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와 아웃라이어

백승주입력 :2012/12/27 10:36

백승주
백승주

필자의 업무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전파와 이를 통한 가치 창출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목표와 가장 많이 연계된 활동이 바로 외부에서의 발표와 관계 지속을 위한 여러 온오프라인 만남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소규모 수업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 발표에서 30여명의 IT 엔지니어들과 함께 특정 기술에 대한 토론과 실습이 있었다. 그날 나왔던 질문 하나가 오늘 이야기의 주된 소재이다.

“이 기술로 먹고 산지 5년이 넘으신 분?”

참가자 30명 중 2명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조금은 놀랐기에, 다시 한번 물어봤지만 여전히 2명이 전부였다. 연차를 조금씩 낮추어 질문하면서 전체적인 숫자를 확인해봤지만, 마음 한 켠엔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음껏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음을 감안해도 말이다.

특정 기술이나 업계에서 어느 정도 도가 트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아웃라이어’ 법칙을 적용해본다면, 1만 시간이 넘기 위해서는 하루 일하는 시간을 8시간으로 보았을 때, 3.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 3년이상 해당 기술에 대한 투자를 했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까?

그만큼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모습을 반증할 수도 있다. 기술에 대한 변화는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분야는 3개월, 어떤 분야는 1년 아니 그 이상마다 개선된 버전이 나오거나, 또 다른 형태의 기술이 등장해 기존 기술을 대체하기도 한다. 결국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지식 습득 패턴에 진저리를 느끼게 할 수도 있고, 이러한 느낌 때문에 지금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형태가 반복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시장에 점유율이 높은 기술의 경쟁 제품이 자사의 이전 버전인 경우에도 해당된다.)

그런데 조금만 시각을 바꿔 생각해보자. 어떠한 새로운 기술이던, 해당 기술은 기존의 기술을 밑바탕에 두고 새로운 형태의 발전을 취하게 된다는 점이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 및 버전은 기존의 기술에 대한 융합 또는 개선을 통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술의 발전은 이유 없는 발전이 없다. 특히 IT에서는 말이다.

글 앞머리에 ‘새로운’이란 단어를 업무 소개로 언급했다. 새롭다는 단어가 없던 것이 등장한 형태가 아니라 기존에 대한 보완 혹은 대체라고 재정의해보면 어떨까?

■IT 달인 되려면...시간 투자, 좌절 극복해야

몇 년간 IT를 해오면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에 10년이상 해당 업계 혹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기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성이다. 거창하게 말해 예측성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느끼기엔, 나올만한 것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기술을 통해 여러 작업을 진행해보니 부족한 면이 보였고, 이러한 부족한 면들이 해결되는 형태로의 모습을 취했다는 것이다. 얼마 후 이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면 개선된 버전의 부족함이 느껴지고 이에 대한 모습이 또다시 해결되지 않겠느냐라는 이야기도 반드시 덧붙인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분야에서 감탄사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만큼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다. 이를 보면서 “저들이 잘하는 것은 우리가 키보드 치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IT분야에서 오래 일해서 불이 꺼져도 키보드를 잘 치는 것, 한글 자판 표시가 없어도 한글을 잘 칠 수 있는 것 등이 다 같은 것이라고. 비약적인 비교지만 달인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좌절을 느껴봤고 이를 극복하면서 기쁨을 느껴본 것이라는 점이 같다.

IT에 입문한지 얼마 안되거나, 이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IT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시간에 대한 투자가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해주는 것 이외엔 답이 없다.

IT도 모든 업무와 동일하기에, 탄탄한 기초 없이, 이에 대한 확장 및 발전은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기초와 함께,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은 필수적이다. 이 기술이 왜 등장했는지, 어떠한 발전 형태를 취해서 오늘날 여기까지 발전하게 되었는지,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 과거 기술에 대한 살펴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주위에 해당 기술에서부터 계단을 밟고 올라온 선배가 있다면, 이들의 활약상과 노하우를 반드시 들어보고 배워야 한다.

결국 IT도 ‘투자한 시간만큼 결과로 돌아온다’는 당연한 귀결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뒷받침도 분명히 필요하다. IT는 하루 아침에 꽃이 피는 분야가 아니라 씨앗을 심고, 싹이 올라오고, 이 싹이 꽃이 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물 주기, 거름 주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이 있어야 한다. IT 종사자들 역시 본인이 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조직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센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2012년은 어느 때보다 많은 기술이 나타나고 발전했고 또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기술만의 이유보단 사회적인 변화 현상, 그리고 여러 계층의 이용 시나리오와 연계된 모습들이 많았고, 이는 2013년에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확한 통찰 및 분석, 그리고 앞을 예측하는 모습이 IT 엔지니어에게도 꼭 필요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12년도 막바지에 마지막 주가 흘러가고 있다. 올해도 IT를 하길 잘했다라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내년에도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함께 담아본다. 파이팅!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주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Microsoft 기술 전도사(Evangelist), IT 트렌드 및 주요 키워드를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