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얼굴인식 자판기 개인정보침해 논란

일반입력 :2013/01/03 08:20

손경호 기자

일본에 출시된 얼굴인식 자동판매기(이하 자판기)가 개인정보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으나 폐쇄회로TV(CCTV)가 전면적으로 보급되고 있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의 재팬타임스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고개를 숙여라(Facedown over privacy)'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개인정보침해 우려가 있는 사람 얼굴 등 '비주얼 데이터'에 대한 가이드 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 2007년 11월 후지타카라는 자판기 제조사가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사 제품에 안면인식 기술을 처음 도입했다. 구매자가 얼굴을 자판기로 향하면 윗쪽에 설치된 카메라가 성별과 연령대를 추정해 그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보는 고객의 속성, 판매시점, 정보관리 데이터 등과 함계 사용돼 상품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 기술을 도입한 회사측은 얼굴에서 눈의 위치와 피부의 느슨해짐 등을 파악해 성별과 연령층을 판단하며, 현재 정확도가 90%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의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과도 연동해 얼굴 생김새에 따른 제품 선호도 유형까지 분석하고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얼굴인식기술 개인정보침해 논란

문제는 이 기술이 일반 사람들의 동의없이 얼굴정보를 수집하고 회사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일명 '비주얼 데이터'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주얼 데이터는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등 외에도 나이, 성별, 흉터, 눈의 위치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시각적인 정보를 말한다.

심지어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팀은 저가 디지털 카메라와 상용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해 캠퍼스 내 대학생들의 얼굴을 촬영한 뒤 이를 대학 내 인물정보와 매칭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촬영된 학생들 중 3분의 1 가량이 3초 이내에 인물정보와 동일인물이라고 확인됐다.

일본에서 논란이 된 얼굴인식 기술에 대해 현재 국내에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규는 없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기술지원팀 관계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규정을 통해 관리하고 있으나 안면인식 기술에 대해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25조는 범죄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실제 적용사례가 있다. 2011년 미국 프로 미식축구 대회 슈퍼볼 경기장에서 현지 경찰들은 얼굴인식 SW를 이용해 19명의 범죄자를 체포했다.

■국내법 상으로는 판단기준 모호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 얼굴 정보를 포함한 비주얼 데이터는 국내 개인정보침해 이슈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KISA 관계자는 안면인식 기술의 경우 피부의 느슨해짐, 눈의 위치 등은 통계적으로 연령대와 성별만 추정할 수 있는 정보라면 문제가 없으나 누군가를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사진 수준의 정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출시된 기술을 포함해 비주얼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얼마든지 개인정보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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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타임스는 회사들은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개인의 인적사항 역시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상업적인 이유로 이 같은 개인적인 데이터를 다른 분야에 남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민간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취급할 경우 가이드 라인에 따라 사업자의 자율적인 대처를 권장하나 법적 규제나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 POS단말기 제조사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도 안면인식을 포함해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다룰 수 있는 기술들을 제안해 오는 회사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명쾌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