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삼성폰 파죽지세, 외산 짐쌌다

일반입력 :2012/12/17 08:23    수정: 2012/12/17 09:02

김태정 기자

지난 7월, 삼성전자는 수년째 매월 발표해 온 국내 휴대폰 점유율을 앞으로 함구하겠다고 밝혔다. 점유율이 80%에 육박하자 독과점 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같은 달 타이완 HTC는 한국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9월 관련 작업을 마무리했다. 어떤 외산 제조사보다 한국 시장에 많은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의미 있는 성적을 얻지 못하고 떠났다.

올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점유율 폭주와 애플 이외 외산의 몰락으로 요약된다. 외산 휴대폰이 단 2종(모토로라모빌리티 더블비, 애플 아이폰5)만 출시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HTC에 이어 모토로라모빌리티도 내년 2월 짐을 싼다.

이 같은 현상 지난해 말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국내 이동통신3사가 LTE 가입자 쟁탈전에 나섰지만, 외산은 주력이 3G에 머물렀다. 소비자 선택권 축소 논란을 각오한 이동통신사들에게 3G 폰을 들고 온 외산 제조사 직원들은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소니MC)의 경우 지난 3월까지 신제품 엑스페리아S 출시를 준비했지만,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없던 일이 됐다. 모토로라모빌리티와 HTC, 노키아, 리서치인모션(RIM)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결국 HTC가 9월 서울 광화문 사무소를 닫았고, 모토로라모빌리티는 내년 2월 철수한다. 소니MC 한국 지사는 소니코리아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외산들의 비극에는 스스로 책임이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토종 경쟁자들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사후서비스는 아킬레스건이었다. 대부분 AS 대행사를 쓴다는 부분은 본사의 한국 공략 의지 부족으로도 읽힌다. 게다가 모토로라모빌리티와 HTC, 소니MC 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주력으로 내세웠으면서도 업그레이드가 느렸다. 업그레이드를 아예 지원하지 않는 제품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동통신사의 외면에는 이 같은 이유들도 있었다.

한국인만 이들을 멀리한 것이 아니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전 세계 지사 49곳 중 30% 정도를 닫을 예정이며, HTC도 한국과 브라질 등 주요 국가서 철수했다. 삼성전자-애플로의 쏠림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외산이 못 챙긴 국내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독식했다. 국내 휴대폰 점유율이 지난 9월부터 8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삼성전자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9월부터 휴대폰 점유율 80%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독과점 지위에 제재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독과점이라는 지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남의 판매를 지원할 수도 없으니 곤란한 처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서 정상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갤럭시노트2를 출시했지만 갤럭시S3도 여전히 잘 팔리는 게 점유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팬택은 큰 재미를 못 봤다. 각자 차지한 10% 정도 점유율로 힘겹게 경쟁하는 모습이다. 4분기 들어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장사가 더 어려워졌다.

관련기사

탑재 기술만 따지면 LG전자 옵티머스G와 팬택 베가R3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이상이라는 평가도 적잖다. LG전자·팬택이 브랜드 마케팅을 더 강화하려는 이유다.

애플이 이달 초 출시한 아이폰5의 파급력, 삼성전자 점유율을 얼마나 뺏을 지는 아직 판단이 어렵다. SK텔레콤과 KT는 아이폰5 초기 물량 30만대 정도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