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예언적중?…새 윈도, 윈도폰 통합수순

일반입력 :2012/12/01 22:20    수정: 2012/12/02 10:49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선보일 새 윈도는 태블릿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통합하는 첫단추다. 지난달 윈도8 출시를 앞두고 외신 인터뷰 영상에 등장한 MS 창립자 빌 게이츠 회장의 '예언'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당시 게이츠 회장은 윈도8과 윈도폰8이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일부 개발도구를 공유한다며 향후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보도에 따르면, 코드명 '블루'로 통하는 차세대 윈도의 특징은 MS가 ▲기존 3년이상의 공개 주기를 1년 단위로 줄인 첫 OS가 될 거란 점 ▲윈도8 출시로 시도했던 '저가' 또는 무료 공급 전략을 이어갈 제품이라는 점 ▲개발자들에게 윈도8 대신 새 OS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도록 유도할 거란 점, 3가지로 요약된다.

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플랫폼 시장에서 MS를 앞서고 있는 경쟁사 구글과 애플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같은 OS를 쓴다. 이들 모두 1년에 최소 1번씩 OS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며 무료로 배포한다. 자사 플랫폼 앱개발자들에게 최신 OS를 쓸 것을 유도한다는 점도 정책상 애플이 구글보다 엄격하지만, 어쨌든 같은 방향이다.

■윈도 사업모델 환골탈태, 기정사실화

업계 일각에선 이 내용에 대해 반신반의할 수 있다. 아직 MS가 공식적으로 알린 얘기도 아니고 기존 수익모델과 기업성향을 볼 때 금방 실행 가능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MS는 그간의 윈도 OS기반 수익모델을 상당부분 포기하거나 매출구조를 크게 바꾸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할 정황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앞서 M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 '텐케이(10-K)'를 분석한 미국 지디넷은 지난 7월말 회사가 더 잦은 제품 출시와 발표 등으로 기업 운영속도를 확 앞당기고, 서피스태블릿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하드웨어(HW) 사업에 뛰어들며, 소프트웨어(SW)뿐아니라 그에 기반한 '서비스' 공급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했다.

원래 윈도OS 매출 대부분은 제조사들이 만들어 개인 소비자 시장에 판매하거나 및 기업 또는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데스크톱과 노트북PC용 라이선스에서 나왔다. 새 윈도 출시 주기를 3년 이상으로 만든 까닭은 HW교체 타이밍에 맞물려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OS 새버전 확산은 출시 후 1년 이상 지나 안정성과 편의성이 검증된 뒤에야 물살을 탔다. 신형 HW교체주기에 맞춰 기존 OS와 업무시스템을 통합하는 경우에만 업그레이드 또는 다운그레이드 라이선스 공급이 이뤄졌다.

다만 이 공식이 태블릿 등장 이후 PC 수요 자체의 쇠락으로 더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 윈도8은 데스크톱PC와 태블릿을 단일 OS로 만든 '급진적' 대응이었지만 MS가 늦었다는 평가 외에 그 방향 자체를 틀렸다고 지적한 경우를 찾긴 어렵다.

MS는 윈도8 이전에 자체 브랜드를 새긴 PC를 생산하지 않았다. 자사 OS를 써주는 제조사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윈도8과 윈도RT를 탑재한 '서피스' 단말기를 출시하며 기존 태도를 뒤집었다.

특히 먼저 출시된 ARM기반 태블릿 서피스RT는 여러 특징을 고려할 때 개인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인식된다. 윈도8을 탑재한 '서피스프로'는 기존 기업시장에 대응하는 기기라 보더라도 회사가 개인용 제품시장에 대한 관심을 크게 늘렸다고 봐야 한다.

이에따라 MS가 태블릿뿐아니라 스마트폰까지 자체 생산을 준비중이라는 루머도 점차 신빙성을 얻고 있다. MS 자체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장기적으로 제조부문 파트너들에게 받아왔던 SW라이선스 수익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윈도-윈도폰 통합, 개발자들에게 '대격변'

최근 모바일 트렌드에 대응해온 MS 행보는 개발자들에게 불신만 던져줬다. MS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OS를 통합시 일반 사용자에 비해 개발자들이 더 큰 진폭을 느낄 전망이다. 앞서 MS가 윈도8과 윈도RT, 윈도폰7.5와 윈도폰8 플랫폼 개발자들을 대했던 태도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윈도 블루 등장을 예고한 외신 내용도 심증을 굳힌다.

우선 MS는 윈도폰7에 브라우저 플러그인이자 PC플랫폼용 멀티스크린 대응 환경이었던 실버라이트와 닷넷 플랫폼을 앱 개발 기술로 삼았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차치하고 기존 윈도모바일 앱을 돌리지 못하는 등 동떨어진 환경이라 그간 쌓여온 MS 모바일 생태계 기반이 한차례 빙하기를 맞았다.

MS는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2년동안 앱장터 '윈도폰마켓플레이스'의 성장추이를 자랑하면서 윈도폰7.5 업데이트도 단행했다. 다소 신뢰를 잃긴 했지만 노키아와 삼성 등 5개로 줄어든 제조 파트너들과 함께 신제품 출시도 계속했다. 이와 별개로 IE9 브라우저로 HTML5를 밀어주며 실버라이트와 닷넷의 퇴장을 암시했다.

이후 2011년 태블릿 환경을 끌어안은 윈도8 및 윈도RT를 소개하며, 그 앱개발 기술로 자바스크립트로 프로그래밍하는 HTML5, 기존 윈도 프로그래밍 언어 C와 C++, 윈도폰7.5에 쓰였던 실버라이트와 닷넷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최근 출시된 윈도폰8용 앱개발 기술도 윈도8 및 윈도RT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표준기술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다 윈도폰8과 윈도8이 공통 '커널'을 쓴다며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연계한 멀티스크린 앱 개발 시나리오를 더 잘 지원할 것처럼 강조해왔다. 반대로 윈도폰7.5 이전 앱개발 기술로 윈도폰8 환경의 신기능을 쓸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기존 단말기에 윈도폰8 앱을 돌릴 수 없고 추가지원 기능도 불분명한 '윈도폰7.8 업데이트'만 가능하다고 예고했다. 현재 윈도폰 개발자들은 윈도폰8 신기능과 성능을 활용 가능한 다른 개발언어로 갈아탈 것인지, 기존 윈도폰 사용자들을 위한 실버라이트와 닷넷기반 앱을 만들지, 2중의 부담을 감수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제 윈도 블루가 나오면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가 또 등장한다. 이번엔 윈도8 앱개발자들이 고민할 차례다. 다만 그 초점은 좀 다르다. MS가 새 SDK 공개 시점부터 윈도8용으로 만든 앱을 허용치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윈도8용 앱은 돌아가지만, 개발자들은 이후 윈도8이 아니라 윈도블루 환경에 맞춘 앱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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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윈도블루 앱 개발자들은 그냥 코드를 짜서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기존의 PC, 태블릿, 스마트폰을 각각 취급했던 개발 습관까지 바꿔야 한다. 앞서 최신 개발툴 비주얼스튜디오11이 윈도8과 윈도폰8 앱을 함께 개발하는 도구로 소개됐지만 어차피 2개 환경의 SDK가 별개라 앱을 각각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윈도블루 앱은 윈도8에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윈도블루가 윈도폰과 결합하려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질테니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해야할 것이란 추정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용 SDK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MS도 이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