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C 시대, SW 제공방식 변한다

일반입력 :2012/12/19 08:59

전통적인 PC 수요가 줄면서 클라이언트 기반 업무용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해온 글로벌 업체의 수익모델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간단위 과금방식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여기에 기존 설치형SW 패키지 라이선스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17일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오토데스크 같은 글로벌업체들이 눈에 띄는 사례다. 다만 기간제 과금방식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실제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패키지라이선스를 완전히 걷어냈다기 보다 더이상 기존 사업모델로 끌어들일 수 없는 고객들을 겨냥해 절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격으로 이해된다.

■MS 오피스365, 일반 사용자도 오피스2013 제공

우선 MS가 지난 9월 해외 출시가격을 공개한 오피스2013과 오피스365 서비스 체계는 일반 사용자를 고려한 흔적이 짙다. 오피스365 사용자들도 설치형 오피스2013에 준하는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례로 오피스365 '홈프리미엄'은 개인과 학생을 포함한 가정용 서비스다. 1년에 100달러를 내면 PC와 맥 컴퓨터 5대까지 오피스365를 쓸 수 있는 요금체계다. 여기에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 아웃룩, 퍼블리셔, 액세스 애플리케이션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홈프리미엄 구성에는 MS 클라우드 저장공간과 스카이프 무료통화가 포함된다. 중소기업 이상 환경에는 공유 캘린더, 바이러스와 스팸 방지기능을 포함한 우편 수신함, HD화상회의, 별도의 개인사용자별 문서저장공간, 기업과 팀단위 웹사이트 생성기능이 지원된다.

당시 회사는 최신 오피스 프로그램을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사용자들이 설치형 SW인 오피스2013 또는 서비스형SW(SaaS)인 오피스365의 '서브스크립션' 방식가운데 각자 알맞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피스365는 주요 기능 '오피스온디맨드'를 포함한다. MS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술 '앱V(App-V)'를 통해 사용자가 설치형 오피스2013를 쓰게 해준다. 이는 HTML5기반으로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오피스웹앱스' 기능보다 패키지형 제품에 가까운 오피스 사용환경을 제공한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대기업으로 확산

어도비는 지난 5월 시작한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새해부터 대기업 사용자들에게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일명 '엔터프라이즈기간제라이선스계약(ETLA)' 정책이다.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는 패키지SW '크리에이티브스위트(CS)6' 라이선스를 월정액 가입형 요금제로 쓰면서 클라우드기반 부가서비스를 추가 제공받는 서비스다.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멤버십은 사용자당 1개월에 75달러, 1년치를 한꺼번에 이용시 월 50달러 수준으로 모든 CS6 구성 제품을 쓸 수 있다. 아크로뱃X프로, 애프터이펙트, 오디션, 드림위버, 파이어웍스, 플래시,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라이트룸, 포토샵, 프리미어 등 14개 패키지 제품을 아우른다.

또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는 CS6 구성에 들지 않는 추가 패키지 '에지'와 '뮤즈' 그리고 클라우드서비스 '비즈니스카탈리스트', '타입킷', '디지털퍼블리싱스위트', 또 각 프로그램의 콘텐츠와 파일을 저장하는 온라인스토리지도 묶어 제공한다.

어도비는 MS와 달리 가상화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전송기술을 쓰지 않으며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웹애플리케이션도 만들지 않았다. 설치형 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하는지 여부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와 MS 오피스365의 차이를 이룬다.

■오토데스크360, 클라이언트-클라우드SaaS 분업

오토데스크는 지난해 11월부터 '오토데스크360'이라는 클라우드기반 3D 설계, 시뮬레이션 및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보조기능을 제공해왔다. 어도비처럼 PC용 설치형SW를 주 작업환경으로 삼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 돌아가는 부가기능을 SaaS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토데스크360을 쓰려면 '오토데스크서브스크립션'이라는 연단위 부가서비스를 가입해야 한다. 오토데스크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어도비나 MS와 달리 개인 사용자당 정액제 과금체계를 내걸지 않고 '클라우드유닛(CU)'이라는 자원 활용 단위만 제시한다.

오토데스크360은 기존 워크스테이션에서 돌렸던 렌더링이나 모델링, 구조분석과 최적화 작업을 오토데스크 클라우드 환경에서 처리해 준다. 해당 서비스는 오토데스크360 렌더링, 인벤터용 옵티마이제이션, 레빗용 에너지애널리시스, 레빗용 스트럭처럴애널리시스, 그린빌딩스튜디오, 인프라스트럭처모델러 등이다. 각 작업을 실행시 서브스크립션으로 할당된 CU 숫자를 차감하는 식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개로 오토데스크360 사용시 클라우드를 통해 데스크톱과 모바일간 협업을 구성할 수 있다. 모든 데스크톱 SW기능을 구현하진 않았다. CU를 소모하는 오토데스크360 서비스 외에 온라인 작업공간에서 DWG파일 편집이나 2D와 3D DWF파일 열람, 2D도면 취소선과 주석첨부가 가능하다.

오토데스크360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와 오피스365와 가장 다른 점은 그 기반 고객 특성상 개인용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협업을 전제로 기업내 설계와 디자인 업무조직 등 기존 라이선스를 보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형태기 때문이다.

■포스트PC 시대 SW라이선스, 같은듯 다른 진화

산업현장에서 좁아진 업무용PC의 입지는 앞서 제시한 글로벌업체들이 선보인 클라우드기반 서비스와 그걸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체계로도 증명된다. 일정수준 이상의 네트워크속도와 컴퓨팅 성능을 보장하는 모바일기기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MS, 어도비, 오토데스크의 서브스크립션 체계와 구성에 보이는 차이는 각 업체가 제공하는 패키지SW의 주 수요층이 겪는 흐름의 격차를 암시한다. MS가 오피스웹앱스라는 SaaS로 설치판에 준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이유는 평범한 직장인을 포함한 일반인과 학생 등이 더이상 윈도PC만을 집중적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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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어도비와 오토데스크가 윈도 기반의 패키지SW 역할을 유지한 채 클라우드로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까닭은 그 SW의 모든 기능을 모바일기기나 웹에서 완전히 대체하기에 이른 시점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술 수요층인 전업 디자이너나 설계 전문가의 주 업무 환경이 PC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편 MS나 어도비는 설치형SW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계정당 기간제 등 세분화된 과금체계를 갖춘 것이 구글앱스나 세일즈포스닷컴의 모델을 닮았다. 반면 오토데스크 클라우드는 사용자규모와 무관하게 사용기회를 차감하는 방식인데 기업의 인프라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형인프라(IaaS)나 플랫폼(PaaS)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