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 재고폭탄 수백억에 SKT-KT 진땀

일반입력 :2012/12/10 08:55    수정: 2012/12/11 08:49

김태정 기자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창고에 HTC 악성재고 3만여대가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짐 싸서 떠난 HTC는 ‘나 몰라라’인 가운데 SK텔레콤과 KT의 재고처리 고충이 진행형이다.

해당 제품들 중 그나마 신형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센세이션XL. 가격을 거의 받지 않다시피 해도 재고 줄이기가 갈수록 힘겹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가 보유한 HTC 제품 재고는 합쳐서 3만여대. HTC에 지불한 공급 가격 기준으로는 200억원치가 넘는다. 계약상 HTC가 반품을 받지 않는 물량이다.

지난달까지의 재고 처리는 비교적 선전한 편이다. 지난 8월 HTC의 한국지사 철수 당시 7만여대였던 재고를 SK텔레콤-KT가 3개월 동안 반 토막으로 줄였다. 약정 조건으로 할부원금을 거의 받지 않는 프로모션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같은 재고처리 속도가 이달 들어서는 확 느려졌다고 유통가는 설명한다. 남은 3만대는 악성재고 중 악성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 가격도 떨어지는 가운데 아이폰5 이슈까지 겹치면서 ‘떨이’조차 힘들어졌다.

KT의 경우 2011년형 HTC 태블릿 ‘플라이어4G’까지 수천대 보유 중이다. 지난해 90만원에 육박했던 출고가가 10만원대로 떨어졌어도 판매량은 집계가 의미 없는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재고가 3만대 남은 시점부터 판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판매점들도 재고를 떠안을 것이 부담스러워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외산 제조사 제품도 인기 하락에 재고 소진이 어렵지만 HTC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SK텔레콤과 KT가 ‘성공 가능성 있는 외산 스마트폰’으로 인정, 비교적 많은 물량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피터 쵸우 HTC 회장은 수차례 한국을 방문해 제품 선택을 호소했다.

고장 시 부품 값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입소문도 고객들이 멀어지는 데 몫을 했다. 주요 제품의 액정 교체비가 20만원이 넘는다. 디스플레이와 터치패널을 일체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겉 부분만 깨져도 화면 전체를 바꿔야 한다.

돈을 내도 수리가 쉽지 않다. 타이완 본사로부터의 부품 조달이 원활치 않아 수일을 기다리는 일이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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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 측은 “남은 HTC 제품 판매와 기존 고객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업그레이드 관련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TC는 지난 2008년 7월 한국에 진출, 올해 10월 철수했다. 한 때 안드로이드 진영 최강을 자처했으나 AS 품질 부족과 업그레이드 지연 등의 약점을 지적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