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TV 늦은 삼성전자, 느긋한 까닭은?

일반입력 :2013/01/02 14:49    수정: 2013/01/02 17:21

봉성창 기자

LG전자가 세계 첫 대형 OLED TV 판매에 돌입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삼성전자와의 출시 경쟁에서도 우위에 섰다.

물론 이러한 우위가 차세대 TV가 될 것으로 유력한 OLED TV 경쟁에서 무조건 앞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수율이다.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더 빨리 대형 OLED TV를 출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W-OLED 패널을 사용한 WRGB 방식의 OLED TV 생산으로 빠르게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에 15인치 RGB 방식의 OLED TV를 출시했지만 이를 대형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빠르게 패널을 W-OLED로 교체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RGB 방식의 OLED TV를 고수하고 있다. 화질이나 색상 구현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수율 면에서 W-OLED가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역시 RGB OLED TV출시 시기에 대해 “수율 문제가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W-OLED 패널의 생산 수율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찍힌다. 수율이 낮아도 초도 물량만 확보하면 예약 판매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만큼 LG전자가 오랫동안 OLED TV를 준비해온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OLED TV를 최초로 내놓고도 초도 물량 규모나 W-OLED 패널 생산 수율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 88대라고 버젓이 밝히고 예약 판매를 진행한 울트라HD TV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물론 LG전자가 상반기 중 북미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 연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을 밝힌만큼 어느 정도 패널 수급에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결국 W-OLED 패널 수율은 올해 상반기 LG전자가 OLED TV를 얼마나 파는지 좀 더 지켜봐야 파악될 전망이다.

둘째는 가격이다. LG전자가 내놓은 OLED TV의 가격은 1천100만원 대다. 일반 55인치 LED TV 가격이 300만원 미만에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극소수의 소비자들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OLED TV의 뛰어난 화질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외에는 기존 LED TV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점에서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초기에 내놓을 OLED TV의 가격이 1천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가격이 높은 이유는 패널 생산 수율이 낮기 때문이다. 수율이 25%만 나와도 4장을 생산해 1장을 건져 간신히 OLED TV를 만드는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 중순 OLED 패널 생산 수율은 10% 미만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직까지는 생산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향후 OLED TV 경쟁에서 승자가 될 사람은 문제는 OLED TV의 가격을 낮춰 진정한 의미에서 양산이 가능한 기업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여전히 LG전자가 한발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 역시 수율이 낮은 RGB나 혹은 LG전자에게 진 듯한 인상을 주는 W-OLED가 아닌 제 3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 없다.

2일 윤부근 삼성전자 CE 사장이 LG전자의 OLED TV 발표 건에 대해 “나중에 지켜보면 알게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는 비록 초기 출시는 한발 늦었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춘 OLED TV 양산 시점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기존 TV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장악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 대형 평판TV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TV들의 모방 제품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다. 이면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무게감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독주를 따라잡아야 하는 LG전자에게 만만찮은 격차다. 물론 3D TV 시장에서 어느 정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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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LG전자가 향후 O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율로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해 55인치 이상 하이엔드급 LED TV 시장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역시 RGB OLED 방식의 거듭된 연구와 기술 혁신으로 W-OLED와 대등하거나 혹은 더 높은 수율의 제품을 내놓느냐 아니면 한발 늦더라도 W-OLED 방식으로 선회하느냐 갈림길에 서있다.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향후 OLED TV 시장 경쟁의 향방을 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