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자의 모바일 게임 도전기

일반입력 :2012/12/30 15:18    수정: 2013/01/01 11:20

최근 국내 스타트업을 둘러보면 IT 산업 중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을 하는 이들이 많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앱 생태계를 등에 업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를 일삼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은 대부분이 모바일 게임이 차지한다. 그럼에도 복잡한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디자인, 기획, 퍼블리싱과 관리 등 게임 앱 개발은 만만치 않다.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은 복잡한 앱 개발보다 SNS를 활용하거나 위치기반서비스(LBS) 등을 이용한 사업 모델(BM)을 만들어내곤 한다. 1인 개발 모바일 게임 소식이 이따금 전해지지만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난 11월, 부산서 열린 지스타 2012 NHN 한게임 부스에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동영상 흘러나왔다. 주인공은 ‘언데드 슬레이어’라는 모바일 액션 게임. 국내외 게임사들의 차세대 작품이 펼쳐진 가운데 스마트폰에서 구현될 영상 치고는 그 화려함에 놀랐고, 1인 개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만든 작품이란 점에 놀라움이 더해졌다.

이후 게임 서비스가 시작된지 열흘 가량이 흘렀다. 역시나 좋은 성과를 보였다. 게임 완성도와 퍼블리싱 업체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각종 오픈마켓에서 눈에 띄는 순위를 기록 중이다.

1인 개발사 하이디어의 김동규 대표는 모바일 게임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지만 단숨에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예상대로 쉬운 길을 걷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만족할 게임을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로 버텼다곤 하지만 프로그래밍도 배워보지 못한 바탕에서 시작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술을 좋아해서 상도 많이 받고 소질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 미대에 진학하려 했는데 수능 점수가 너무 잘 나와서 갑자기 공대로 갔어요. 대학 졸업반 시절 일반 시공사를 갈지 아니면 설계 공부를 더 할지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합격한 정부지원인턴사업이 게임회사였습니다.”

김동규 대표는 1인 발사를 꾸리지 전, 게임 업계에 입문한 것 자체도 예사롭지 않다. 그림을 좋아했던 만큼 디자인엔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 게임사에서 처음 맡았던 일도 디자인이다.

“대학 시절 발표를 하면 다들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잖아요. 그러다가 플래시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을 보고 그걸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게임도 좋아했습니다. 새로 나온 게임이 있으면 먼저 찾아 해보기도 하고 상당히 게임을 많이 즐기는 이용자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게임 개발은 지금은 없어진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서 약 7년을 지내면서부터다. 인턴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이 기간을 보낸 뒤 게임 개발에 흥미를 잃기도 했다고 한다. 그 뒤 인디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외주 개발 업무도 맡아왔다. 모바일 쪽으론 교육용 콘텐츠 회사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하이디어라는 1인 개발사를 차린 시점은 지난해 말이다. 그때까지 김 대표는 여전히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언데드 슬레이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총 개발 기간은 15개월 정도가 걸렸습니다. 하이디어 설립 때부터 7~8개월을 혼자서 게임을 만들었고, 5달 정도는 NHN과 조율 기간을 거치는데 쓰였습니다. 기획 같은 경우 이전 회사 생활이나 프리랜서 작업을 할 때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간 머릿속에 있던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었으니 쉬웠습니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개발 엔진 공부도 이 때 시작했다. 김 대표는 한 편에는 책을 놓고 한 편엔 PC를 두고 공부와 게임 제작을 동시에 했다고 회고했다. 이전에 어깨너머로 배운 것은 있지만 힘든 도전이었다고 한다. 현재 출시된 버전에선 NHN의 스튜디오가 작업한 음향이 입혀졌지만, 처음엔 자신의 목소리를 넣기도 했다. 화려한 액션이 눈길을 끄는 게임인 만큼 이 부분에선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예컨대 특수 공격 부분은 주로 레슬링 기술로 대부분 이뤄졌는데 여기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집 안에서 혼자 몸을 던지고 그 동선을 그려 넣기도 했다고 한다.

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될 시점에 퍼블리싱 업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메일 제안서 제출을 십수번이나 했다. 그러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NHN을 택했다고 한다. 집에서 가까운 이유도 있다고 웃으며 밝혔다.

퍼블리싱 업체가 선정된 뒤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혼자서 생각지 못한 부분이 속속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어요. 혼자서 모든걸 하니까 남의 지적을 안 받고 할 수는 있습니다. 또 비효율적인 회의 시간 같은 게 없잖아요. 그런데 혼자만의 생각에 많이 빠지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서비스 중인 이 게임에 예상치 못한 중국어 폰트 크기가 문제가 됐다. 또 일반적인 게임 이용자의 플레이타임을 고려하지 못했고, 밸런스 문제도 다시 손을 댔다. 개발에만 몰두하다 보니 사업적인 영역에선 무지했던 부분이 퍼블리싱 업체와 만났을 때 속속 드러났다고 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 개발자가 아닌 이상 퍼블리싱 업체랑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아요. 아무리 혼자서 한다고 하더라도 사업 파트너는 확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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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개발자의 화려한 데뷔 속에 숨겨진 고민이다. 인기 모바일 게임 하나가 나올 때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이야기다. 김동규 대표는 새로운 1인 개발사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혼자만의 게임을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 되선 안 됩니다. 결국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