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거짓말? "윈도8 앱 안만든 이유는…"

일반입력 :2012/12/14 08:08    수정: 2012/12/14 10:37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 최신플랫폼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 환경을 겨냥한 크롬 브라우저를 만들어놓은 상태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온라인IT미디어 더버지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각) 구글이 윈도폰이나 윈도8을 겨냥한 앱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회사 제품관리책임자 클레이 베이버 이사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구글은 자사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나 경쟁사 애플의 iOS용으로 지메일과 구글드라이브 앱을 내놨다. 윈도와 맥PC용 동기화 프로그램도 이미 존재한다.

베이버 이사는 유독 MS용 앱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유로 투자결정의 바탕이 되는 '사용자'들이 충분한 규모를 형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MS가 윈도8 판매실적을 자랑하긴 했지만 업계와 일반사용자들은 그에 탑재된 새 인터페이스 환경에 불만을 표한 경우가 많았다. 즉 구글이 만들지 않겠다는 건 윈도의 기존 데스크톱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아니라 터치스크린 대응을 강화하려고 만든 '모던UI' 또는 '메트로UI' 환경에 특화된 앱을 가리킨다. 이 경우 윈도8, 윈도RT 태블릿과 윈도폰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구글 서비스를 웹브라우저로만 이용할 수 있다.

■윈도폰 죽쒔지만…윈도8은 지켜봐야

그간 업계가 윈도폰의 성공 가능성에 신중론 내지 비관론을 펼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평가가 PC와 태블릿을 함께 겨냥한 윈도8 환경에 대해서도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윈도폰 사업은 2년 넘게 이어졌지만 경쟁자들을 따라잡기는 커녕 대등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윈도8은 2달도 안 됐다.

물론 윈도8을 대놓고 지원하는 건 일종의 모험이란 분위기도 없지않다. 생태계에 대한 초기반응가운데, 지난달말 MS를 투자자로 둔 페이스북조차 윈도8 해커톤 행사를 열면서도 윈도8과 윈도폰8용 앱개발 계획에 확답하지 않은 것은 뜻밖이다.

그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단말기들이 잘 나간다면 페이스북이 태도를 바꾸겠지만, 어쩌면 기존 윈도폰처럼 MS가 직접 OS에 통합된 페이스북 기능을 만들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윈도폰7 시리즈에 들어간 사진 앱은 단말기 사용자의 사진과 친구들 페이스북 앨범을 함께 볼 수 있을 정도로 통합이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이 MS 윈도8에 까칠한 속내는 다를 수 있다. 구글의 규모와 관련 서비스의 경쟁관계를 생각한다면 윈도 모던UI용 클라우드 앱을 만드는 게 큰 손해일지, 만들지 않는 것이 확실히 이득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손해일까

구글의 주요 수익은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나 하드웨어 제품 판매가 아니라 광고에서 나온다. 광고를 탑재할 수 있는 스크린을 많이 가질수록 유리하다.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갖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로 푼 이유다.

다른 경쟁사들은 구글의 앱을 광고판으로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MS는 '윈도스토어'라는 자체 앱스토어에 별도의 광고플랫폼을 탑재한 앱도 허용한다. 필요하다면 구글은 지메일이나 구글드라이브 앱, 또는 검색앱을 만들어 사용자가 거슬리지 않을 만큼 광고를 노출시킬 수도 있다.

또 윈도8 모던UI 기반 앱 개발을 선언했거나 이미 출시한 구글의 경쟁서비스 업체들도 존재한다. 구글드라이브와 기능과 쓸모가 비슷한 파일공유서비스 '드롭박스'가 터치조작을 지원하는 윈도8용 앱개발을 예고한 상태다. 또 생산성도구인 '구글앱스'가운데 오피스문서를 읽고 쓸 수 있는 '구글독스'와 경쟁관계인 클라우드 노트서비스 '에버노트'도 윈도8 전용 앱을 갖췄다.

구글이 MS의 견제를 우려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존 드롭박스는 MS '스카이드라이브'와 유사하고, 에버노트는 MS '원노트'와 비슷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MS가 자사 제품과 경쟁관계인 서비스를 의식했다면 이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양질의 서비스와 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MS에게 손해다.

■그럼 윈도8용 크롬은 왜?

구글 입장이 의심스러운 결정적 요소는 크롬 브라우저다.

구글의 주장대로 MS의 새 플랫폼이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더란 게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은 자사 인기 웹브라우저 '크롬'을 윈도8 모든UI 버전으로 만들어왔다. 이는 그 주장의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구글의 입장이 전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더러 보여왔다해도, 경쟁사 플랫폼에 대한 엇갈린 비전을 모두 긍정하긴 어렵다. 베이버 이사의 진단이 맞다면 크롬 개발팀은 손해보는 투자를 자처하고 있단 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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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보면, 구글은 아무래도 윈도8 사용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크롬 브라우저로 웹에서 이용하는 그림을 구상하는 듯하다. 윈도8에 내장된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모던UI에서 가장 빠른 브라우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 속도경쟁에서 우위를 가져온 크롬 브라우저는 향후 윈도환경에서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로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윈도8 전용 구글드라이브나 지메일같은 앱은 크롬 사용자를 늘리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일종의 방해가 될 수도 있어 안 만드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