤의 경우 11만9천900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기본요금이 10만원도 넘는데 누가 쓰겠냐”는 아우성이 넘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만원이 넘는 기본요금에 단말기 할부금까지 더하면 매달 휴대폰 고지서에 15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찍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요구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속도제한 역시 비판거리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반쪽짜리 무제한’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기준 제공량을 넘어섰을 경우 속도를 3G급으로 제한하는 것은 ‘데이터 무제한’이란 취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통3사는 모두 요금제별 제공량을 초과할 경우 속도를 제한한다. 요금제에 따라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량을 초과한 후에는 일 3GB 한도 내에서 LTE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 가능하다. 이마저도 넘어서면 2Mbps로 속도가 제한된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2Mbps는 데이터 이용에 불편이 없는 수준으로 사실상 무제한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초과시 속도가 2Mbps라면 차라리 저렴한 3G 무제한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마케팅 치킨게임…트래픽 폭증 우려↑

데이터 소비량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 이용자들이 주어진 기본 데이터량을 다 쓰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일부 다량 이용자(heavy user)만 혜택을 볼 것이란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TE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1인당 1.7GB에 불과하다.

또 이통3사가 일제히 LTE 무제한을 내놓음에 따라, 데이터 폭증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3G 무제한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일부 트래픽 다량 이용자로 인한 전반적인 LTE 속도 등 서비스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방통위 조사 결과, 앞서 데이터 무제한을 도입한 3G의 경우 다량 이용자 상위 10%가 전체 트래픽의 69.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TE는 다량 이용자 상위 10%가 전체 트래픽의 26.7%를 쓰고 있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경쟁사가 지르니 어쩔 수 없이 내놓기는 했지만, LTE 데이터 무제한은 공멸의 길”이라며 “3G에서의 데이터 폭증을 생각하면 지금 와서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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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LTE 데이터는 3G 데이터 사용량을 넘어섰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들어 LTE 트래픽(2만1천129TB)가 3G 트래픽(2만1천7TB)를 추월했다. LTE 가입자가 사용하는 1인당 트래픽 사용량 1.7GB(1천745MB) 역시 3G 가입자 673MB 대비 2.6배 수준이다.

결국 마케팅 치킨게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 역시 “LTE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영업정지까지 더해지니 이 같은 최후의 수단까지 쓴 것 같다”며 “LTE 무제한은 아무리 속도 제한을 둔다고 해도 트래픽 폭증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