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규제法, 외산 모바일 게임만 장려?

일반입력 :2013/01/26 09:35    수정: 2013/01/26 09:54

세계적인 인기 게임 템플런2가 출시되자마자 국내 오픈마켓에서 다운로드 상위권에 올랐다. 외산 인기 게임이 출시됐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처럼 국경이 따로 없는 모바일 오픈마켓에서는 그간 다른 산업이 걸어온 수출입 행태와는 전혀 다르다.

비단 한 게임 뿐만이 아니다. 인기 유료 애플리케이션 순위는 마켓을 불문하고 게임로프트, EA, 로비오, 모장 등 외국 게임사가 즐비하다.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인 T스토어마저 비슷한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게임사들의 선전으로 귀결되지만, 게임을 향한 왜곡된 시각이 국내 게임사가 발 딛을 토대를 없앨 것이라는 지적이 거듭 제기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플랫폼 게임의 셧다운제 확대 적용에 상당한 고심을 안고 있다. 법 적용이 진행될 경우 관리 비용의 급증에 따라 회사 운영이 힘들어질 뿐 아니라 실제 시스템 구현 문제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일정 시간 게임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제안이 나올 때 모바일 게임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 오는 5월까지 유예됐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여성가족부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확대 추진 내용을 담은 평가안을 고시한 뒤, 최근 국회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모바일 게임은 실현 가능성 부족을 이유로 제외돼야 한다는 법안도 준비 중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유예기간 동안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같은 제도는 국내법이다. 때문에 한국 게임사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업체는 자국 시장에서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외국 사업자는 여러 시장 가운데 한국만 포기하면 된다.

반면 국내 사업자가 외국 마켓에 출시하더라도 오픈마켓 이용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이 외국 경로를 통해 게임을 설치하면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중국 시장의 여러 오픈마켓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올린 뒤 국내 이용자가 내려받으면 셧다운제는 눈 뜬 장님 법안이 된다. 즉 규제 실현 가능성도 없고 법안의 허점이 가득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여기에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등도 모바일 게임 생태계에선 게임 제공자에 해당하기에 다시 게임 카테고리를 없앨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서비스 가운데 국내만 갈라파고스 규제로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차별이나 실효성이 문제의 끝은 아니다. 당장 국내 중소 규모의 사업자들은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복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이 위헌 판결을 받았고, 다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초래된다. 이는 지난해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가 한 토론회에 참가해 지적한 내용이다. 이밖에 국내용과 수출용 앱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나아가 국내 대형 게임사라고 하더라도 세계 무대에선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할 경우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이제 갓 태동한 모바일 게임 산업의 싹을 잘라버릴 것이란 지적이다.

문제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문제로 규제 법안을 내놓는 정부나 국회는 게임 이용 제한 방법론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규제 법을 만드는 것만 의회나 정부 등 자신들의 몫이고 실행은 업계 책임이라는 것이다. 한 모바일 게임사 대표는 하늘에 뜬 별을 따오세요 라고 법을 만들고 별을 못 따오면 불법 사업자가 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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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한줄 없이 현재 확정되지도 않은 법을 두고 업계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일부 소규모 스타트업 개발사들은 국내 서비스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발의하는 쪽에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국 게임사를 내쫓거나 청소년들에게 외산 게임 이용을 지지하는 입장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