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친구관리, '프라이버시 불감증?'

일반입력 :2012/11/12 08:43    수정: 2012/11/13 08:54

카카오톡 메신저의 친구관리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지만 당장 개선될 여지는 없다. 카카오측은 해당 문제가 카카오톡 서비스기획에 맞닿은 내용이란 이유로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불안한 '줄타기'를 계속중이다.

지난 2010년 3월 첫선을 보인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사용자는 지난달 6천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고 그중 우리나라 사람이 과반이다. 주된 문제는 이 사용자와 그가 휴대폰에 연락처를 저장한 제3자간 '인간관계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는 프라이버시 침해로 지적된다.

12일 현재 카카오톡 친구관리 방식의 문제점은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기반으로 작동해 발생한다. 메일주소를 계정으로 설정해둘 수 있지만 친구 관리 방식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문제를 유발해 불만이 제기되는 사례를 열거하자면 ▲앱 설치 직후 저장된 주소록 전체가 친구로 자동 등록되고 탈퇴 이전까지 영구적으로 삭제 불가능 ▲원치 않는 상대가 사용자 자신을 친구로 등록할 수 있는데 당사자는 알 수 없음 ▲차단 설정한 상대가 여전히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정상 발송되고 당사자가 수신여부를 모를 뿐 ▲등록된 번호의 실사용자가 모르는 사람으로 바뀌어도 계속 '추천 친구'로 나타남 ▲친구를 숨기거나 차단할 때 1명씩만 돼 연락처에 '수백명'을 저장한 경우 터치입력은 '수천번' 필요 ▲게임하기의 애니팡 하트보내기 같은 신기능 '알림'이나 '초대' 메시지가 기본 허용되고 해제방법은 불편함, 등이다.

이는 카카오톡이 서비스 사용자를 전화번호로 식별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이 카카오톡 '아이디'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대다수 사용자에게 쓸모가 없다. 카카오톡 앱의 프로필 항목에는 다른 사용자가 자신의 아이디를 검색할 수 있게 설정하는 확인란이 있지만, 정작 타인의 아이디를 검색하는 기능은 보편적으로 제공되지 않아서다.

카카오톡 아이디뿐아니라 이메일 주소로 설정하는 '카카오 계정'도 존재 가치가 희박하다. 앱 설명에 따르면 기기를 바꾸거나 앱을 새로 설치했을 경우 친구목록, 프로필 사진, 카카오톡 아이디를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해준다. 단, 친구목록은 이미 정리해 보관중이어야 한다. 서비스차원의 회원 식별이나 친구관리를 위한 편리함은 없다.

한 사용자는 대부분 개인용과 업무용 휴대폰을 여러개 들고다니는 것도 아닌데 카카오톡이 폰 번호 기반 서비스라 초난감이라며 휴대폰 주소록에는 공사와 친분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이 등록돼 있는데 이들을 모두 친구로 상호등록하는 것은 대단히 곤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탈퇴 전'까지 주소록 서버에 저장...문제점 드러나

카카오톡 앱은 설치된 단말기에서 실행되는 즉시 사용자 주소록을 몽땅 서버에 저장한다. 그중 카카오톡 사용자로 등록돼 있는 번호를 찾아 자동으로 카카오톡 친구목록에 포함시킨다. 이 정보는 사용자가 탈퇴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수작업으로 친구를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하지만, 이를 원치 않는 경우에도 막을 방법이 없다. 주소록엔 수백명, 수천명이 저장돼 있지만 카카오톡 친구는 몇명만 골라 담고 있다면 한번에 한 명씩 지워야 한다. 여러 명을 한꺼번에 관리할 방법이 없는데다 각 조작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속도에 비해 형편없이 느리게 처리돼, 사용자 원성이 크다.

어떤 사용자는 친구가 내 바뀐 전화번호를 모르고 예전 번호만 저장하고 있었는데 그 번호를 새로 배정받아 쓰게 된 엉뚱한 사람이 그 친구에게 추천됐다고 전한다. 카카오톡에는 자동 친구 추천 기능이 있는데, 이를 켜고 끄는 방법만 있을 뿐 직접 번호를 입력하는 식으로 친구목록을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또 카카오톡 사용자가 탈퇴를 거치지 않고 앱만 지우면 지인들의 친구목록에 계속 남게 된다. 문제는 당사자가 앱을 지우면 메시지 내용은 커녕 그게 왔는지도 모를 일인데, 보낸 쪽에선 그 사정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보낸쪽에선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수신확인 기능만 보고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치 않는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위해 쓸만한 팁이 딱 하나 있다. 앱을 설치하기 전에 자동 친구 등록을 방지할 연락처의 이름칸에 첫글자로 샵 기호(#)를 넣는 조치다. 이름 첫글자에 '#'을 쓴 연락처는 카카오톡 설치 직후 자동 친구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카오톡이 자동 친구등록시 # 기호로 시작하는 주소록의 전화번호를 무시한다.

회사측은 '이름 앞에 #붙이기'를 사용자 편의 기능가운데 하나로 제시했지만 이 특성은 지난 8월말까지 iOS 버전 카카오톡에만 해당됐다. 현재 카카오측이 앱을 몇차례 업데이트한 뒤부터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리 플랫폼에도 적용된다. 바다 또는 윈도폰용에는 별도 지원 계획이 없다.

오히려 회사는 카카오톡 공식 블로그에서 해당 기능을 소개하는 항목에 이름이 #으로 시작하는 주소록을 무시하는 것은 아이폰에만 해당된다는 틀린 설명을 본지가 지적하기까지 1개월가량 방치하기도 했다. 친구관리에 불편을 겪는 사용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의지가 있었다면 보이기 어려운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용자 주소록에서 카카오톡 친구등록하기를 직접 선택할 수 없어 불편한 사용자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붙이기', '숨김', '차단', '추천친구 삭제'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카카오톡이 전화번호 기반 서비스로 시작한 만큼 지적되는 문제에 대응하려면 서비스 기획을 처음부터 바꿔야 되는 부분이라 (향후 대응 계획 측면은) 답변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즉 사용자의 주소록을 자동으로 친구등록 해버리거나 여타 친구관리 방식에 따른 문제가 있음을 이해하겠지만 별도 대응 계획은 없다는 게 회사측 공식입장이다. 그나마 있었던 기능도 없애는 상황이라 진정성이 떨어진다. 지난 7월 소개된 '아이디 검색을 통한 친구추가' 기능이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더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당초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에 구현된 기능을 iOS버전에만 남긴 것이다.

카카오가 메신저 사용자들의 주소록에 저장된 휴대폰 전화번호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수익성을 보장해줄 실사용자 가리기에 '누군가의 연락처에 등록된 전화번호' 만큼 명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용자 입장에선 그만큼 민감하게 다뤄져야할 정보지만 최근까지 회사 입장에선 그럴 '의지' 또는 '겨를'이 없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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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은 최근에야 월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다. 서비스 시작 2년7개월만에 거둔 실적에 게임하기가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상반기까지 회사는 카카오스토리, 플러스친구, 유료이모티콘 등 부가서비스를 가동해왔지만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다만 막대한 플랫폼 투자비용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이제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와 게임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이다. 음원유통까지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익성 개선에 치중하느라 사용자 배려를 놓친 듯한 모습은 지난해 사진 얼굴인식이나 오픈그래프같은 사용자정보의 무차별 공유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낳은 페이스북을 떠올리게 한다. 현상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도록 계속 고민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뒷받침할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