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기로서 자동차, '커넥티드 카'의 조건

일반입력 :2013/01/16 15:49    수정: 2013/01/16 16:34

자동차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는 또 하나의 통신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계는 ‘커넥티드 자동차(Connected Car)’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현대자동차는 커넥티드 자동차 플랫폼 ’블루링크’를 전시했다. 블루링크는 MHL(Mobile High-definition Link)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의 기술을 통해 자동차에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연락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음악 등의 콘텐츠를 차량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블루링크과 같은 자동차와 인터넷의 연결은 제조업체와 사용자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자동차 이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익숙해져있다. 통신의 우산 아래에 있는 걸 당연시 여길 정도다. 때문에 인터넷 경험을 자동차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길 원한다.

자동차업계는 또한 구식이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커넥티드 자동차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첨단 IT기술 중에서도 일반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통신기술을 접목해 최첨단이란 이미지를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여기에 차량 판매 외에 콘텐츠 수입이란 새 수익원도 노린다. 실제 구매자와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고객관리수준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자동차에 제공되는 앱스토어를 통해 영화, 음악 등을 실시간으로 구매해 감상하는 건 기본이다. 커넥티드 자동차의 확산은 더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낸다.

차량을 집에 주차하면 주택의 조명, 냉난방 등이 자동으로 작동된다거나, 주행중인 차량을 통해 도로 상황을 수집해 가장 빠른 길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거나, 자동차회사가 차량 내 IT시스템을 원격으로 업데이트하는 등의 상황이 가능해진다. 자녀를 데리고 테마파크로 간다면, 차 안에서 입장권, 주차권 등을 미리 결제하는 상황도 그려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가 단독으로 커넥티드 자동차 플랫폼을 개발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광범위한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와 데이터를 움직이는 일은 자동차업계엔 익숙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동차에 설치되는 플랫폼과 백엔드 플랫폼을 함께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선 완전한 커넥티드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최근 기자와 만난 브라이언 애플리 아카마이 자동차산업부문 수석전략가(이사)는 “현재 커넥티드 자동차는 테더링 기기로 와이파이 핫스팟 기능을 하거나 제한적인 애플리케이션만 이용가능한 수준”이라며 “영화나 음악을 차량에서 즐기려면 물리적인 저장기기를 통해 하는 오프라인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자동차에 전송되는 파일은 더욱 커질 것이고, 소비자는 점차 물리적 기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며 “자동차 회사들은 커넥티드 자동차의 안전한 주행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소비자에게 높은 수준의 경험과 직관적이며 쉬운 사용자경험(UI)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카마이는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 서비스 경험을 자동차와 인터넷을 연결하려는 제조업체의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상위 10대 자동차 제조사 중 8개 회사가 아카마이와 협력하고 있다.

차량 SW 버그 업데이트는 이미 상당부분 널리 사용되는 지원방식이다. 그는 “과거 한 자동차회사에서 SW 버그 있는 차량을 출시했었는데, 에어백 작동 시 자동으로 응급구조 전화를 걸게 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라며 “제조사는 딜러를 통해 파일을 배포하지 않고, 아카마이를 이용해 원격에서 버그를 삭제하도록 해 하루에 초당 수백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업데이트를 원활히 마칠 수 있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콘텐츠 전송은 아카마이의 엣지 플랫폼을 이용한다. 차량에서 콘텐츠를 이용할 때 가장 가까운 위치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파일을 제공하고,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접속을 보장한다.

아카마이가 차량 제조사에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앱스토어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자동차회사들은 차량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위한 마켓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폐쇄형에서 써드파티 개방형으로 바뀌고 있는 이 앱스토어는 자칫 차량 SW를 악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보안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애플리 이사는 “자동차 회사의 경우 대부분 앱스토어 구축 운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여기에 효과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라며 “잘못하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격에서 차량의 운행을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애플리케이션 승인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카마이는 애플의 앱스토어 설계 단계부터 콘텐츠 전송 플랫폼 수립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경험을 자동차 회사에게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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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동차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면, 차량의 건강상태가 제조사에 항시 보고되고, 제조업체는 운전자의 운행 습관, 차량 세팅 등도 확보해 차후 개발하는 신제품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라며 “온라인 상태의 자동차는 앞으로 2~3년 안에 충분히 도래할 수 있는 미래”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의 경우 커넥티드 자동차의 플랫폼 성능에 따라 차량 성능등급을 메기고 있다. 이미 시장은 커넥티드 자동차를 일상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