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애플, 숨막혔던 그날밤 무슨 일?

일반입력 :2012/12/03 14:06    수정: 2012/12/03 17:12

정윤희 기자

“퍼펙트 매치”(SK텔레콤)

“아이폰은 역시 KT”(KT)

“노코멘트, 노코멘트, 노코멘트…”(애플코리아)

아이폰5를 사이에 두고 SK텔레콤과 KT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자사 아이폰5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예약판매 발표 시점에서부터 예약가입자 실적까지, 시간 단위 경쟁에 불꽃이 튀었다.

심지어 아이폰5 예약판매일인 지난 30일에는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다. 당초 SK텔레콤과 KT는 애플과 출시일자를 확정짓고 예약판매 일자를 조절 중이었다. 애플의 최종 승인만 떨어지면 예약판매 발표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방아쇠는 SK텔레콤이 먼저 당겼다. 아이폰5 관련 발표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터라 봇물 터지듯 정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체적인 양상은 SK텔레콤이 먼저 치고 나가면 KT가 맞대응 하는 식이었다.

시작은 트위터였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9일 저녁 6시 50분경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5 공식 출시일과 예약가입 시간을 알렸다. 발 빠른 고객고지 차원에서 트위터를 먼저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KT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약 15분 뒤인 7시 4분, KT 공식 트위터 역시 아이폰5 출시 관련 트윗을 날렸다.

문제는 애플 승인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첫 번째 트위터를 날렸던 시점에서부터 30일 오전까지, 애플의 최종 승인은 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측이 예약판매 시점을 밝힌 이후에도 애플이 계속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이유다.

SK텔레콤으로서는 애플과 최종 협상이 끝나지 않은 판에 승부 카드를 먼저 던진 셈이다. 시장 1위 SK텔레콤의 이같은 저돌적 무모함(?)은 매우 이례적이다. 굳이 모험을 선택할 필요가 없음에도 경쟁사와 시장의 허를 찌른 것이다.

물론 이통사를 상대로도 영원한 ‘갑’ 행세를 하고 있는 애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충격적 한 방이기도 했다. 그동안 애플 제품 관련 보도자료는 이통사가 애플의 영문 보도자료를 그대로 한글로 번역해 배포해야 했을 정도였다.

각사 홍보실이 분주해진 것은 다음날인 30일이다. 오전 내내 트위터를 본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보도자료가 나온 것은 점심시간이 지난 후였다.

SK텔레콤 홍보실에서 발송한 아이폰5 공식 보도자료는 30일 오후 2시 20분경 배포됐다. 이날 오후 12시 20분께 SK텔레콤 공식 트위터가 한 번 더 아이폰5 출시를 언급하고 난 다음이다. KT의 보도자료 배포 시점은 오후 3시였다.

각사 홍보실이 부랴부랴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 아이폰5의 가격과 요금제 정보가 빠져있었던 것도 애플의 승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는 아이폰5의 가격을 두고 애플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작 밤 10시 예약판매 때는 가격 정보가 빠질 수도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오후 내내 SK텔레콤과 KT는 자사 아이폰5의 장점을 강조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동시에 애플에서 최종 가격 승인을 받는데 여념이 없었다. SK텔레콤은 두 개의 주파수를 LTE에 활용하는 멀티캐리어(MC), KT는 아이폰 판매 노하우와 최다 와이파이 등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30일 오후 4시 45분경 다시 한 번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번에는 모델을 활용한 아이폰5 출시 사진과 함께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칙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애플측에서 SK텔레콤과 KT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아이폰5)을 두고 관련 사진을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설명이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신경전은 밤 10시가 되면서 다시 달아올랐다. 예약판매 시작을 앞두고 가격에 대한 애플의 최종 확인을 받고난 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밤 9시 20분, SK텔레콤이 먼저 아이폰5 가격과 요금제를 포함한 예약판매 자료를 배포했으며 KT가 뒤따라 9시 33분에 가격을 공개했다.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밤 10시, 양사 모두 예약판매가 시작되면서 숨 가쁘게 예약차수가 올라갔다. 예약가입자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먼저 온라인 예약판매용 수량을 5만대로 한정했던 SK텔레콤이 2시간 만인 1일 새벽 0시 10분, 판매 마감을 알려왔다. 앞서 SK텔레콤은 전체 고객의 개통시간을 지연시키는 허수 예약자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에서는 5만대만 한정 예약을 받고, 오프라인 중심 예약판매 전략을 채택했었다.

SK텔레콤 매진 소식에 KT가 발끈하고 나섰다. 다음날인 1일 오후 12시 20분경 ‘아이폰5 예약가입 첫날, KT 압승’ 제하의 자료를 배포했다. 예약가입 시작 후 2시간 만에 13만, 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15만명이 예약가입을 신청했다는 내용이다. KT는 “경쟁사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나타냈다”며 자축키도 했다.

2일까지 양사의 온라인 예약가입자는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KT는 출시일인 오는 7일 7만명(7차수) 가량의 예약가입자 개통을 준비하고 있으며, 출시 후 이틀 내에 첫날 예약가입자 모두의 개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예약가입자 5만명은 오는 7일 개통, 매장 예약 고객은 10일부터 개통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사는 공식 출시일인 오는 7일, ‘1호 개통자’를 두고 또 한 번의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오는 7일 오전 8시부터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공식 론칭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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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한 술 더 떴다. SK텔레콤은 출시 전날인 오는 6일 밤 10시부터 삼성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아이폰5 론칭행사를 개최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가 자존심을 걸고 아이폰5 판매에 임하는 모습”이라며 “아이폰5가 연말 LTE 시장 경쟁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