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HTML5전문가 양성, 빛좋은 개살구?

일반입력 :2012/11/21 09:33    수정: 2012/11/21 11:45

HTML5가 주목되는 기술로 떠올랐지만 당장 제대로 구현할 인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기술 전문가 양성과 민간확산을 약속했지만 업계가 중시하는 방향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콘텐츠 유통 채널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플랫폼으로 발전할 흐름에 대비한다면서 정작 웹앱 개발 전문가를 확충할 방안이 빠져서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발표한 '차세대 웹표준 HTML5확산 추진계획'에 오는 2017년까지 HTML5 도입 환경에 따라 필요한 재교육 대상 및 신규 인력이 3만명 이상이라고 판단, 향후 5년간 그 10분의 1 규모인 3천명을 'HTML5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정부의 세부 계획에는 웹앱과 콘텐츠 플랫폼 개발 및 지원사업이 포함됐지만 그에 필요한 심층적 기술교육이 뒤따를지 불분명하다. 사업 일부분은 기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웹표준화 정책의 연장선에 놓인다. 목표사업 수요를 뒷받침할 인력을 단기 속성만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정부 계획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HTML5 전문가, 3천명을 각 1년미만 속성으로 OK

5년안에 HTML5 전문인력 3천명을 만들겠다는 방통위의 셈법은 간단하다. 그런데 정부가 양성을 계획한 'HTML5 전문가'는 실제 현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인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방통위가 'HTML5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보다는 단순한 '교육 수료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방통위는 일단 인력양성 목표치 절반인 ▲1천500명을 기존 웹개발인력 재교육으로 달성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지원사항이 '실무기술 중심으로 단기집중교육하는 전문강좌'다. 또 ▲1천250명은 매년 쏟아지는 미취업자, 취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연 250명씩 양성하면 될 거라 예상했다. 고용노동부 '취업인턴제사업' 연계, 특성화고 교사 교육도 병행해서다. 나머지 ▲250명은 특화 대학 3~5곳을 가려 기술개발과 연계한 석박사급 고급인력으로 육성한다고 계획했다.

이처럼 정부 계획은 '누구든 1년이면 HTML5 전문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다' 그리고 '원래 웹개발 경험이 있는 경우 HTML5 전문인력으로 더 짧은 기간에 양성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HTML5 인력양성과 산업지원정책을 기존 '웹표준화' 사업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추진안 가운데 업계가 HTML5 기술로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취할 거란 기대를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HTML5는 웹기반 '콘텐츠+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원소스멀티유즈, 다시말해 여러 플랫폼에 대응하는 것은 HTML5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콘텐츠 제공 측면에서 웹기술은 초창기부터 다른 방식에 비해 서로 다른 기기 환경을 아우를 수 있는 환경으로 인식돼왔다. 다만 HTML5은 영상과 3D, 동적 사용자인터페이스(UI), 실시간 양방향 특성 등을 담은 멀티미디어콘텐츠 구현시 액티브X, 플래시, 실버라이트, 자바애플릿처럼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는 보조기술을 쓰지 않도록 바꾼 것이다.

오히려 최소한의 노력으로 여러 플랫폼에 대응시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분야는 콘텐츠를 아우르는 '웹앱(서비스) 개발'이다. 웹앱은 표준기반의 여러 브라우저를 통해 PC, 모바일기기, TV, 자동차, 어디서든 구동된다. 동일한 작업을 여러 장치나 운영체제(OS)에 의존하지 않고 수행이 가능하다.

이는 OS에 맞게 프로그램 소스 코딩과 컴파일이 돼야 하는 '네이티브앱'을 압도하는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HTML5에서 추가되는 오프라인실행기능과 하드웨어가속을 통한 성능향상 등이 기존 네이티브앱을 넘어서는 개발 생산성과 유연한 플랫폼 호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네이티브앱이 주류인 스마트폰 앱개발 환경에서 개발자들은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RIM 블랙베리, MS 윈도폰 등 각 장터에 올리기 위해 같은 앱을 따로 만들고 있다. 일을 줄이기 위해 부분적으로 웹기술을 적용한 게 이른바 '하이브리드앱'이라 불린다.

■HTML5 개발자는 '웹개발자'가 아니다

다만, 네이티브앱에 준하는 웹앱을 만들려면 개발자들이 HTML5란 이름아래 묶이는 요소기술의 표준을 깊이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다뤄야 한다. 표준화된 요소기술은 웹기반의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제공된다. 이를 쓰려면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즉 HTML5 웹앱 개발의 관건은 콘텐츠가 아니라 주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자바스크립트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차세대 웹표준 전문가들은 일정수준 이상의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 경험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향후 HTML5 웹앱 전문가들은 자바스크립트 전문가로도 통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애초에 방통위가 양성하려는 '웹개발자'들의 전문분야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구글독스'나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365'같이 최신 웹기술로 웹앱을 만들려면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에 대한 고도화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원래 PC에서 네이티브앱으로 돌던 기능들을 웹브라우저에 가져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개발방법을 적용해야 하기때문이다. 정부가 언급한 HTML5 웹앱 장터 '크롬웹스토어'나 모질라의 '오픈웹앱스토어'에 올릴만한 앱도 마찬가지다.

예시한 해외 SW업체들처럼 안정적인 웹앱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것은 경력 수십년의 개발자에게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상용 목적의 웹앱을 자바스크립트 API로 프로그래밍하는 시도 자체가 드물었기에 정립된 방법론이나 참조 가능한 선행기술은 거의 없다. 특정 플랫폼에서 기업용SW 개발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도 상용 웹앱 개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보고가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C#이나 자바를 다루는 경력 개발자들이 대개 기업용 SW개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자바스크립트로 웹앱을 만들 경우, 그 문법과 웹API를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버거운 일은 기존 네이티브앱 프로그래밍 습관 때문에 결과물에 효율적인 코딩 및 설계 품질을 담아내고 시행착오를 줄여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일례로 스마트하우스의 권성인 대표도 구글독스를 벤치마크해 HTML5 기반 기업용 웹앱을 상용화한 자사 솔루션을 만들 때 관련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절감했다고 회고한다.

권 대표는 네이티브 앱에서 쉽게 쓰는 '그리드뷰' 사용자인터페이스(UI) 엔진 구현에만 1년반이 걸렸다며 석박사급 자바 엔지니어를 데리고 초기 구현을 해봤지만 기존 언어와 플랫폼을 다루느라 쌓인 습관이 방해될 뿐이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특정 언어와 플랫폼 환경에 경험이 적어 프로그래밍 사고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초보 엔지니어가 적응하기 쉬울 수 있다. 물론 충분한 연구개발 경험을 쌓을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얘기다. 결국 현업 웹개발자든 초보 엔지니어든 1년미만의 교육만으로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다는 방통위의 계획은 허황된 것이다.

■웹표준화, 중요하지만 HTML5와는 다른 얘기

이대로라면 정부는 10년쯤 전에 웹퍼블리셔를 양산했던 경험을 되살려 HTML5 태그 몇개와 기초 자바스크립트 문법을 포함해 급조된 강좌를 HTML5 전문인력 양성과정으로 포장할 가능성이 높다. 연간 사업보고를 통해 수료자 몇명을 달성했다는 실적으로 자화자찬할 거라는 전망이 짙다.

이미 방통위 계획에서 정부는 초기 과제로 향후 200대 공공, 민간 웹사이트의 HTML5 전환을 지원한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기존 '웹표준화' 정책을 재포장한 것이다. 웹표준은 예전부터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중시돼왔다. 그러나 이는 향후 시장을 선도할 HTML5 기술과는 무관하다.

물론 정부 계획에도 HTML5 기술의 가능성에 걸린 기대가 녹아 있다. 정부가 활성화하려는 산업은 기존 웹표준화를 넘어서 여러 플랫폼을 넘나드는 고수준 웹앱과 다변화되는 웹콘텐츠 생태계로 요약된다.

특히 방통위 추진계획에 포함된 'HTML5 플래그십 프로젝트'라는 시범사업 구상에 따르면 정부는 웹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유통시스템, 통합 TV웹플랫폼, HTML5 모바일광고 플랫폼 등 특화기능을 구현할 사이트를 구축해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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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려면 그 추진계획에서 개발자 1인당 최소 2년 이상의 양성지원과정과 충실한 중장기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모처럼 'HTML5리더스포럼'이라 부르는 민간 전문가집단을 꾸려 현업 의견을 수렴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활동방향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HTML5컨퍼런스2012' 현장에서 만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센터 서비스융합표준연구팀 전종홍 책임은 업계가 (방통위) 추진계획의 전문인력 양성 내용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앞서 7월 발표된 내용을 실제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가는 노력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