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일 내러’ 간 2명의 한국 청년

일반입력 :2013/01/23 15:52    수정: 2013/01/23 19:55

전하나 기자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김준수㉗씨는 최근 80일간의 샌프란시스코 일주를 마쳤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목적이 아니었다. 벤처기업 아블라컴퍼니의 사업개발팀장 자격으로 현지 시장 탐방을 다녀온 것이다.

김씨는 2011년 10월 아블라컴퍼니에 인턴으로 입사한 뒤 이 회사의 노정석 대표 눈에 띄어 3개월 만에 정직원으로 발탁됐다. 그는 “짧은 기간 서비스기획, 개발PM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성장하는 스스로를 겪고 나니 취업 준비보다는 스타트업에 남아 더 많은 기회를 쟁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회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노 대표가 “미국에 가서 성공할 수 있는 아블라 서비스를 고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던 것. 80일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과 세 가지 미션이 곧바로 주어졌다. 첫째,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 둘째, 독창적인 시각을 얻어올 것. 셋째, 미국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을 알아올 것 등이 과제였다.

김준수씨는 “거의 매일 같이 현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모임에 나갔다”며 “학교에서 국제경영이라는 수업 한 과목 이수만을 남겨뒀는데 실제 미국서 단기간 내 100명 넘는 사람을 사귀면서 이론으로는 접할 수도 없는 공부를 한 셈”이라고 했다.

덕분에 시장을 보는 안목도 넓어졌다. 그는 “미국은 규모 자체가 크고 지역별, 인종별 문화가 제각기 다르다 보니 실제 틈새시장이라는 게 무수히 존재하더라”며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결코 생각 못했을 아이디어들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 UC 버클리 하스 스쿨을 졸업한 장영준㉘씨는 실리콘밸리 소재 타파스미디어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일하고 있다. 구글이 아시아에서 인수한 유일한 벤처기업 태터앤컴퍼니의 공동대표를 지냈던 김창원씨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타파스미디어는 한국서 만들어진 ‘웹툰’이라는 장르를 미국에 선보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회사다. 지난해 북미 최초 웹툰 포털 ‘타파스틱’을 론칭하고 미국 현지 작가들 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수급하고 있다. 현재 80여개의 작품을 확보한 상태다.

장씨는 “북미 만화 시장은 4조 규모지만 90% 이상이 디씨와 마블 등의 대기업 독점 상태라 수많은 재능 있는 작가들이 창작에 몰두하지 못하고 상업 광고나 영화 등 제한적인 영역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도 포털 웹툰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해외 유통 경로는 막혀 있고, 작품이 무료로 서비스되다 보니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고료에 한정된다”며 “타파스틱은 한국, 미국 작가들 공통의 고민을 덜고 콘텐츠가 선순화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포부로 시작했다”고 했다.

두 20대 청년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준수씨는 미국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함께 아블라컴퍼니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영준씨는 프랑스 웹툰 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회사의 양적 성장을 이끄는 한편 안정화된 타파스틱 수익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장씨는 “대학 시절 같은 학교 친구들과 ‘스카이프’보다 저렴한 가격의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를 만들었다가 좌절한 일이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토대가 됐다”며 끝없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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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에 없던 일을 한다는 것에 자신이 느끼는 큰 성취감과 자부심을 주변 친구들이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미국에 있는 한인 유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권하기도 한다.

또래 친구들이 하나같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 때 스타트업에 문을 두드린 것도 도전이 필요한 일이었다. 김준수씨는 “스타트업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경험은 개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직접 창업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을 사회생활의 시작점으로 삼아보라는 조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