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통신시장 휩쓴 LTE전쟁

일반입력 :2012/12/23 08:37    수정: 2012/12/23 09:36

정윤희 기자

올해 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단연 LTE다. 3G에 머물렀던 시장의 무게 중심은 LTE로 완전히 이동하며 이제 LTE 가입자는 1천500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절반에 이르는 숫자로 지난해 7월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약 14개월만의 성과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도 심했다. 이동통신3사의 LTE 가입자 확보 경쟁으로 인한 신경전도 극에 달했다. 상반기에는 막바지에 이른 커버리지 구축경쟁으로 ‘전국망’이 경쟁력으로 떠올랐으며, 하반기에는 LTE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보조금 경쟁이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제는 보조금 출혈 경쟁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17만원짜리 갤럭시S3’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올해 4월 치러진 총선, 12월 열린 대선으로 인한 통신비 압박도 거셌다. 여야 할 것 없이 무조건적인 통신비 인하를 강요하는 통에 업계에서는 “산업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통신사 수장들은 가계통신비 부담의 원인을 높은 가격의 스마트폰으로 돌리며 통신비 인하와 함께 출고가 현실화, 네트워크 투자비 보장 등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휴대폰 자급제, 가격표시제 등이 시행됐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활성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밖에도 상반기에는 스마트TV,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로 촉발된 망중립성 논란이 격화된 것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삼성전자와 KT는 스마트TV를 사이에 두고 파국으로 치달았으며, 카카오톡 m-VoIP 서비스 ‘보이스톡’ 열풍에 이통사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결국 방통위가 통신사에게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을 만들었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았다.

■LTE 출혈 경쟁…통신사 ‘사활’

통신사들이 LTE에 목숨을 걸다보니 뺏고 뺏기는 경쟁은 심화됐다. 지난 7, 8, 9월에는 월별 번호이동 건수가 100만건을 넘으며 시장이 과열됐다. 이런 가운데 눈부시게 선전한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만년 3위’ 타이틀을 떼고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순증하며 LTE 시장 2위로 성큼 뛰어올랐다.

LTE에 기반을 둔 다양한 기술, 서비스 경쟁도 벌어졌다. 지난여름에는 음성LTE(VoLTE)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맞붙는가 하면, 두 개의 주파수를 LTE에 활용하는 멀티캐리어(MC), 애플 아이폰5 역시 이통3사의 전장이 됐다.

심화된 경쟁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불렀다. 과도한 보조금 투입으로 통신사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LG유플러스는 마케팅비에 발목 잡혀 적자전환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급기야 방통위가 나섰지만 곳곳에서 난무하는 ‘꼼수 보조금’은 여전했다. 방통위는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현장 조사를 일단락 짓고 오는 28일경 전체회의를 통해 통신사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의결할 예정이다.

반면 LTE는 통신사들에게 희망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본요금 1천원 인하 이후 지속적으로 통신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LTE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까지는 경쟁에 따른 마케팅비 투입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ARPU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신사, 탈통신-비통신 가속화

올해는 통신사들의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가 가속화된 해이기도 하다. 기존의 통신 산업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통신사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미디어, 콘텐츠, 헬스케어,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았다. 예컨대 헬스케어 분야에서 SK텔레콤은 서울대병원과, KT는 연세의료원과, LG유플러스는 보령제약과 손을 잡기도 했다.

특히 올 한 해 비통신 성장의 덕을 톡톡히 본 곳은 KT다. KT는 미디어, 금융, 부동산 부문의 선전으로 떨어지는 통신실적을 방어했다. 자회사 BC카드,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등이 효자로 꼽힌다.

여기에 박차를 가해 KT는 미디어, 위성, 부동산 부문을 따로 떼내어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 자체 경쟁력을 갖춰 통신사업에 가려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하던 성장사업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을 것이란 기대다.

KT는 지난 3일 부동산운영전문회사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을, 미디어콘텐츠 분야 신설법인 KT미디어허브 초대 대표이사는 김주성 현 KT M&C부문장을 선임했다. 위성사업 전문회사 KT샛은 김일영 현 KT 코퍼레이트센터장이 맡았다.

■‘선거의 해’…통신비 인하 압박 활활

올해는 총선, 대선이 연달아 있으면서 톧신비 인하 압박도 거셌다. 사실 통신비 인하는 매년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4월 총선에서도, 12월 대선에서도 각 정당이 내세운 공약은 산업에 대한 고민 없는 포퓰리즘적 공약이 주를 이룬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은 가입비 폐지, 요금인가 심의 과정 공개, 단말유통구조 개선, 도매제공의무사업자 범위 확대를, 민주통합당은 단말 유통구조 개선, 계층별 특성에 맞춘 이용자 중심의 통신요금 체제 개편을 역설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공약이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없이 무조건적인 통신비 인하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통신시장의 유통 구조와 고가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단말기 값 부담 증가, 망 투자비 보장 등 전체적인 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통신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정책 속도가 IT 발전 및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마치 방송통신위원장의 공약 수준으로 “국가경쟁력, 산업경쟁력을 위한 IT활용 방안, 관광산업과 IT 산업의 융합과 같은 큰 그림은 찾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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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상반기에 촉발된 망중립성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서도 망중립성 논쟁이 불을 뿜었다. 카카오톡의 m-VoIP 서비스 보이스톡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기존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통신사와 플랫폼의 진화, 다변화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플레이어들 간의 힘겨루기로 풀이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 동안 이동통신3사 간의 LTE 시장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캐리어 애그리게이션이 상용화되는 등 LTE를 넘어선 LTE-어드밴스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