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영업정지 '콧방귀'…방통위 레임덕

일반입력 :2013/01/22 11:16    수정: 2013/01/22 18:15

정윤희 기자

‘빙하기’는 없었다. 주말 동안 30만원대 아이폰5, 15만원대 갤럭시S3가 쏟아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과다지급을 이유로 이통3사에 순차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시장이 안정되기는커녕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통신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정권말 레임덕을 겪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2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시작된 LG유플러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불꽃 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직후인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이통3사의 보조금 가이드라인 위반율은 평균 31%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번호이동(MNP) 건수는 하루 평균 3만5천명을 넘어섰다. 방통위의 시장과열 기준 2만4천명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가 신규가입, 번호이동 가입자 모집이 금지된 것을 감안하면 보조금 경쟁이 다시 과열된 셈이다.

심지어 영업정지를 빌미로 온라인에서는 ‘나 잡아봐라’ 식의 스팟성 보조금이 난무했다. 일부 온라인 휴대폰 판매 사이트에서는 지난 12~13일 아이폰5 가격이 32만9천원(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 24개월 약정시)까지 떨어지는가 하면, 19~20일 동안 갤럭시S3가 15만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순차적 영업정지, 오히려 시장 과열 부채질

방통위는 영업정지 기간 중 시장과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영업정지가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통사들은 영업정지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서, 경쟁사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서 보조금을 투입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영업정지 중인 LG유플러스의 순감 가입자 중 70%에 달하는 4만628명을 뺏어오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영업정지를 내렸다고 해도 보조금을 과다 지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대리점을 아무리 점검한다고 해도 온라인에서 치고 빠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달 말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이 시작되면 그동안 가입자를 빼앗긴 LG유플러스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겉으로는 방통위의 눈치를 보는 척하면서 물밑 보조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통위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이통사들의 행태는) 방통위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는 상임위원들의 호통이 울려퍼졌다. 위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한 뒤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에 이어 사실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비조사 격인 실태점검과 달리 사실조사는 추가적인 행정적 제재조치가 가능하다. 전영만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실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방법 등을 보완해 정확한 (위반)데이터를 뽑아내겠다”며 “번호이동 건수 증가 등 시장이 과열되고 문제가 될 때마다 즉각적인 실태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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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다시 한 번 조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2~3월은 졸업 및 입학 시즌이라 시장이 안정화 될까는 의문”이라면서도 “정확한 표본선정, 온라인 감시 강화 등을 통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이통3사에 총 66일간 이어지는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불법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했다는 이유다. 영업정지 기간은 LG유플러스 24일, SK텔레콤 22일, KT 20일이며 지난 7일 LG유플러스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과징금은 LG유플러스 21억5천만원, SK텔레콤 68억9천만원, KT 28억5천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