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앱'과 IT엔지니어

백승주입력 :2012/11/28 09:01

백승주
백승주

IT 인프라를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디바이스라는 단어는 이제 다양한 업무용 기계를 지칭한다. 노트북과 데스크톱으로 대표되었던 컴퓨터가 스마트폰, 태블릿, 기존의 PC 나아가 태블릿과 컴퓨터의 결합 모델(컨버터블 PC)까지 앞으로 어떤 멋진 디바이스가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모든 디바이스는 이를 잘 사용하게 설계된 운영체제(OS)가 탑재돼있다. OS를 잘 사용하려면 OS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야 한다.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잘 설계된 막강했던 OS도 할 수 있는 일이 부족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은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요새 응용프로그램이란 단어보다,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단어로 앱(App)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단어에 대한 접근 방식이 IT 엔지니어에게 지식 습득의 요구와 더불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응용프로그램은 OS에 설치해 사용하는 형태가 기본적이었다. 설치에 대한 편의성 및 자동화가 IT 엔지니어가 생각하는 핵심 포인트였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 한 기업의 설치 미디어 묶음을 우연하게 본 적이 있다.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OS 미디어, OS 위에 설치되어 업무에 이용할 소프트웨어 미디어 등 대략 6~7장의 DVD로 구성되어 있었다. 해당 기업의 구성원은 새롭게 디바이스를 받게 되면, 이를 통해 업무 환경을 꾸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보다 성숙된 모델은 IT 엔지니어가 업무 환경을 위한 이미지를 하나로 만들어 놓고, 필요시 USB나 DVD 미디어를 통해서 원스톱으로(이미 구성된 이미지를 단순히 풀어놓는 것에 불과하지만..) 구성하기도 한다. 나아가 디바이스에 기본 장착된 네트워크 부팅 기술을 이용하여, 구성원이 어떠한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업무환경 구성을 미디어 없이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USB 속도와 용량에 대한 비약적 발전은 이제 업무 환경을 USB 미디어 스틱 하나에 담는 모습도 이제 보여준다.

이렇게 앱을 언제나 설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설치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앱이 설치되는 디바이스의 컴퓨팅 파워가 뒷받침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PC용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설치는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PC와 스마트폰의 성능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것은 무리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PC라는 디바이스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서버 집중적 구성, 클라이언트/서버의 분산 구성의 시소가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형태에서, 만약 디바이스의 컴퓨팅 파워가 부족하다면 앱을 서버에서 구동한 후 디바이스는 이에 대한 입출력만 담당하는 형태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더미 터미널 형태로 우리는 이미 서버의 환경을 접속(세션) 기반으로 나누어 쓰던 기술을 제로 클라이언트 기반 컴퓨팅이라고 부르며, 오랜 시간 여러 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보안 레벨을 높이기 위해 세션 기반을 가상화 기반으로 바꿔 제공하는 업무 환경을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라고 한다.

앞선 환경은 OS를 원격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중앙 관리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보안적인 측면의 시나리오가 필요할 경우 선택할 수 있다. 동일한 생각은 앱에 대한 부분에서도 가능하다. 앱에 대한 구동을 서버에서 하고 서버의 화면을 디바이스로 전송하는 형태를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디바이스에는 서버 화면을 접속하기 위한 클라이언트 모듈만 설치되어 있다면 실제 디바이스에서 구동된 것처럼 앱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측면으로 다가서 보자. 모든 디바이스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는 한 앱이 있다. 바로 브라우저 앱이다. 브라우저를 통해서 앱을 동작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조금 쉽게 접근해보자. 브라우저에서 우리가 특정 뉴스 미디어에 접근해서 뉴스를 살펴보고 있을 경우, 해당 브라우저는 뉴스를 제공하는 앱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조직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룹웨어의 경우에도 거의 100% 웹 브라우저 기반이다. 웹 브라우저를 선호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디바이스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손쉽게 중앙 관리 및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던 것이 웹 브라우저 기반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웹 브라우저 기반에서 동작하는 앱 형태의 기술을 이제 우리는 웹 앱(Web App)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소속된 회사의 기술들도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부가적인 기술로 웹 기반의 앱을 항상 같이 출시하고 있다.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소프트웨어가 없을 경우, 몇 년 전에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없었지만 이제 기본적인 확인이나 간단한 수정을 위해서는 웹기반의 앱이라는 또 하나의 선택권이 생긴 것이다. 이 역시 사용자에겐 득이 되는 기술 방향이지 않은가?

앱의 유형에 대한 마지막은 바로 스토어 기반의 앱이다. 모든 디바이스가 이제 스토어를 가지는 시대가 되었다. 필요한 앱이 있는 경우 스토어에 접근해 앱을 다운로드 받아 클라이언트에 설치하고 앱과 서비스와의 결합으로 앱을 사용자들은 이용한다. 이 앱이 IT 인프라에 적용되게 되면 스토어의 존재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모든 앱을 스토어에서 제공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업무용 앱을 설치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부분은 디바이스에 대한 운영 체제를 제공하는 기술 벤더의 철학에 따라, 그리고 해당 디바이스의 대상이 기업과 소비자를 모두 커버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이 역시 IT 엔지니어에겐 중요한 고민 거리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고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은 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여전히 기업은 중앙 집중적인 사용자 환경 관리를 선호하고 있는 듯하다. 업무용과 개인용 디바이스라는 구분이 무색한 오늘날, 사용자의 디바이스에 어떤 앱이 설치돼 있는지, 업무 환경내 동작 여부 또한 특정 앱을 어떻게 전사에 배포할 것인지 그리고 배포된 앱에 대한 유지 보수 방안(업그레이드, 제거)까지… 자세한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앱에 대한 관리가 이 시점에는 단순한 관리가 아닌 다양한 각도로 관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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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만이라고 생각했던 응용프로그램이 디바이스 트렌드와 함께 앱이라는 단어로 바뀌면서, 선택적인 복잡성을 가지게 되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디바이스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IT 엔지니어의 생각 범위에 따라 한계 없이 마음껏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디바이스가 특정 하나의 벤더에 통일된 환경이 아니라도 디바이스에서 사용하는 운영 체제에 따라 앱의 구동 위치도 결정할 수 있고, 디바이스의 성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반대쪽의 기술로 이를 거들어 해당 디바이스도 업무용으로 적합하도록 바꿔줄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조직 내 고민에 대해 먼저 비전을 제시해주고 해결할 수 있으며 구성원들이 업무를 원하는 형태에서 할 수 있도록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IT 엔지니어의 가치이며 존재의 이유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주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Microsoft 기술 전도사(Evangelist), IT 트렌드 및 주요 키워드를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