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금융보안, 장애인 문턱 낮아졌나

일반입력 :2012/12/11 10:40

손경호 기자

내년부터 웹접근성 국가표준의 예외항목에 속했던 공인인증서에 대해서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항목이 의무화 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 뱅킹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불편함이 몇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가장 개선속도가 느렸던 금융부문에서도 장애인들의 웹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 분야는 그동안 국내에서 장애인 웹접근성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손꼽혀 왔다. 이 때문에 적어도 '장애인 웹접근성 후진국'에서는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충북대학교 컴퓨터 공학부 김석일 교수는 장애인 웹접근성을 두고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 또는 지역, 성별, 나이, 지식 수준, 기술, 경험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강연 등을 통해 장애인 웹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한 '웹접근성 국가표준'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이미지나 멀티미디어로 된 콘텐츠에 대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마우스를 이용하지 않고 키보드로 모든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금융부문 장애인 웹접근성 뭐가 있나?

금융부문에서의 장애인 웹접근성은 크게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보안토큰, 일회용 비밀번호(OTP) 발생기 등을 사용할 때 장애인에 대한 편의성을 고려하고 대체수단을 갖췄는지 여부를 다룬다.

핵심은 장애인들이 인터넷 뱅킹 등을 이용할 때 필요한 공인인증서 인증방식의 대체기술이다. 현재 점자로 된 보안카드와 함께 공인인증서 가입자 소프트웨어(SW)로 활용할 수 있는 USB형태의 보안토큰 등이 나와 있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2010년 12월 23일 고시한 '공인인증서 가입자 소프트웨어 접근성 지침(TTAL.KO-10.0472)에 따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공동으로 표준안을 마련해 보급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달해주거나, 색맹인 사용자들도 쓸 수 있고, 마우스 없이 모든 기능을 키보드만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KISA 전자인증팀 임진수 팀장은 기술적으로는 장애인들도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실제 인터넷 뱅킹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 있다며 내년 4월 의무화 시점에 맞춰 공공은 물론 일반 회사에까지 적용하도록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석일 교수는 실제로 많이 개선됐다며 불과 2년전까지만해도 ATM기기 등에 점자나 음성안내를 찾아볼 수 없었으나 최근 들어 많은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기반 금융서비스의 경우에도 아이폰은 보이스오버, 안드로이드폰은 토크백 기능을 탑재해 음성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이 사용된다.

■아직 개선될 부분도 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선진국 수준의 장애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띈다. 공인인증서가 오작동하고, 증권거래 업무는 여전히 활용하기가 힘들며, OTP 발생기의 경우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씨는 공인인증서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도 불편한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증권거래에 사용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경우 장애인들에 대한 접근성이 여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증권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들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만큼 HTS까지 의무적으로 장애인 웹접근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HTS에 대해 장애인 웹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는 증권회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인인증서의 오작동도 문제다. 강 씨는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인인증서 내용을 음성으로 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식으로 이용해왔는데 실제 사용해 보면 공인인증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TP 발생기는 이어폰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일회용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중에는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숫자 5번과 전원버튼을 돌기 형태로 만들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아직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은 금융회사나 일반회사들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또다른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금융보안 장애인 웹접근성 뭘 고려해야?

장애인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최우선 과제는 서비스 개발과정에서의 보편적인 설계다. 마우스를 집기 힘들 정도로 손가락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키보드만으로 인터넷 뱅킹을 위한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웹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개선된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홈페이지에서 이미지를 못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해당 영역의 그림이 무슨 내용인지 음성으로 알려주는 대체텍스트를 삽입하는 것이다. 웹접근성연구소(www.wah.or.kr)의 개발자 아카이브가 이 같은 웹콘텐츠 제작기법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디넷 코리아 사이트 주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고이미지 영역에 접근하면 지디넷 코리아 첫화면으로 가는 링크라고 알려주도록 만들면 된다. 그 방법은 이미지 파일의 링크에 대한 소스코드에 alt=지디넷코리아 첫화면으로 가는 링크라는 문자열을 더하면 된다. 시각장애인들이 쓰는 화면낭독프로그램(스크린리더)을 통해 이미지의 내용과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다.

■액티브X 논란과 장애인 접근성 달리봐야

장애인 웹접근성과 오픈웹을 통해 액티브X 없는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맥락인데도 불구하고 혼용되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NIA 현준호 수석은 액티브X 논란에서 불거진 웹환경에 대한 상호운용성과 장애인에 대한 웹접근성은 서로 다른 이슈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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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운용성은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공하는 액티브X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모든 웹브라우저에서도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HTML5가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장애인 웹접근성은 액티브X의 사용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콘텐츠를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동등하게 쓸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액티브X를 대체하는 새로운 웹기반 공인인증서 처리기술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웹접근 권한을 부여해야한다는 장애인 웹접근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현 수석은 액티브X를 사용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경우에도 장애인에 대한 웹접근성이 보장돼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